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노 개혁파'로 통하는 참정연(참여정치실천연대) 소속의 한 의원은 유시민 의원에 대한 당내 민심을 이 같이 전했다. 본인도 감지할 수준이다. 유 의원은 "내가 그렇게 불편하고 내가 나가서 당이 평화로워 진다면…"이라며 '떠밀린 탈당' 의지를 비치기도 했다. 유 의원은 "더 미움받기 싫다"며 언론과의 접촉도 꺼리고 있다.

유 의원이 '고립무원'에 처했다는 말이 공공연하다. 유 의원에 대한 이성적·비이성적 비토는 더 이상 새롭지 않다. 특히 '지적 권위주의에서 비롯된 독설화법'에 대한 반감은 당 안팎을 넘어 찬반 공방이 벌어질 수준이다. 하지만 이번에는 좀 다르다.

'정서'적 수준을 넘어 구체적인 이해관계가 걸린 '제도'를 놓고 벌어진 '왕따' 현상이다. 기간당원제가 그 핵심. '미니정당'인 개혁당이 주도해 만들어진 기간당원제를 놓고 참정연 대 비참정연의 전선이 그어진 형국이다. 따라서 개혁당 세력이 주축인 참정연, 그 중에서도 '대표선수'인 유 의원이 자의반 타의반으로 그 화살을 맞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유 의원은 중앙위원 총사퇴 주장을 "다수파에 의한 쿠데타"로 규정해 당내 '다수'를 자극했다. 중앙위원 해산을 통해 당헌·당규를 손대고 결국 기간당원제를 무력화시키려는 의도라는 것이 유 의원의 판단이다.

이에 대해 김현미 의원(경기도당 위원장)은 지난 연석회의 석상에서 "다른 것(선거 승리)은 어떻게 돼도 정당개혁, 정치개혁만 성공하면 된다는 분들은 다른 데 가서 하라"고 쏘아 부쳐 참정연측의 반발을 샀다.

유시민 "더이상 미움받고 싶지 않다"

기간당원제에 대한 손질 여론은 당내에 광범위하게 퍼져있다. 단지 지방선거, 국민경선 등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고자 하는 차기주자 그룹의 이해관계를 넘어 민주당과의 합당·연합을 주장하는 세력도 기간당원제 손질은 필수적이라고 판단한다.

상대적으로 세가 약한 김근태 장관 진영은 대폭 손질을, 정 장관측은 소폭 개정의 입장이다. 무엇보다도 대선후보 선출을 위한 국민경선에서 얼마나 자기편의 대의원을 많이 확보하느냐가 관건이기 때문이다.

민주당과의 합당을 주장하는 측은 공천문제가 가장 크다. 공직 후보자를 기간당원제가 선출하는 현재의 상향식 공천제로는 합당은 물론 소연정도 불가능하다는 판단이다. 민주당 통합의 총대를 멘 염동연 의원이 기간당원제 폐지를 주장하는 것은 그런 맥락이다.

정치적 이해관계와 무관하게 기간당원제를 현실에 맞는 제도로 수정·보완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당비 대납의 폐해가 대표적이다. 선거를 전후로 당원 수가 늘었다, 줄었다 하는 '고무줄 당원제'란 지적은 오래된 얘기다.

김원웅 의원은 "기간당원제는 개혁당의 모델인데 당원들의 자발성과 참여성에 있어 열린우리당과 조건이 다르다"며 "현실적 괴리가 있는 제도를 무작정 고집하는 것도 문제"라고 손질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보였다.

오영식 의원은 "당헌·당규를 손대면 반개혁이고, 손대지 않으면 개혁이냐"며 "참여정치 실현이라는 취지를 살리기 위해 기간당원제에 대한 성과와 문제점을 냉정히 평가할 때"라고 말했다.

과거로의 회귀냐, 제2창당의 출발이냐

참정연은 순수한 개정의 입장과 기간당원제를 무력화시키려는 시도는 분리해서 봐야 한다며 선을 그었다.

김형주 의원은 "기간당원제의 문제점을 확대 과장해 당헌을 손보려는 세력이 분명히 존재한다"며 "당규를 고치는 수준에서 기간당원제의 문제는 보완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유시민 의원은 "당비 대납 등의 문제에 대한 보완책은 이미 당규에 나와 있다"며 "기간당원제 문제는 '좋았던 옛날'로 돌아가기 위한 '최초의 폭발점'일 뿐"이라고 말했다. 비상집행위원회가 내걸고 있는 '제2창당' 수준의 변화도 당헌·당규 개정을 위한 명분에 불과하다는 것이 참정연의 주장이다.

이에 대해 비상집행위원직을 맡고 있는 한 재선의원은 "현재 상황을 확대 과장해 정치적 이득을 취하려는 세력이 있다"며 유시민 의원측을 겨냥했다.

'당원이 주인되는 정당'을 만들자고 생겨난 기간당원제. 시행 3년째 운영상의 여러 문제점을 드러냈음에도 열린우리당은 대표적인 '개혁상품'으로 기간당원제를 홍보해왔다. 하지만 지지율 10%대로 추락한 집권여당의 현실은 "주인이 누구냐"는 근본적인 문제를 다시 제기하고 있다. 과거로의 회귀냐, 제2창당의 출발이냐의 기로에 선 모습이다.

당원이 주인되는 정당하자더니...기간당원제가 당 깨나 민주노동당이 진성당원제라면 열린우리당은 기간당원제다. 한마디로 당비 내는 당원들로 풀뿌리 민주주의를 실현하자는 정당개혁의 실험으로 출발했다. 열린우리당 당헌에는 당원의 기준을 기간당원과 일반당원으로 구분하고 있다. 기간당원은 당비(월 2천원)를 6개월 이상 낸 당원으로 공직 후보 선출 등의 투표권과 피선거권을 갖는다. 또한 중앙위원회 또는 시·도당 상무위원회가 인정하는 당원 연수 또는 당 행사에 매년 1회 이상 참여해야 할 의무도 있다. 반면 일반당원은 사실상 아무런 권리행사도 하지 못한다. 공직 및 당직의 선거권과 피선거권 등이 없으며, 다만 대통령 후보 선출시 이들의 여론이 반영될 수 있는 길이 부분적으로 열려 있다. 차기 주자들 사이에서는 국민경선에서 기간당원과 일반당원의 투표권을 어떤 비율로 반영할지를 두고 이해가 엇갈리고 있다. 기간당원과 일반당원, 일반국민(전화여론조사 등)의 반영 비율에 따라 유불리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또한 민주당 통합을 주장하는 측에서도 기간당원들에게만 주어진 공직후보자 선출권은 '연합공천' 등을 통한 '지분 나누기'가 불가능하게 한다는 점에서 폐지를 주장하고 있다. 기간당원제를 폐지하자는 측이나 기간당원의 요건을 완화하자는 측에서 '당헌' 개정을 주장하는 것은 이 때문이다. 기간당원제가 당을 깰 수도 있다는 얘기는 그래서 나온다. 이 같은 첨예한 이해관계로 인해 비상집행위원회는 골머리를 앓고 있다. 당장 참정연은 회의 내용을 공개하라고 압박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