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망스러운 교장공모제 무산 유도
입력: 2006년 06월 12일 18:08:43
대통령 자문기구인 교육혁신위원회 교원특위의 시민·학부모 단체 위원 7명이 위원직 사퇴의사를 밝혔다. 교장 공모제를 핵심으로 하는 교원승진제도 개선 시안이 지난주 말 표결 끝에 부결된 데 항의하기 위해서다.
문제의 시안은 교직 경력 25년 이상 된 경력자에게만 주는 현행 교장자격증제를 폐지하고 10년 이상 된 경력자를 공개 모집해 채용하는 방식이어서 교육계의 큰 관심을 불러왔다. 교총은 교단 안정을 해치고 교직의 전문성을 무너뜨린다며 ‘정권퇴진운동’까지 언급한 뒤 절대 반대의사를 천명했다. 전교조는 교장자격증 폐지에는 찬성하지만, 공모제가 교사 중심이 아니라 학부모 중심으로 돼 있다며 반대 의견을 밝힌 바 있다.
두 단체의 반대 논리는 장황하지만, 뜯어보면 그다지 설득력이 없다. 교육소비자 입장에서 보면 기득권 지키기라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변호사 출신이 대법관이 되고, 시민단체 출신이 정부 부처 간부가 되는 세상에 왜 학교 교장은 반드시 고참 교직자여야만 한단 말인가. 더구나 이번 시안은 젊은 교사들도 교장이 될 수 있도록 했을 뿐, 교직경력이 없는 일반인이 교장이 되는 길은 원천적으로 막고 있다. 폐쇄적 공모제인 것이다. 그런데도 교육단체의 이해관계에 따라 부결됐다는 점에서 적이 실망스럽다.
더 큰 문제는 이번 부결을 교육부가 유도했다는 점이다. 교육부는 표결 직전 “혁신위 안을 확정하면 현장의 혼란과 갈등을 초래하고 구체화 과정에서도 난관에 봉착될 수 있다”는 내용의 문건을 특위 위원들에게 배포했다. ‘혁신위 제도개선 관련 검토보고’라고만 돼 있어 출처불명이지만, 교육부를 ‘우리부’라고 쓰는 등 교육부 문건임을 쉽게 알 수 있다. 교육부가 교육정책 집행 부처이고, 특위의 이번 시안에 여러 문제점이 있는 것도 사실인 만큼 입장을 밝힐 수는 있다. 하지만 표결 직전 그같은 문건을 돌려 위원들을 압박한 것은 분명히 잘못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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