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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 세계대전 패전국) 일본이 6·25 참전국가로 될 경우 ‘포츠담 선언’ 위반이 될 수 있었기 때문에 미국 정부는 이들의 존재를 은폐하고 기밀로 취급한 것으로 보입니다.”
이민호 일본 통일일보 서울지사장은 18일 (사)물망초 주최로 서울시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6·25 참전국의 개념과 범위’ 주제의 정기 세미나에서 “미 군정 시기에 이뤄진 일본인들의 6·25 참전은 미군의 요구에 따른 구조”라며 이같이 역사 인식의 재고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지사장은 “수많은 일본인이 6·25 당시 참전했음에도 부각되지 못하는 이유는 당시 전투지원국이었던 16개국 중 우리에게는 미국만 보이기 때문”이라며 “인천상륙작전 참여국은 8개국이지만 한국인의 머리에는 파이프 담배를 물고 있는 맥아더와 미군만 연상된다. 실제 교과서와 영화에서도 미국만 다루는 현실”이라고 현상을 진단했다.
이어 “우리 사회에는 ‘일본은 역사의 죄인이자 영원한 가해자로 남아야 한다’ ‘식민 지배자 일제’라는 고정관념이 아직 남아 있다”며 일본의 6·25 참전이라는 역사적 사실이 베일에 가려진 이유를 꼬집었다.
실제로 한국 정부는 6·25 참전 16개 전투지원국에 대해 자유 대한민국을 수호하는 데 도움을 주었다고 평가하는 등 감사함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6·25 당시 일본 민간인의 희생뿐만 아니라 현물 지원에 대해서는 제대로 인정한 바가 없다.
이번 세마나는 양영조 한국국가전략연구소 연구위원이 발제했고 김육안 재한화교참전동지승계호 회장과 이 지사장이 각각 토론을 맡아 진행했다. 6·25 전쟁에서 일본이 중요한 역할을 했음에도 그 어떤 것도 인정조차 받지 못하는 배경을 숙의했고, 국제적으로 이를 어떻게 규정해야 하는지가 중점 논의됐다.
양 연구위원은 6·25 전쟁과 일본이라는 주제로 전쟁 발발과 일본의 변화·일본의 병참기지 역할 수행·동서해 소개작전 수행·노무자의 전투근무지원 수행 등에 초점을 맞췄다.
그는 “일본의 기지가 없었다면 6·25 전쟁은 3개월도 버티지 못했다”며 전시 수송 체계로 전환한 일본이 군수품과 장비·무기를 수송하는 병참기지로 핵심 역할을 한 사실에 주안점을 뒀다. 구체적으로 미군 4개 사단 병력을 이동하고 사단 내에 배치된 장비·무기들을 직접 실어나르는 역할을 수행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미군들에게서 월급을 받고 기지 내에서 일을 하던 일본인 노무자들은 6·25 전쟁 발발로 미군과 함께 한반도에 투입됐다”며 이토 씨가 ‘퍼플하트 훈장’을 받은 사실을 제시했다. 이와 함께 참전한 일본인들이 6·25 전쟁의 중요한 고비마다 미군을 도와 결정적인 지원을 하게 된 역사적 사실에 대한 공론화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이어 김육안 회장은 중화민국(대만)의 6·25 활약도 공개했다. 그는 “6·25 전쟁이 멈춘 지 70여 년이 됐고 이제 약소국에서 다른 나라를 지원하는 지위에 오른 한국 정부가 6·25 전쟁사에서 화교들의 헌신을 재조명해 주시길 바란다”며 “화교와 일본인은 16개 참전국 용사에도 포함되지 못한다. 재한화교동지회의 바람은 화교 참전용사들이 잊히기 전에 그들의 존재를 세상에 알리는 것”이라고 강조해 주목을 받았다.
앞서 검찰총장을 지낸 한상대 6·25공원국민운동본부 이사장은 “우리나라는 6·25 전쟁으로 많은 것을 잃었지만 얻은 것도 있다”며 200만 명에 달하는 실향민은 물론 모든 국민이 전쟁을 겪으면서 공산주의의 잔혹성을 몸과 마음에 깊이 새긴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6·25 전쟁은 종식되었지만 공산독재와의 싸움은 아직도 끝나지 않았다”며 “종전 후 이승만·박정희 대통령은 일관된 반공 정책으로 북한 독재 체제에 맞섰고 이로써 대한민국을 지켜내고 한강의 기적을 이뤄낸 두 대통령의 고뇌와 결단을 종전 70주년을 맞이해 다시 생각하게 된다”고 했다.
이날 세미나에 참가한 성일군 씨는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한국 정부가 일본의 6·25 전쟁 개입에 대해 정확하게 규명할 필요가 있다고 인식하게 됐다”며 “일본의 참전을 인정하고 역사적 사실을 고찰함으로써 한·일 관계를 새롭게 해석할 전기가 마련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