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추연 > 국회의원비리 > “한나라는 웰빙족” 당내 공감 많아

6월국회 끝나자 절반넘게 외유
골프·폭탄주·해외여행이 ‘3大문화’
장관해임 표결날 골프여행 계획도 [조선일보 홍석준, 김봉기 기자] 한나라당 김문수(金文洙) 의원은 최근 “한나라당 의원들은 하루하루 즐기며 사는 웰빙족”이라고 말했다. 그런데 그 뒤에 “맞다. 정말 웰빙족이다”는 의원들이 자꾸 생기면서 이에 가세하고 있다.
◆한나라당 3대 문화
‘한나라당식 웰빙’의 특성에 대해 초선인 박형준 의원은 “정치적 고민은 부족한데 의원들끼리 친교 문화는 활발한 것”이라고 했다. 초선인 김재원 의원도 “좋은 게 좋다며 튀지 않고 휩쓸리는 것”이라고 했다. 국민을 상대로 한 정치 이상으로 당내 친교가 중요하다는 것이다. 이런 ‘친교문화’에서 빼놓을 수 없는 세 가지가 골프, 해외여행, 폭탄주다.

경남지역 의원 10명은 국방장관 해임안 표결이 있던 6월30일 부부동반 베트남 골프여행을 잡았다. 당 지도부가 이를 막았다. 결국 이들은 날짜를 하루 연기, 다음날 출국했다. 부부당 회비는 270만원이었다고 한다.
영남권 초선의원 모임인 ‘낙동모임’ 의원 20명은 6월 11일 부산에서 무려 5팀이나 되는 대규모 골프 모임을 추진했었다. 이 사실이 언론에 보도되자 계획을 취소했다. “언론 때문에 골프도 마음대로 못한다”며 화를 낸 이들도 있었다.
스폰서를 끼우거나 의원들끼리 1~2팀 하는 골프는 일상화돼 있다. 주중 골프도 서슴지 않는다. 1타당 5만원 또는 10만원짜리 내기골프도 즐기고 골프 뒤에는 으레 폭탄주가 돈다. 술에 취해 맥주병을 날리는 사고도 있었다. 경북의 한 의원은 “골프를 안하면 거의 왕따 분위기”라고 했다. 왕따가 싫으면 폭탄주도 먹어야 한다. 여성의원들도 5잔 정도는 먹어야 하다. 이런 문화 탓인지, 지난 4·30 재보선에서 당선된 한 초선의원이 중진의원들과의 상견례 때 폭탄주를 거절한 것이 지금까지도 화제가 되고 있다.
◆외유 때문에 상임위도 못열어
6월 임시국회가 끝나자 마자 해외여행을 떠난 한나라당 의원(총 125명)은 최소 절반이 넘는다. 열린우리당보다 의원수는 21명 적지만, 현재 외유 중인 의원수는 더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기자가 취재를 위해 이날만 의원 12명에게 전화를 걸었지만 통화가 된 이는 3명뿐이었다.
13일 국회 의원회관에 출근한 한 초선의원은 “여름방학 중에 혼자 당번을 서는 기분”이라고 했다. 북한 핵연료봉 인출 문제가 이슈가 됐던 지난 5월엔 강재섭 원내대표가 국방위, 통일외교통상위 등 국회 상임위를 소집하려 했으나, 의원들이 거의 외유 중이라 포기해야 했다.
◆불리하면 분열, 유리하면 자만
수도권의 한 초선 의원은 “한나라당 문화의 더 큰 문제는 노는 것보다도 국가현안에 대해 고민과 치열함이 부족한 정신적인 부분”이라고 했다. “야당 의원이 국무총리에게 망신을 당하고 여당에 정치적으로 뒤져도 다음날 희희낙락 골프장으로 달려가는 것이 한나라당”이라는 것이다. 한 당직자는 “정치상황이 불리하면 4분5열되고, 유리하면 자만하는 것이 한나라당 내 정치 풍토”라고 했다.
(홍석준기자 [email protected] ) (김봉기기자 [ knight.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