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 살림을 언제까지 이대로 방치할 것인가.
국회의 예산결산 심의 및 의결권이 사실상 공백 상태다. 행정부 견제의 중요 수단인 국회의 예산심의가 제 기능을 하지 못하는 사이 국민의 피 같은 세금이 낭비되고 있는 것이다. 올해 기준으로 모두 185조여원(일반, 특별회계 포함)의 천문학적인 세금이 국회의 졸속 심의로 국민의 감시를 제대로 받지 못하고 정부 각 부처 재량에 따라 쓰여지고 있다. 지난 해 기준으로 국민 1인당 318만원의 돈을 행정부가 독단으로 주무르고 있는 셈이다. 이러다 보니 예산의 방만한 집행과 낭비, 예산 전용 등 각종 예산 오, 남용 사례가 곳곳에서 벌어진다. 그런데도 국회는 이렇다 할 제도 보완 없이 구태를 반복하고 있고, 국민들도 그 심각성을 못 느끼고 있는 안타까운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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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속철도와 중앙고속도로 개통 등으로 승객 수요가 없을 줄 뻔히 예측되는 상황에서 사업이 진행돼 공항 폐쇄에 이른 예천공항이 대표적 사례다. 그런데도 제2, 제 3의 ‘예천공항’을 짓기 위한 공사가 전북 김제와 경북 울진 등에서 계속되고 있다. 이런데도 정부의 예산집행을 심의하고 평가해야 할 국회는 자기 몫 챙기기에 급급해 나눠먹기 및 선심성 예산 끼워넣기에 분주하다. 당연히 국가 발전과 국민 복지 향상 등을 위해 가장 효과적으로 쓰여야 할 국가 재원이 낭비되는 일이 다반사다.
17대 국회 개원이 보름 앞으로 다가왔다. 각 정당이 17대 총선에 나타난 민의에 부응하고자 정체성과 개혁 경쟁을 벌이는 초유의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하지만 행정부를 견제해야 하는 국회의 예결산 심의 및 평가 시스템을 제대로 정비하지 않고서는 ‘일하는 국회, 생산적인 국회’를 만드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경실련 박정식 시민감시국 부장은 “국회가 정치적 목표를 실현할 수 있는 두 가지 방법인 입법권과 예산통제권 가운데 후자를 사실상 포기한 상태에서 무슨 일을 제대로 할 수 있겠느냐”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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