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추연 > 국회의원비리 > "공천해 주세요"… 1억 돈가방 들고 찾아와

지방선거 출마 희망자들 “아이 러브 의원님들”
지역이권에다 내년부턴 지방의원도 급여 받게 돼
“선물용 홍어 동날 판”… 부인 보내 김장 돕기까지 [조선일보 이명진, 김봉기 기자] 요즘 국회의원들이 상한가다. 내년 지방선거를 앞둔 출마 예정자들이 공천을 받기 위해 국회의원들에게 목을 매고 있다. 내년부터 지방의원들도 5000만원(기초의원)~7000만원(광역의원)가량의 급여를 받게 되면서 부쩍 심해진 현상이다. 급여에다 지역 이권에 대한 영향력을 더하면 지방 의원이 아주 매력적인 자리가 된다는 것이다. 각 당은 후보 경선을 통해 후보를 뽑겠다고 하지만, 해당 지역구의 현역 국회의원과 중앙당 유력인사가 경선에 미치는 영향력은 여전하다.

◆돈·선물 공세=얼마 전 영남지역의 A 의원은 집으로 찾아온 손님이 들고 온 가방을 열어 보고 깜짝 놀랐다. 가방 안에는 1만원짜리 빳빳한 현금 다발로 1억원이 들어 있었다. 그는 “지방선거 때 후보가 되게 해달라”고 했다. A 의원은 이 손님을 돌려보냈다고 했다.
최근 후원금이 늘었다는 또 다른 영남지역 의원. 보통 10만원씩 들어오는데 100만원짜리가 있어서 확인해 보니 지역의 기초의원 출마 예정자였다. 출마 예정자 10여 명이 앞다퉈 보낸 후원금을 모두 돌려보냈다는 야당 의원도 있다. 야당의 한 고위당직자는 최근 출마 예정자로부터 수백만원대 후원금을 받았는데, 뒷맛이 영 개운치 않아 10분의 1만 받고 돌려보냈다.
국회의원에게 10만원 정치후원금을 내면 연말정산 때 11만원을 돌려받을 수 있다. 이를 이용해 의원에게 “10만원 낼 사람 수십명을 몰아다 주겠다”면서 접근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선물 공세도 많다. 서울의 B 의원은 한 구의원 출마 예정자로부터 장어로 만든 보약을 선물 받았다. 저녁에 불쑥 집으로 찾아와 놓고 갔다고 한다. 민주당의 한 인사에겐 자연산 장어 선물이 들어왔다고 한다. 민주당에선 “이러다가 (전남의 명물인) 흑산도 홍어가 동이 날 판”이라는 말까지 돌고 있다. 최근 한나라당 대변인이 된 이계진 의원에겐 “축하 난을 보내겠다”는 전화가 수십 통 걸려왔다. 얼굴도 모르는 ‘지역인사’들이 상당수였다. 동료의원 것만 받고 나머진 돌려보냈다.
◆연줄 동원=한나라당 김재원 의원(경북 군위·의성·청송)에게 연줄을 타고 들어온 부탁은 ‘학교 동창의 옛 스승 부탁’ ‘알고 지내는 기관원의 장인 부탁’ ‘종친회 관계자 부탁’ ‘친척 부탁’ 등 셀 수 없을 지경이라고 한다.
13년 경력의 한 보좌관은 최근 오랫동안 연락이 끊겼던 동창이 ‘꼭 한번 보자’고 해 약속장소로 나갔다. 그 동창은 “직장 그만두고 지방의원 해보려고 하는데 좀 도와 달라…”고 했다.
◆눈도장 찍기=국민중심당 정책연구소 격인 ‘PFA’가 주최하는 교육프로그램에는 등록자들이 넘쳐나고 있다. 네 번 교육받는 데 내는 돈이 50만원이다. 뒤풀이 자리에서 당 관계자에게 출마 예정자 여럿이 90도 각도로 인사하는 모습이 자주 목격된다. 한 정치권 인사는 “꼭 조폭 모임 같더라”고 했다. 당 유력인사나 의원들이 지역구에 가면 톨게이트부터 따라붙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고 한다.
◆몸으로 때우기=민주당은 최근 60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체육관에서 유종필 광주시당위원장 취임식을 치렀다. 유 위원장은 “지난 총선 이후 최대 행사였다”고 했다. 참석자의 상당수는 지방선거 출마 예정자들이 동원한 사람들이다.
부인들도 빠질 수 없다. 김장 담그는 데 출마 예정자 부인들이 도와주겠다고 찾아오는 것은 고전적 수법이다. 동네에서 결혼식이 있거나 초상이 나면 출마자 부인 5~6명이 경쟁적으로 부엌일에 팔을 걷어붙이는 바람에 돈 들여 사람을 쓸 일이 없다고 한다.
◆스토커 작전=한나라당 진영 의원(서울 용산)은 얼마 전 국회에서 ‘백봉신사상’을 받았다. 그 시상식장에 출마 희망자들이 몰려와 진 의원을 곤혹스럽게 만들었다. 한나라당 이인기 의원(경북 고령·성주·칠곡)은 수행원들에게 계속 입조심을 시키고 있다. 그런데도 출마 예정자들은 어떻게 알았는지 꼭 나타난다고 한다. 행사장에서 얼굴 모르는 사람이 옆에 딱 붙으면 출마 예정자라는 것이다. 여당의 조직국 관계자는 “보좌관이 지역구 지방선거에 출마한다고 알려진 의원들에겐 ‘다 해먹으려고 하느냐’는 익명의 항의전화가 걸려오기도 한다”고 전했다.
(이명진기자 [ mjlee.chosun.com]) (김봉기기자 [ knight.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