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은 노무현 대통령의 원광대 발언에 대한 정몽준 의원의 입장입니다.
< 노무현 대통령의 원광대 발언에 대하여 >
노무현 대통령은 지난 6월8일 원광대에서 본 의원에 대해 일방적인 비방을 했다. 한 때 일시적이나마 정치적 동반을 했던 입장에서 최근 노 대통령이 보이고 있는 무책임하고 품위 없는 언행에 실망감을 넘어 큰 우려를 금할 수 없다.
노 대통령은 지난 5월2일 청와대브리핑에서도 본 의원에 대해 “가능성도 정체성도 모호했던 후보”라고 말했다. 이 발언에 대해서는 우연히 본인을 끌어들인 것으로 생각하고 대응을 하지 않았으나, 노 대통령의 비이성적 언사가 계속되는 것에 대해 침묵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해 입장을 밝힌다. 미국 랜드 연구소가 북경에서 주최한 회의에 참석하던 중 노 대통령의 발언을 접하고 간단하게 생각을 정리해보았다.
노 대통령은 원광대 발언에서 “2002년 제가 후보였는데 좀 흔들리니까 바깥에 있는 누구하고 내통을 했다. 그 후보가 만일 왔으면 이겼을까. 이겨 대통령이 됐더라면 대한민국의 오늘날 정책이 어디로 갈 것 같으냐. 민주주의 할 것 같으냐. 진보정책 할 것 같으냐. 남북대화 할 것 같으냐. 유엔 사무총장 나왔겠느냐”라고 질문하듯 말했다. 질문의 대상자는 본 의원인 듯도 해서 답하고자 한다.
우선 “대한민국의 오늘날 정책이 어디로 갈 것 같으냐”하는 부분이다. 오늘날 대한민국 국민의 70% 가량은 노 대통령이 일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다고 대답하고 있다. 역대 어느 대통령보다 임기 초반부터 낮은 평가를 받았다. 국민들은 노 대통령 스스로가 “대한민국의 오늘날 정책이 어디로 가고 있느냐”를 과연 알고 있는지 묻고 있는 것이다.
“민주주의 할 것 같으냐”는 질문은 노 대통령이 과연 민주주의의 본질을 이해하고 있는지를 의심케 한다. 민주주의의 요체인 헌법정신과 언론을 저속한 표현으로 유린하고 있는 노 대통령이 그런 질문을 할 자격이 있는지 되묻고 싶다. 한국에서 민주주의는 이제 대통령 개인이 하는 것이라는 독선을 버려야 한다. 대통령은 국민과 헌법, 언론을 존중하는 자세를 갖고 민주주의를 지켜가야 하는 것이다.
노 대통령은 또 “남북대화를 할 것 같으냐”라고 물었다. 남북대화는 노 대통령이 시작한 것도 아니고 역대정권으로부터 이어 받은 국민적 노력의 산물이다.
길게 말할 것 없이 남북대화의 궁극적 목표는 자유민주주의에 기반한 통일일 것이다. 오늘날 북한은 핵을 만들고 우리는 통일의 후원세력이 될 우방들과 불화를 빚고 있다. 대한민국의 많은 국민들은 통일이 점점 더 어려워지는 것 아닌가 하는 걱정에 잠을 못 이루고 있다. 전략적 구상 없는 일방적 저자세의 대북접근은 진정한 의미의 남북대화라고 할 수 없다. 노 대통령은 미국에 대해서는 “할 말은 하겠다”고 하면서도 왜 정작 북한에 대해서는 아무 말도 못 하는지 답답한 노릇이다. 노 대통령은 자신의 공로로 남북대화를 내세우고 싶은 모양이나 그 결과는 오히려 국론분열과 요원해진 통일의 길로 나타났다.
본 의원은 2002년 단일화방안 합의직후 당시 노무현 후보와 나눴던 대화를 기억한다. 지금까지도 나에게 남은 의문은 참으로 알 수 없는 사람이라는 것이다.
다른 정치인들과 마찬가지로 노 대통령도 국민의 사랑과 존경을 기대했을 것이다. 그러나 국민의 지지를 상실하고 여당으로부터도 배척당하는 등 정치적 ‘부도’ 상태에 직면한 것이다. 나는 열심히 했는데 왜 부도를 당했느냐고 외쳐봐야 소용없다. 본인의 의도나 노력 여부와 관계없이 평가는 국민이 내리는 것이다.
노 대통령이 이렇게 어려운 처지에 놓인 것은 스스로 자초한 측면이 크다. 노 대통령은 임기 동안 국민의 가슴을 여러 갈래로 찢어놓았다. 절대적인 지지를 보여주었던 호남 유권자에게까지 “내가 좋아서 찍었느냐, 상대편이 미워서 찍었지”라며 상처를 주었다. 헌법을 수호하고 국민을 통합하기 위해 노력해야 할 대통령이 오히려 “그 놈의 헌법” “별놈의 보수”라고 하지 않았는가.
노 대통령은 우리나라 민주주의의 최대 수혜자다. 3년 전 노 대통령이 지금처럼 선관위의 경고를 무시하는 발언을 함으로써 국회의 탄핵을 받았음에도 헌법재판소의 결정으로 대통령직을 유지할 수 있었던 것도 바로 헌법과 민주주의라는 제도 덕분이었다. 민주주의는 불완전하긴 하지만 현재로선 최선의 제도다. 어느 신문 칼럼에 실린 “노무현 대통령은 대한민국의 대통령은 아무나 될 수 있지만 아무나 되어서는 안 된다는 교훈을 남겼다”는 글의 의미를 생각해 보았으면 한다.
2002년 대선은 혼란 속에 치러졌다. 후보 단일화 여론조사의 공정성을 둘러싼 시비도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본 의원은 당시 상황이 우리나라 정치 발전의 불가피한 진통이라는 생각에서 침묵했다. 단지 노 대통령이 모든 혼란과 분열을 치유하고 성공하는 대통령으로 임무를 훌륭히 수행하기를 기대했다. 오늘의 상황에 본 의원도 깊은 책임감을 토로하지 않을 수 없다.
우리나라는 지금 북한 핵과 청년층실업 등 많은 문제를 안고 있다. 대통령이란 위치는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는 큰 자리다. 임기의 마지막 하루가 남아도 그 무게는 줄어들지 않는다. 저급한 정치는 잊고 국민과 대한민국의 미래를 바라보는 원숙한 정치를 펼쳐나가기를 기대한다.
2007. 6. 10.
국회의원 정몽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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