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볼 땐 아부성 글 같군요
정중한 훈계나 교훈은 사람에게 하는 겁니다
짐승에게 이런 말을 하면 안되지요
당신의 글에는 현실성이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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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ame
지만원
Subject
노무현 대통령께
누구나 같은 하늘을 이고 살아갑니다. 요사이는 밥을 굶는 사람이 별로 없더군요. 어떻게 먹느냐가 중요한 것 같습니다. 오늘도 저는 호프를 파는 선술집 문 앞에서 한잔 술에 행복을 느낍니다. 바람에 흔들리는 나무 잎들을 바라보면서 낭만의 분위기를 느낍니다. 오손도손 주고받는 이웃들과의 대화에서 인생의 단면을 읽습니다. 제가 이런 시간을 보낼 때에 물질적 부자들은 어떤 시간을 보낼까요? 아마도 주머니에서 팁을 꺼내가며 우쭐해 할 것입니다. 저는 돈이 없어서 그들보다는 더 행복합니다.
인생은 그림입니다. 하루를 살면서도 그림을 그립니다. 타이타닉에서 주인공 잭.도슨이 다리 밑에서 그림을 그리더군요. 그림에 살고 그림에 죽는 것을 인생의 멋이라고 생각하며 살아갑디다. 남의 돈을 탐낼 수는 있지만 그렇게 하면 그림이 망가져서 이를 악물고 좋은 그림 그리기에 몰두합니다. 극기가 없으면 그림이 망가지기 때문입니다. 잭.도슨이 상류사회 사람들에게 이런 말을 던집디다. "Make Everyday Count!". 그는 매일 같이 새로운 그림, 아름다운 그림을 그렸습니다. 저는 20대 언제부터인가 인생을 그리면서 살아갑니다. 남보기 좋은 그림으로!
높은 직위를 가졌다 해서 그림이 아름다워지는 건 아닙니다. 많이 가졌다 해서 아름다운 그림을 그리는 것도 아닙니다. 높다고 해서, 돈이 많다고 해서, 깨끗한 영혼들이 당신을 찾는 건 아닙니다. 직위와 돈을 내세우는 사람들에게 달려드는 사람들은 영혼을 가진 사람이 아니라 육체만 가진 부나비들입니다.
나는 오늘 당신에 대해 하루 종일 생각해 봤습니다. 특검을 결정짓는 역사적인 날이라서요. 하지만 당신에게 들려줄 말이 없었습니다. 갑자기 벅스뮤직에서 문주란의 멜로디를 듣게 되었습니다. 그녀의 차분한 목소리가 내 가슴에 산과 구름으로 산수화를 그립니다. 이 다음 내가 죽어서 이름 없는 산자락에 묻혀 있을 때 그런 차분한 멜로디가 퍼진다면 나는 얼마나 아늑할까요. 반면 이런 것도 있더군요. 내가 스쳐간 가슴들에 나는 어떤 목소리로 여운을 남길 것이며 그들의 가슴에 무슨 그림을 그려주고 갈까요?
답은 모릅니다. 하지만 확실하게 알 수 있는 게 하나는 있습니다. 나는 그들의 가슴에 심은 만큼의 아름다운 비문을 선사 받을 수 있을 것이라는 사실입니다. 이제서야 오늘 당신에게 드리고 싶은 말이 생각났습니다. 영원히 남을 비문이 당신을 기다립니다, 그 아름다운 비문을 오늘의 잔 계산과 맞바꾸지 말라는 것입니다. 오늘 아파하지 않으면 내일의 아름다움은 없습니다.
2003. 6. 24
안양 골에서 지만원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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