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신지은기자]

정부가 환율 급락을 막기 위해 무리하게 외환 시장에 개입한 후폭풍이 거세게 불고 있다.

재정경제부가 최근 국회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정부가 환율 하락을 막기 위해 시장에서 달러를 사들일 때 재원으로 쓰는 외국환평형기금(외평기금)의 누적적자가 18조원에 육박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외평기금은 국채인 외평채를 발행해 조달하기 때문에 결국 국민세금으로 적자를 메워야 한다.

게다가 외평기금을 운용하는 과정에서 이자 지급과 환차손 발생으로 적자가 매년 큰 폭으로 늘고 있다. 2003년 2조9700억원을 기록한 외평기금 손실액은 지난해 말 현재 17조8300억원에 달해 2년 만에 6배로 불어났다. 이에 대해 재경부는 “당시 국제 투기세력 등에 의한 환율의 급변동에 대응했기 때문에 수출이 두자릿수 증가율을 기록할 수 있었다”며, 환율 방어의 불가피성을 설명했다.

한국은행도 환율 방어 부작용으로 사상 최대 적자에 시달리고 있다. 한은은 지난 2004년 10년 만에 적자(2000억원)로 돌아선 이래 올해 상반기에만 1조4000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이런 추세가 계속되면, 적자 충당용 내부 적립금(현재 3조7700억원)이 2007년쯤 바닥나 국민 세금으로 메워 넣을 수밖에 없다. 한은은 “환율 하락 방지를 위해 달러를 대거 사들이고, 이때 시중에 풀려나간 통화를 흡수하기 위해 통화안정증권을 발행하면서 이자 지급액이 급증했다”고 말했다.

이 같은 환율 개입의 후유증에 대해, 전문가들은 “정부가 수출 성적 하나만을 위해 다른 부작용을 무시하는 정책을 폈다”고 지적한다. 익명을 요구한 민간 연구소 관계자는 “원화를 지급하고 달러를 사들이는 과정에서 과도하게 돈이 풀렸다”며 “이것이 부동산 자산 가격을 끌어 올렸을 뿐만 아니라, 환율 급락 과정에서 구조조정돼야 할 수출기업들을 살려 놓아 산업구조 고도화를 지연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신지은기자 [ ifyouare.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