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구좌익꼴통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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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론은 아니었습니다. 올 설명절날, 오랫만에 만났던 외사촌형님과 술마시던 도중, 제가 늘 '수구'라 칭하던 사람들의 생각을 그 사촌형으로부터 들었을 때, 충격이었습니다. 결론도 나지 못할 대화를 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해 난 술만 들이켰고, 그 외사촌형님은 노무현 불가론과 이회창 필승론을 역설했었지요. 저의 침묵으로 그 술자리는 저만 착찹하게 끝났습니다.
그런데 불행인지, 올 추석명절에도 그 형님과 다시 술자리를 했습니다. 이런 저런 이야기로 서로의 삶을 탐색하던 중, 다시 형님은 '수구'란 개념을 꺼내들고 이야기를 시작하더군요.
'수구'가 도데체 무엇이관데, '수구''수구'하는 것이냐.
노무현이가 도대체 대통령이 맞는 것이냐.
차라리 빨리 망해버리고 다시 시작했으면 좋겠다.
평화통일이 아니라 민주통일이 되어야한다.
제 성향을 까맣게 모르고 있던 형은 혼자 술에 취해 참기 힘든 독설들을 토해내더군요. 한 하늘을 이고 살 수 없다던 자들의 생각이 고스란히 그 형님의 입속에서 튀어나오는 내용을 보면, 분명 저번 '설'명절 때의 모습 보다도 몇 단계 업그래이드된 내용들이었습니다.
옹졸하게도 대거리를 해버리고 말았습니다.
"평화통일이 아니라 민주통일이라는 것은 구체적으로 무엇을 말하는 것입니까?"
"자유민주국가로의 통일이라는 의미지."
"그렇다면, 북한이 그러한 남한 체제로의 통일을 곱게 수용하겠습니까?"
"안하겠지."
"그렇다면, 자유민주국가로의 통일은 어떻게 해야합니까? 통일은 둘이서 만나 하나가 되는 것 아니겠습니까?"
"그러니까, 쓸어버려야돼."
잠시 마음을 진정시킬 필요가 있었습니다. 한 하늘을 함께할 수 없는 전쟁광분론자가 제 앞에 외사촌형이란 이름으로 버티고 있는 현실이 참으로 착찹하고 암울해지더군요.
"그렇다면, 선제공격을 말하는 것이겠군요."
"미국하구 연합해서 한꺼번에 쓸어야돼."
이후 노무현 정부의 부패, 각종 게이트에 대한 이야기가 형의 입을 통해 나왔지만, 내 귀엔 들어오지 않았습니다. 노무현 정부가 부패한 정부라면, 현 상황에서 그런 것들이 신문을 통해 왜곡되고, 인구에 회자될 수는 있다고 봅니다. 백성이 정권을 질타하는 것이야 무엇이 대수겠습니까? 그러나 조선일보조차도 남미 연합군으로 북한을 압살하자고 감히 드러내진 못합니다.
"형! 저도 수구란 말을 많이 하거든요."
"??? 네가? 왜? ?????"
갑작스런 말에 형은 좀 당황스러워했습니다.
"......."
"누구한테?"
"형은 노무현이 빨갱이라고 생각합니까?"
"그런 기질이 좀 있고, 노무현보다는 그 밑에 있는 자들이 빨갱이인것같던데."
"전쟁을 하게 되면, 우린 어떻게 되겠습니까?"
"편하지는 않겠지."
"바로 겉으론 국가의 이익을 말하지만, 사실은 국가의 이익과는 전혀 상반되게 전쟁을 충동질하는 사람들을 전 '수구'라 말합니다."
대화는 생각보다 험악하게 끝나지는 않았습니다. 전쟁은 안된다는 것과, 전라도 사람들에 대한 우리의 인식은 편견이 자리하고 있다는 것과, 좌익이든 우익이든 똑같은 사람이라는 결론을 맺었습니다. 참담한 심정으로 용기를 내었지만, 결론은 대화시작을 잘했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극좌와 극우는 서로 통한다고 했습니다. 프롤레타리아 혁명투쟁으로 자본주의 사회를 뒤업어야한다고 주장하는 극좌가 있다면, 그들의 혁명은 분명 성공하긴 힘들 것입니다. 그러나 전쟁을 통해서라도 한 쪽의 세력을 압살해야한다고 주장하는 자들은 자신들의 모습이 바로 자신들이 공격하는 극단적 빨갱이의 모습임을 주지하질 못한다는 사실입니다.
난 이곳에 오는 사람들이 모두 꼴통이고 모두 극우라 생각하진 않습니다.
전쟁을 하여 북을 압살해야한다고 생각하지만 않는다면,
전라도라는 지역민들이 모두 상종못할 개종자들이라는 생각만 버린다면,
노무현과 김대중이 빨갱이라는 황당한 주장만 접는다면,
당신들이 한나라당을 지지하든, 보수의 세상을 말하든 제가 이런 곳에 거품물 일은 없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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