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원시의회 의장 선거를 앞두고 출마자로부터 1300만원을 받은 혐의로 민주노동당 소속 시의원이 경찰에 체포되어 조사를 받고 있다. 민주노동당 최고위원회는 본인이 부정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해당사자에게 이자를 주고서라도 대부를 받아서는 안 된다’는 민주노동당 공직자윤리규정을 명백히 위반하였으므로 제명 및 의원직 사퇴를 촉구키로 했다 한다. 이는 당연한 일이다. 그러면서 올 것이 왔다. 아니 너무 빨리 왔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요 몇 년 사이 많은 가까운 사이에 있는 많은 사람들이 민주노동당에 대해 물었을 때 오직 한 가지 대답은 우리는 기존의 보수정당과는 다르다는 것이었다.
‘정치하는 x들 다 그렇고 그렇지’라는 자조와 허탈감에 사로잡힌 대중들에게 민주노동당은 정말 자신을 바쳐 헌신적으로 당을 건설하고 당원을 조직하며 진정으로 진보정치의 초석을 놓기 위해 물질적으로 어렵지만 한 눈 팔지 않고 전진할 것이라고 말해 왔다. 그러나 그런 자신감의 한 편에 일말의 불안감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민주노동당 대부분 당원들은 그런 초심으로 당 활동을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것이 민주노동당을 지키는 원동력이다. 그런데 소위 ‘뇌물파문’이 생겼다. 그것도 17대 국회가 실질적으로 시작되는 정기국회를 앞두고 보수진영에서는 매우 좋은 안주거리가 생겼다. 정말이지 수백억의 불법 정치자금을 수수한 보수수구정당들에 비하면 ‘새 발의 피’지만 민주노동당의 이미지에는 ‘독수리의 발톱’만큼이나 날카롭게 민주노동당에 상처를 남겼다.
17대 총선을 통해 민주노동당이 실제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의 국민적 지지와 10명의 국회의원을 배출하면서 일종의 거품이 아니냐는 비아냥거림도 들었다. 보수정당들이 워낙 죽을 쑤고 노무현정부의 개혁이라는 것이 자신들이 제시한 공약의 잉크가 채 마르기도 전에 언제 그랬냐는 듯이 내팽개치는 상황에서 정말 신선한 민주노동당에 반사적으로 표를 던진 대중들이었다. 그러나 그 대중들은 이번 사건으로 ‘그 x 이 그 x’이라는 식의 생각을 가지게 되었을 것이다. 여야 보수정당들의 뇌물은 수백억이지만 민주노동당의 뇌물은 티끌에 불과하다고 우리는 애써 변명할지 모르지만 ‘바늘 도둑이 소 도둑’ 된다는 생각을 하는 사람들은 많은 실망을 했을 것이다.
세상은 다 그렇고 그렇다는 생각을 하기 시작하는 순간 이미 부패와 몰락은 시작하는 것이다. 식물이나 동물이나 병이나 흠이 있다고 썩지 않는 것이 아니다. 까치가 과일을 쪼아두면 그 과일은 성장하면서 동시에 썩는다. 부패와 성장이라는 아이러니에 빠지게 된다. 부패는 내부와 외부 모두로부터 발생할 수 있다. 물론 그 모든 것은 내부적인 문제다. 정당이 권력을 잡는 것이 목표라는 것은 일반론이다. 그러나 우리에게 더 중요한 일은 어떤 과정을 통해 권력을 잡는가 하는 문제다. 그리고 그 권력이 어떻게 행사될 것인가 하는 문제다. 그런 면에서 보면 우리는 지금 내부적으로 일정부분의 부패를 안고 있다고 본다. 완전무결한 것은 없을 터이니 그 이상 확대되지 않는다면 다행한 일일 것이다.
오늘날 같은 물질 만능의 자본주의사회에서 민주노동당처럼 오직 헌신 하나만으로 권력을 잡을 수 있겠는가? 많은 사람들은 민주노동당도 별 수 없이 정치자금의 유혹으로부터 벗어날 수 없을 것이고 그래서 기존 보수정당들과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기존의 관행을 벗어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한다. 이번 사건 역시 그러한 조짐이라 생각한다. 지금까지 몇 차례 선거를 겪으면서 느낀 점이지만 부르주아 선거라는 것은 정말 돈이 많이 들어간다. 많으면 많을수록 좋다고 생각하기 마련이다. 돈 줄 즉, 정치자금의 유혹에서 벗어 나는가아닌가가 기존 정당들에 포섭되는가 아니면 민주노동당에 남는가를 선택해야 할 정도로 선거 판은 온통 돈과의 전쟁이다.
그런데 선거를 가만히 살펴보면 결국 당선을 목표로 하는 것이며 당선을 위해서는 선전이든 조직이든 그것이 무엇으로 표현되든 결국 돈 문제에 귀착될 수밖에 없다는 결론에 도달한다. 그런 유혹은 바로 부정한 정치자금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게 된다. 무리하게 끌어들인 돈으로 선거를 치렀다면 반드시 그 돈을 갚아야 할 현실 때문에 역시 사후적으로 부정한 정치자금에 눈을 돌릴 수밖에 없어진다. 물론 어렵다. 상부정치구조는 하부의 경제적 토대에 의해 뒷받침된다. 그렇다고 권력을 잡는 과정이 돈으로만 뒷받침되어야 한다는 뜻이 아니다. 여기서 경제적 토대는 민주노동당이 새로운 세상에 대한 전망을 실천적으로 제시함으로써 기존의 자본주의 경제 틀이 재편되는 것을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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