어제 밤 10시부터 MBC에서 특별생방송 프로그램으로 방영된 <대통령과의 대화>를 봤다.

'대화'에서 집중 조명된 하이라이트는 역시 세종시 문제였다.

대화의 첫 질문자로 나선 김진 중앙일보논설위원이 "대통령께서는 2007년 대선 당시 530만표로 당선되셨는데, 세종시원안공약을 하지 않아도 충분히 당선이 되셨을 텐데 왜 그런 공약을 내놓게 되셨습니까?"라는 날카로운 질문을 던졌을 때 그 배경과 이유에 대해 대통령께서 이렇게 털어놓으셨다. 

 "대선 때 그렇게 하지 않았어도 표를 얻을 수 있었는데 정치를 오래 한 사람이 아니기 때문에 처음에는 어정쩡하게 하다가 나중에는 자꾸 바뀌어 원안대로 하겠다고 한 것도 사실입니다. 

지금 생각하면 부끄럽기도 하고 후회스럽기도 합니다. 죄송하게 생각합니다"

나는 이명박 대통령의 이 진솔한 고백을 들으면서 깊은 감동을 느꼈다.

세종시원안공약을 하게 된 경위에 대해 "정치를 오래 한 사람이 아니기 때문에......"이보다 더 겸허하고 담백한 토로가 어디 있을까.

이 표현이말로 '최고의 정치, 진정한 정치'라고 생각한다.

정직이 최선의 정치라는 점은 인간의 모든 역사가 가르쳐 준다.

정치는 얍쌉한 꼼수와 지키지도 못할 거짓말을 남발하며 자신의 양심을 속이고 국민의 눈을 속이는 것이 아니다.

진정한 정치는 정직에서부터 출발한다.

정직하게 승부수를 띄우고 옳다고 믿는 바의 신념을 따라 정치를 펴야 나라가 바로 선다.

이런 이유에서 나는 언제나 정직한 사람이 정치를 해야 한다고 보는 것이다.

역사에서 늘상 보게 되는 것처럼 거짓은 진실을 이길 수 없고, 불의는 정의를 이길 수 없으며, 사익은 공익을 이길 수 없다.

대통령께서는 진실과 정의와 공익에 편에서 굳게 서서 세종시를 바라보며 국민들에게 솔직하게 심경을 토로하셨던 것이고 이것은 곧 세종시문제를 푸는 원리적인 해법이라는 측면에서 큰 의의를 갖는다.

정치 이해관계를 떠나서 세종시를 객관적으로 냉철하게 바라보는 국민의 입장에서는 세종시가 대한민국의 품격을 높이는 명품도시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일 것이다.

나라가 잘되기를 바라는 마음, 그저 나라가 잘돼야 내가 잘되고 내 자손이 잘된다는 이 평범한 정서를 외면하는 국민이 어디있겠는가.

만일 그런 국민이 있다면 대한민국에 발붙이고 살 자격도 없는 사람이다.

"세종시와 나와 무슨 상관이 있단 말이냐, 나는 세종시에 관심없다"는 사람이 있다면 그는 애국심이라곤 손톱만큼도 없는 사람이다.

대부분의 국민들은 MB정부가 세종시를 어떻게 만드는지 관심을 가지고 조용히 지켜보고 있을 것이다. 

대통령과의 대화가 기대했던 것만큼 시청율이 높게 나오지 않았다고 세종시가 국민의 관심과 거리가 멀겠거니 생각한다면 오산이다.

국민들은 이미 언론을 통해 세종시에 관한 대통령의 입장이 어떻게 표명될 것인지에 대해 충분히 예고편을 봤기 때문에 시청율이 낮았던 것 뿐이다.

"행정도시원안+알파"로 만들면 자족기능이 충분하다고 보는 논리는 행정도시원안이라는 비효율을 그대로 안고 가겠다는 전제를 깔아놓고 보는 발상이거나, 행정도시원안이 절대로 비효율일 수는 없다는 지극한 오판이 드리워져 있으므로 그 안에 대해서 결코 동의할 수 없다.

물리학에서 말하는대로 무엇이든 모순을 내포한 성질은 해체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세종시원안+알파로 가져간다면 원안은 해체의 수순을 밟지 않을 수 없을 것이고  그것에 덧붙여진 알파마져도 문제가 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이런 생각을 하기 때문에 나는 나라의 행정이야 비효율로 엉망이 되든 말든, 수십조의 국민혈세를 퍼부어 형편없는 도시를 만들어 역사의 지탄거리가 되든 말든 일단 거기에다 알파까지 붙여놓았으므로 자족기능은 충분할 것이고 세종시 문제에 관한한 원칙과 약속을 지켰기 때문에 상관없다는 꼰꼰한 태도를 보이는 한나라당 박근혜의원에게 실망을 금치 못하는 것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대화>에서 "행정부처 이전이 내 임기 기간이 아니니 그냥 원안대로 하자는 생각을 하다가도 자고 나면 그렇게 하면 안된다고 생각이 바뀐다"고 하시기도 했다.

이 대목에서 대통령께서 세종시 문제를 놓고 그동안 얼마나 많이 고민의 고민을 거듭했음을 느낄 수 있었다.

세종시의 성격을 어떻게 결정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아직도 검토중임을 시사하는 발언도 나왔다.

"세종시는 교육과학도시로 결정된 것은 아니지만 교육과학도시도 좋은 안으로 봅니다'

그리고 이명박 대통령은 세종시에 안겨줄 선물 때문에 다른 도시들이 역차별당할까봐 주전자 속의 끓는 물처럼 들끓고 있는 민심에 대해서도 간과하지 않았다.

'여러 기업들이 가는 것도 좋은데 그렇다고 해서 혁신도시로 갈 기업이 세종시로 가는 것은 아닙니다"라고 못박아  세종시 외의 다른 도시가 역차별을 받거나 불이익을 당하는 일은 없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총리실에서 세종시의 성격에 대해 신중한 나머지 지나치게 질질 끌거나 이랬다 저랬다 오락가락하는 모양을 보이는 것은 좋지 않다.

보다 나은 결정을 내리기 위해 신중한 것은 좋지만 '때의 신속함'을 잃어버리는 신중함은 별 의미가 없다.

세종시 문제가 국가의 쟁점으로 떠오른지도 벌써 두어달이 훌쩍 지났다.

그러므로 세종시의 성격을 가급적 빨리 결정을 내리고 거기에 무엇을 세워 올릴 것인가를 논의해야 할 것이다.

4대강 살리기에 대한 질문이 나왔을 때 대통령의 얼굴에 생기가 돌고 목소리에 힘이 실렸다.

4대강 살리기에 관한한 얼마든지 자신이 있다는 뜻이었다.

우리나라 강은 강수량의 변화가 심해서 계절에 따라 강수량이 극과 극을 이룬다.

그리고 물이 급속히 바다로 흘러나가 빠져버리는데 유독 서울의 한강은 언제나 푸르게 흐르고 있다.

대통령께서는 그 이유에 대해서 한강에 보와 보를 막아서 물을 가두어 뒀기 때문에 그런 것이라며 그 공사를 해봐서 잘안다는 말씀도 곁들였다.

아, 그 말씀을 하실 때의 자신감 가득한 표정은 잘 만들겠구나라는 신뢰감을 갖기에 충분했다. 

그 말씀을 듣는데 문득 기차를 타고 대구로 갈때마다 창너머로 보게 되는 낙동강... 하얀모래가 넓게 깔린채 가늘게 비쩍 마른  낙똥강(?)이 푸른물이 철철 흐르는 한강으로 클로즈업되었다. 

경주가 원래 고향이지만 어렸을 때 대구로 이사를 가서 대구에서 살던 오랜 시절, 화원근처의 낙동강에 놀러갈 때면 시꺼먼 물을 본다는 것이 늘 불만이었다.

낙동강이 아니라 낙똥강이라고 표현하는 이유는 이 때문이다. 

물을 떠나서 살 수 없는 물고기처럼 물 없이는 못사는 인간 세상에서 강이 까만색으로 변한 나라는 그 강의 오염정도만큼이나 병든 나라다.

진정 우리나라는 이제라도 생명과도 같은 강을 죽인 그 정신의 병듦을 아파하고 강을 살려내야 할 때인 것이다.

낙동강을 끼고 사는 대구-경북-경남지방의 국민들은 낙동강을 살리겠다는데 반대하는 사람은 없다.

낙동강이 서울의 한강처럼 물이 넘쳐 흐르면 기분이 달라지고 생활환경이 달라지고 삶의 질이 달라질 것이다.

낙동강 살리기를 통해 "낙동강 강바람에 치마폭을 스치면..."현대판 배사공 처녀 노래가 터져나올 지경에 이르게 될 터이니 누가 반대할 것인가.

온갖 구실을 들이대며 은근히 4대강 살리기를 반대하는 민주당을 보면 반대를 위한 반대, 설득력라곤 눈꼽만큼도 없는 그 반대가 필경 민심을 잃는 줄도 모르는 한심스러움에 혀가 내둘릴 뿐이다.

MB정부의 국정의 전반에 걸쳐 반대를 일삼는 민주당은 민주당이 아니라 '반대당'이라고 해야 하지 않을까.

4대강에 관한한 나는 이명박 대통령의 판단과 추진력을 믿는다.

모든 반대를 극복하고 청계천을 서울 한복판의 아름다운 휴양지로 만든 이명박 대통령의 그 판단과 추진력을 믿는다.

이명박 대통령의 자서전 <신화는 없다>를 몇번에 걸쳐 반복적으로 읽으면서 "이명박대통령의 깡"을 느꼈지만, 세종시를 명품도시를 만드는 과제와 4대강 살리기 과제뿐만 아니라 대한민국을 선진조국으로 만드는 임무와 사명에서 있어서 이명박 대통령은 생의 여정에서'이명박의 이명박다움을 만든 그 깡'을 국민들에게 제대로 한번 보여주셔야 할 것이다.

국민들은 이명박 대통령의 그 '깡'을 목도하면서  현대라는 기업을  대한민국의 굴지의 기업으로 만든 창조 신화를 대한민국 선진화의 꿈과 미래로 다시금 재현해 볼 수 있을 것이니.

2009년 11월 28일

제갈량과 사마의

다음-아고라-정치토론방에서 퍼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