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 위기 때 가만히 있는 건 무책임" 이회창씨, 거취 첫 언급
[중앙일보 2006-02-24 06:51]
[중앙일보 남궁욱] 이회창(얼굴) 전 한나라당 총재는 23일 "나라가 위기에 있을 때 가만히 있는 것은 국민으로서 무책임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현실정치에 뛰어드는 것은 아니지만 현실에서 도피하거나 방관자로 지내는 것이 아니라 나라에 도움이 될 수 있는 길이 있을지 고민 중"이라며 "아직 구체적으로 무엇을 하겠다는 것은 아니다. 국민으로서의 의무에 대해 생각하고 있다"고 했다. 부산행 KTX열차에 동승한 본지 기자에게 한 이야기다.
부산시장 출마를 준비 중인 한나라당 권철현 의원의 출판기념회 참석을 위해 부산으로 가는 길이었다. 그동안 이 전 총재는 '정계 복귀'냐 '아니냐'는 논란 속에서도 일절 속내를 드러내지 않아 왔다. 이 전 총재가 자신의 향후 진로에 대해 처음으로 입을 열었다. 즉각적인 현실정치 참여엔 유보적이면서도 자신의 역할 공간을 찾아나서겠다는 분명한 의지를 밝힌 셈이다.
이 전 총재의 발언은 일단 정치권의 지형 변화를 지켜본 뒤 정계 복귀 가능성을 타진하겠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진다. 한 측근은 "무언가를 하겠다는 의지가 전보다 훨씬 더 강해진 것 같다"며 "단순한 사회적 활동에 그칠지 정치활동으로 이어질지는 유동적"이라고 말했다.
이 전 총재는 권 의원 출판기념회 축사에서 김대중 전 대통령의 방북을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김 전 대통령은 햇볕정책을 펴다 북한의 핵무장을 낳은 장본인"이라며 "북한의 핵 보유에 죄책감을 느끼고 몸을 던져 핵을 폐기시켜야 할 사람이 새로운 남북관계를 위해 방북한다는 게 말이 되느냐"고 목청을 높였다.
또 그는 한나라당에 대해서도 날선 비판을 했다. 이 전 총재는 "한나라당이 김 전 대통령의 방북 자체가 아닌 시기 문제에만 반대하는 것을 보고 걱정스러웠다"며 "국가의 미래보다 짧은 당리당략에 집착한다는 인상을 준다"고 했다. "한나라당 내에도 대한민국의 정체성을 무시하는 사람들이 있어 곤혹스럽기 짝이 없다"고도 했다. 한나라당 대북정책에 대한 이 전 총재의 비판은 날이 갈수록 더 예리해지고 있다. 그래서 이 전 총재가 한나라당보다 이념적으로 더 오른쪽에 서 있는 보수세력을 발판으로 정치적 입지 마련을 모색하는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부산=남궁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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