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심으로 한나라당에게 권하노니
각자 뿔뿔이 흩어져 호구지책을 모색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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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껏 단 한 번도 한나라당의 국회의원님들을 위한 글을 쓴 적이 없습니다. 그러나 이제, 처음으로 한나라당의 국회의원들을 위해서 글을 써볼까 합니다. 오늘 한나라당은 무척 우울해 보입니다.
행자부 장관 해임건으로 갈팡질팡했습니다. 해임안을 내면 발목잡기로 비난을 받고, 취소하면 오락가락으로 비판을 받습니다. 전형적인 조선일보 프레임에 이번에 제대로 걸려들었습니다. 격세지감입니다. 매일 노대통령만 갇히던 그 무시무시한 조선일보프레임에 한나라당이 걸려들었습니다.
골치 아프시지요? 제가 보기에도 조금 안타깝습니다. 하지만 긍정적으로 보려고 합니다. 이것이 다 환골탈태를 위한 불가피한 고통이다. 이렇게 말입니다.
아, 한 가지가 더 있습니다. 북한의 U대회 참가에 따른 대통령의 유감표명 발언 문제입니다. 비판을 할 수도 안할 수도 없는 곤혹스럽기 짝이 없는 입장이었지요? 오늘 하루가 무척 길었을 것으로 보입니다.
빨리 하루가 가기를 두 손 모아 기도하실 줄 압니다. 그러나, 그러나 말입니다. 불행하게도 이런 일이 이번 한 번으로 끝나겠습니까? 아닙니다. 앞으로 이런 일이 비일비재할 것입니다. 지금의 한나라당 체제를 유지한다면 여러분은 계속 이런 딜레마를 겪고 결국은 헤어나지 못하고 주저앉을 지도 모릅니다.
왜? 시대가 바뀌었기 때문입니다. 이제 이미 대결적 사고로는 존립자체가 불가능할 지도 모릅니다. 이미 우리 사회는 다원적이 되었고 제 세력간의 합리적 토론과 타협의 시대로 접어 들어가고 있습니다.
돌이켜 봅시다. 지난 국민의 정부만 해도 정부와 여당은 한 편이었습니다. 야당은 타깃이 분명한 상대가 있었습니다. 그래서 단결할 수 있었습니다. 이회창 총재를 중심으로 똘똘 뭉칠 수 있었습니다. 당신들의 뜻을 좌절시키려는 상대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참여정부는 어떻습니까? 당신들의 상대는 정부, 청와대입니까? 아니면 민주당입니까? 헷갈리지요? 사실 저도 헷갈립니다. 과연 한나라당의 상대는 청와대일까 아니면 민주당일까 분명한 것은 저들이 한 편이 아니라는 겁니다.
청와대는 정부 대 국회의 구도를 잡고 있습니다. 예전의 국민의 정부처럼 정부여당 대 야당이 아니라 정부 대 국회입니다. 그러면 여러분은 민주당과 한편입니다. 그런데 그러면 안됩니다. 대결이 안되지요. 예전처럼 김대중이라는 분명한 적이 있어야 하는데 지금은 노무현이 적으로 설정이 되지 않습니다.
적이 없으니 적개심도 없고, 투쟁의욕도 없습니다. 싸울 일도 없고, 단결할 이유도 없습니다. 그냥 사안마다 입장이 달라질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데 조선일보는 한나라당이 단결하지 못한다고 난리를 떱니다. 과연 조선일보는 한나라당과 한 편일까요? 아 이제는 이것도 헷갈립니다. 조선일보가 한나라당을 까다니. 하긴 지난 대선 때 조선일보가 이회창을 깐 적도 있기는 합니다만.
그렇습니다. 이제는 예전의 대결 구도는 존재하지 않습니다. 노무현 대통령 정부 대 국회 구도가 국민적 설득력을 얻어가는 형국이기 때문입니다. 정부가 여당을 예전의 여당 대접을 하지 않고 있기에 여당은 불만이 쌓일 대로 쌓여서 야당보다 더한 소리가 튀어나오기도 할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당신들의 눈앞에서 적들이 싸우고 있습니다. 그런데도 기분이 묘합니다. 우리도 어디엔가 한 편이 되어 같이 싸워야 하는데 하는 생각이 드실 겁니다. 그래야 언론도 한나라당에 관심을 가져줄 텐데. 마치 자민련이 잊혀지듯이 한나라당도 잊혀질까 두렵습니다.
어쩌면 최병렬 대표가 광복절 집회에 참여한 이유도 어느 분 말씀처럼 개신교단의 돈도 필요했겠지만 뉴스거리를 얻어보려고도 했는지 모를 일입니다. 결과는 최악으로 나왔지만 가만히 앉아 있을 수만도 없었겠지요.
세상은 이미 다원화되었습니다. 검찰도 정부편이 아니고, 여당도 정부편이 아닙니다. 검찰은 야당보다 여당을 더 족칩니다. 여당은 거꾸로 청와대를 비난합니다. 자기들 끼리 치고 박고 합니다. 요즈음은 법원도 난리를 치르고 있습니다. 왜그럴까? 아 예전에는 안 그랬는데.
그렇습니다. 세상은 이미 바뀌었습니다. 예전의 그 무엇, .끼리끼리 통하던 의리는 다 사라졌습니다. 검찰에도 선을 대고, 국정원에도 선을 대고, 기자들도 손 좀 보고 해서 어려울 때 서로서로 돕던 사이, .그것이 요즈음은 통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우리끼리의 어깨동무, .바로 기득권 카르텔이 다 깨진 것입니다. 외로우십니까?
주5일제 문제로 요즈음은 재계와도 사이가 좀 그렇지요? 예, 모든 것이 두 편으로 갈리어 대결하던 시대가 가버린 것입니다. 지난 6개월 사이에 참여정부 집권 6개월만에 양자 대결구도는 어느새 사라져 버리고 이제는 엉망이 되어 싸우는 것으로 보이실 것입니다.
그래서 가끔 나라가 엉망이라고 목소리 높이시지만 그 소리마저도 각자 싸움소리에 파묻히어 언론에 보도되지도 않고 보도되어도 국민들이 눈여겨보지도 않습니다.
그러니 단합, 대동단결이 이루어질 턱이 없습니다. 그런데 조선일보가 단결이 안된다고 난리를 떱니다. 우는 놈 뺨때리는 격이지요. 사실은 조선일보도 답답할 것입니다. 사실 조선일보는 요새 세상의 변화를 인정하고 싶지 않는 것으로 보입니다. 최대표가 그랬었나요? 노대통령을 인정하고 싶지 않다고. 조선일보는 그럴 것입니다. 요새 세상의 변화를 인정하고 싶지 않다...나 돌아갈래...아 옛날이여...
자 한나라당 여러분, 이제 여러분이 느끼지 못하는 순간에 세상은 바뀌었습니다. 양자대결은 이미 사라졌습니다. 여러분은 이제 각자 스스로 판단해서 이 복잡해진 세상의 여기저기 기웃거려야 합니다. 한나라당의 지도부가 판단한다고 쩔레쩔레 따라가다가는 .낙오자 되기 딱입니다.
여러분 각자 판단하십시오. 주5일제도 그렇고, 북한의 U대회 참가도 그렇고, 행자부 장관 해임안도 그렇습니다. 한나라당이라는 이름으로 단결하는 시대는 이미 가버린 것입니다. 여러분 각자의 입장이 그 만큼 다르니까요.
이제 한나라당에서 노조적 정서를 가지신 분은 노조 편에 서시고, 사용자적 정서를 가지신 분은 사용자 편에 서십시오. 친북적 정서를 가지신분은 북한의 U대회를 환영하시고, 친미적 성격을 가지신 분은 반대하는 쪽에 서십시오. 행자부 장관 자르면 그 사람 뻔합니다. 남해에 총선후보로 나올 겁니다. 어쩌면 동정표까지 받을지도 모릅니다. 그러면 부산뿐 아니라 경남 전체가 흔들릴 것입니다. 경남지역 의원님들은 반대하시고, 다른 분들은 각자 알아서 하시면 됩니다.
투표는 각자 하기 나름입니다. 그러다 보면 여러분들 중에도 서로 죽이 맞는 분들이 생길 것이고 그렇게 그렇게 따로 따로 당을 차리시면 됩니다. 그러다 보면 민주당 사람들하고도 뭉치게 될 것이고, 왕따를 당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한나라당 여러분, 세상이 바뀌었습니다. 진심으로 여러분의 선택에 무운을 빕니다. 줄 잘 서셔서 부디 내년 4월에 다시 국회에서 만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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