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이인제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 사람입니다만 그의 연설에 공감하는 점이있어 올려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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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인제 의원 국회신상발언] “그들의 음모와 싸워야 한다”
“자고 일어나니 유명해져 있었다”는 시인 바이런의 말이 있습니다. 그런데 자고 일어나니 제 정치생명의 목이 잘려 있었습니다. 잘린 목에서 흐르는 피를 구경하며 사람들이 흥분하고 있었습니다. 아무 것도 모르는 상태에서 단 한마디의 변명도 할 기회를 주지 않고
정치인 이인제가 무참하게 단두대의 이슬로 사라진 것입니다.
저 프랑스 대혁명이나, 레닌의 볼세비키 혁명, 중국 문화대혁명의 와중에서 혁명의 적으로 지목되는 것 자체가 곧 죽음을 의미하는 시대가 있었습니다.
한번 올가미가 씌워지면 벗어날 수 없었습니다.
그러나 그 때에는 옳건 그르건 혁명의 대의(大義)가 있었습니다.
그런데 지금 이 땅에서 벌어지는 이 광란의 정치 학살극에는 어떤 대의가 존재하는 것입니까.
아직도 지구상에 존재하는 극소수의 전체주의 정권이 권력의 강화를 위하여 적으로 지목하기만 하면 밤사이에 당사자를 처형하고 그 가족을 수용소로 유배 보낸다는 생생한 증언이 생각납니다.
지난 총선에서 원도 한도 없이 돈을 썼으나 의회 진출을 하지 못한 사람이 대통령이라는 최고의 권력을 잡은 후에 이 의회를 향하여 어떤 말을 쏟아 놓았습니까.
“잡초 같은 정치인이다”, “4급수는 목욕도 하면 안 된다”, “시민혁명은 계속되어야 한다”....
한 마디로 의회주의를 위협하고 자기의 적대세력을 뿌리 뽑아 없애버리겠다는 살벌한 파시즘의 광기가 묻어나는 말들입니다.
최고의 권력자가 시민혁명을 선동하고 그 추종자들이 “악랄하게 전진하자”고 다짐하는 모습을 21세기 대한민국 서울 한 복판에서 바라보리라고 누가 상상할 수 있었겠습니까.
혁명은 피지배계급이 지배계급을 타도하고 권력을 잡는 것입니다. 도대체 그의 눈에는 누가 타도해야 할 적대계급이며, 대한민국 대통령이라는 권력보다 얼마나 더 큰 권력이 필요하여 혁명을 선동하는 것인지 국민 앞에 고백해야 합니다.
존경하는 선배동료의원 여러분!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오늘 일부 정치검찰을 앞세워 부패척결이라는 미명하에 자행하는 대선자금 수사는 이제 그 실체가 드러나고 있습니다.
다가오는 총선에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의회권력을 장악한 다음 그들이 꿈꾸는 정체불명의 혁명을 추진하고야 말겠다는 정치적 음모의 일환으로 신성한 검찰의 칼을 동원하고 있는 것입니다.
우리는 역대 독재정권들이 경찰, 행정공무원, 통반장 등, 온갖 관권을 동원하여 선거부정을 자행함으로써 파멸을 자초한 역사를 갖고 있습니다. 그러나 소수 정예의 최고 사정기관인 검찰을 이렇게 전면에 내세워 민의의 심판인 총선에서 경쟁해야 할 상대 당을 초토화시키고, 눈에 가시 같은 정적들을 차례차례 학살하는 만행을 저지른 정권은 없었습니다.
그들이 내세운 부패척결은 미명에 불과하고 그들의 숨은 의도는 총선에서 혁명의 전위에 설 세력을 구축하는 것입니다. 의회를 그들의 손아귀에 넣는 것입니다.
국민의 검찰로 다시 태어나겠다고 다짐했던 검찰이 위기에 직면하고 있다는 사실을 저는 엄중하게 경고합니다. 일부 정치 검찰이 권력자의 추악한 음모를 충실하게 뒷받침하는 사태가 즉각 중단되지 않는다면 검찰 전체의 명예와 권위는 회복할 수 없는 상처를 입게 될 것입니다.
검찰 위에 권력자의 의도가 있는 것이 아니라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향유해야 할 국민이 있으며 우리 모두가 충성해야 할 자유민주주의의 나라 대한민국이 존재하고 있다는 사실을 잠시도 잊지 말기 바랍니다.
얼마 전 제1야당의 전 대표를 그날 드라마의 주인공으로 내세우기 위해 정치검찰은 무슨 짓을 했습니까. 도망갔는지 도피시켰는지 모르지만, 돈을 주었다는 재벌회장의 팩스를 증거로 사용하였습니다.
검찰 입장에서 보면 그 재벌회장도 똑같은 범죄혐의자일 것입니다. 그와 내통하지 않고 어떻게 그러한 내용의 팩스를 검찰이 확보할 수 있는 것입니까. 정치적 목적을 위해 야당의 전 대표를 그날의 제물로 차질 없이 바치기 위해서는 다른 범죄혐의자와도 내통할 수 있다는 것 아닙니까. 하늘이 내려다 보고 국민이 알고 있습니다.
저는 우리 검찰이 오직 국가와 국민, 그리고 헌법에 충성하는 검찰로 되돌아 와 국민의 믿음과 사랑을 잃지 않기를 바랄 뿐입니다.
저는 한나라당의 돈을 받은 사실이 없을 뿐만 아니라 그러한 돈이 저를 향해 오고 있었다는 사실도 까맣게 모르고 있었습니다. 대통령의 꿈을 키워 온 제가 다른 당의 돈을 받을 수는 없는 일입니다.
제가 특히 분노하는 것은 한 밤에 긴급 체포된 저의 전 특보가 처음부터 저에게 돈의 일부를 전달했다고 거짓말을 한 것이 아니라 처음에는 사실대로 자기가 다 사용하였다고 진실을 말했다는 사실입니다.
그러자 검찰은 그의 처와 장모까지 모두 연행하여 밤새도록 저를 죽이기 위한 허위진술을 강요했다는 사실입니다. 그리고 이러한 거짓진술을 가지고 저에게 단 한마디 말할 기회도 주지 않고 제 정치생명을 살해한 것입니다.
존경하는 선배동료의원 여러분! 사실 저는 오늘 저의 억울함을 호소 드리려고 이 자리에 선 것은 아닙니다. 시간이 걸리겠지만 진실과 저의 결백은 법정에서 밝혀지고 말 것입니다.
저는 일부 정치 검찰을 앞세워 자행하는 이 치졸한 정치보복과 정적 죽이기는 노 정권이 이번 총선에서 의회를 장악하고 그들만의 혁명을 추진하겠다는 정치적 음모의 일환이라는 사실을 온 국민에게 알리고자 이 자리에 섰습니다.
그들의 의도에 말려 의회라는 민의의 전당마저 그들의 수중에 떨어진다면 저는 이 땅의 민주주의는 중대한 시련에 직면하게 된다는 점을 분명히 증언하고자 합니다.
그 때는 이미 늦을 것입니다.
현재의 대통령이라는 권력에 만족하지 못하고 혁명을 선동하는 자들에게 의회마저 넘어간다면 권력은 광기를 더하게 되고 마침내 파쇼화의 길을 걷게 될 것입니다. 국민은 물론이요 그들의 운명도 불행해 질 것입니다.
우리는 늦기 전에 그들의 음모를 깨뜨려야 합니다. 싸워야 합니다. 우리의 위대한 국민들께서 우리가 쟁취한 자유민주주의의 소중한 가치를 지키고 경제적 번영을 성취해 나갈 건강한 세력으로 이 민의의 전당을 채워주시도록 저들과 투쟁해야 합니다.
저는 이러한 싸움과 투쟁에서 두려움 없는 용기로 나설 각오입니다.
그들이 제 정치생명을 살해했으나 저는 아직도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향유할 권리를 갖고 있는 국민의 한 사람입니다. 위대한 조국 대한민국을 사랑하는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지금 저들과 싸울 때이며 싸워 이기는 것이 저의 신성한 의무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습니다.
이 신성한 의무에 헌신하겠다는 다짐을 드리며 저의 말씀을 마치겠습니다.
경청해주셔서 감사합니다.
2004. 02. 27
국회의원 이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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