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날 참치캔' 4일간 겨우 5.9% 회수
농심은 회수 '생쥐 새우깡' 공개 거부
재가공할지 폐기할지 방침도 안 정해
'쥐머리 새우깡'과 '칼날 참치캔' 생산업체인 농심과 동원F&B는 소비자들에게 사과하고 관련 제품을 전량 회수(리콜·recall)한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본지 기자가 리콜 제품 창고를 확인 취재한 결과, 이들 업체의 발표 내용은 실제 회수하는 양을 수십~수백 배씩 부풀린 것으로 나타났다. 회수한 제품을 어떻게 처리하는지 명확한 절차가 마련돼 있지도 않았다. 농심은 "회수제품을 보관하고 있다"고 주장한 창고 공개조차 거부했고, 동원 F&B가 24일까지 수거한 제품은 전체 리콜 대상의 5.9%에 불과했다.
◆운동장만한 창고에 회수 참치캔은 24개
24일 오후 경기 용인시 양지면 동원F&B 양지물류센터. 서울 강남권과 경기 화성·평택, 강원 춘천·원주 등 강원 서남부지역을 포괄하는 전국 9곳 중 하나인 동원F&B의 물류창고다. 이 지역에서 회수되는 참치캔은 모두 이곳으로 모은다고 했다.
학교 운동장만한 넓이의 창고로 들어섰다. 한쪽 구석에 참치캔 48개가 들어가는 박스 10여 개가 쌓여 있었다. 다른 참치캔 박스와 달리 비닐 테이프로 봉해져 있었다. 이 창고를 관리하는 동원F&B 관계자는 "참치캔, 햄, 식용유 등이 들어 있으나 팔리지 않았던 선물세트 안에서 리콜 대상인 참치캔만 빼내서 따로 모아 둔 것"이라고 말했다. 모두 878캔이었다. "리콜하겠다"고 발표한 지 4일이나 지났지만 시중에 판매됐다가 리콜돼 온 것은 단 1캔도 없었다.
이 관계자는 "내일(25일)부터 본격적으로 회수돼 들어올 것"이라고 말했다. 그래서 하루 지난 25일 오후 다시 확인했다. 이날 오후 5시까지 서울 강남권과 경기 화성·평택, 강원 춘천·원주 등 강원 서남부지역 등 이 물류센터가 관할하는 지역에서 회수돼 온 참치캔은 모두 24개. 이 관계자는 "시간상 오늘 중 더 들어올 것은 없다"고 말했다.
동원F&B측은 지난 20일 리콜을 발표하며 "수거대상 제품은 17만50캔에 2억9000만원에 달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24일까지 전국 9개 자체 물류센터에 회수돼 있는 제품은 수거대상의 5.9%인 1만33캔(동원F&B측 주장)에 불과했다.
이에 대해 동원F&B의 한 간부는 "리콜 대상 제품은 작년 7월 4일 생산된 것인데 이미 대부분 팔려나가 소비됐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다시 말해 현실적으로 수거가 어렵거나 이미 소비됐다는 걸 알면서도 수거 목표량만 공개한 것이다.
◆농심, 창고문 닫고 회수제품 공개거부
'생쥐머리 새우깡'을 판매한 농심은 회수한 제품을 보관하고 있다는 창고를 아예 보여주길 거부했다. 25일 오후 부산 사상구 모라동 사상공단에 있는 농심 부산공장. 농심측이 "전국에서 문제가 된 '생쥐머리 새우깡'을 회수해 보관하는 창고"라고 밝힌 곳이다. 본지 기자가 회수 실적을 직접 확인하고 싶다고 했으나, 이 공장 직원은 "3200여㎡(약 1000평) 규모 창고에 빈틈 없이 쌓여 있다"고만 주장했다. 농심측은 "회수를 시작한 지 5일째인 23일까지 새우깡 18만 봉지를 회수했다"고 말했다. 이는 당초 회수하기로 한 15만4200봉지를 초과한 숫자다. 농심 관계자는 "문제가 된 '노래방 새우깡'뿐 아니라 다른 제품도 무더기로 반품돼 들어오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실제 그 정도로 회수했는지 확인하자"는 요청은 끝내 거부했다.
회수한 제품을 재가공해서 다시 원료로 쓸지, 사료로 쓸지, 아니면 완전 폐기할지 여부도 결정되지 않았다. 농심의 한 간부는 처리 방안에 대해 "일단 전국에서 회수된 제품을 부산과 구미의 창고 두 곳으로 모두 모은 다음, 해당 지방자치단체의 처리 지침을 따를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폐기하라면 폐기해야 하고, 사료로 쓰도록 넘기라면 그렇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동원측도 마찬가지 입장이었다.
◆식품 이물질 신고 쇄도
식품의약품안전청에는 이번 식품 파동을 계기로 식품 이물질 발견 신고가 쇄도하고 있다. 강봉환 식품관리과장은 "지난 17일 새우깡 파동 이후 식약청 본청에만도 평소의 2배가 넘는 30건 이상의 식품 이물 관련 신고가 접수됐다"며 "반복적으로 문제된 경우, 위험성이 높은 물질이 나온 경우 등을 중심으로 조사를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식약청은 25일 소비자 신고가 접수된 식품업체는 보건당국에 즉시 보고하고, 식품의 제조부터 소비에 이르는 모든 단계를 추적하는 '식품 이력 추적제' 등을 골자로 하는 '식품안전 종합관리대책'을 발표했다.
이와 관련 소비자단체협의회 김바로 간사는 "그간 '문제기업'으로 찍힐 거라는 두려움 때문에 리콜을 회피하다 문제가 불거진 뒤에야 마지못해 리콜을 하는 경우가 많았다"며, "업체들은 정직하게 문제를 밝히고, 보다 안전한 제품을 만들려는 의지를 보여줘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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