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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왕설래]공적자금 나눠 먹기

1997년 말 닥친 IMF 위기는 ‘단군 이래 최대 위기’라는 평가를 받은 국난이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대규모 금융 구조조정이 단행돼 그해 말 당시 전체 금융기관 2101곳 가운데 40%가량인 848곳이 하루아침에 사라졌다. 거리에는 수백만명의 실업자들이 떠돌았다. 이때 위기에 빠진 대한민국호를 회생시키는 데 결정적 역할을 한 것이 공적자금이다. “공적자금 지원을 통해 세계에서 유례없이 IMF 위기를 조기에 극복하고, 최단 기간 내에 국가신인도를 A등급으로 끌어올렸다”는 등의 자화자찬식 평가가 나오기도 했다. 1997년 11월부터 지난 7월까지 모두 168조3000억원의 공적자금이 투입됐고, 이 가운데 47%인 79조8000억원이 회수됐다. 그러나 공적자금이 ‘눈먼 돈’으로 둔갑해 부실 기업·금융기관들이 흥청망청 써대는 도덕적 해이도 적지 않았다. 오죽하면 검찰이 공적자금비리 합동단속반까지 꾸려 수사에 나섰을까. 4년간의 수사 결과 부실 기업주를 포함한 106명이 구속되는 등 모두 290명이 사법처리됐다. 수천억원의 사기대출로 기업을 사들이고, 수백억원의 비자금을 조성해 로비를 펴는 등의 파렴치한 행태가 숱하게 적발됐다. 상당수 부실 금융기관들은 임금 100% 인상은 기본이고, 개인소득으로 납부해야 할 개인연금을 회사가 대신 내주는 식으로 공적자금을 쌈짓돈 쓰듯 했다. 공적자금 11조9000억원이 투입된 서울보증보험이 국민 세금으로 빚잔치를 벌였다. 지난 6년간 임직원의 평균 임금을 두 배 이상 올렸고, 골프장 회원권 구입에 13억원, 콘도 회원권 구입에 8억4500만원을 썼다니 기가 막힌다. 이 회사가 같은 기간에 갚은 자금은 18%인 2조2000억원밖에 안 된다. 보증보험은 2001년부터 매년 임금을 10% 안팎씩 올려 2000년 369억8700만원이었던 인건비 총액이 작년에 663억4500만원으로 늘었다. 특히 적자를 기록하던 2001∼02년에도 임금을 올렸다니 할말이 없다. 외환위기 이후 자구 노력으로 부실 금융기관에서 우량 보증기관으로 탈바꿈했다는 서울보증보험은 경품용 상품권 지급 보증을 둘러싼 의혹까지 사고 있다. 감독기관은 눈뜬 장님인가. 김기홍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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