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금주의 동의나 압수수색 영장없이 ‘수사에 필요하다’는 이유로 고객의 예금거래내역 자료를 요구한 경찰과 이들에게 자료를 제출한 성남지역 금융기관 직원들이 무더기로 적발됐다.
수원지검 성남지청 형사 3부(부장검사 이기석)는 5일 11개의 고객 계좌의 금융거래 정보를 경찰관에게 불법으로 제공한 혐의(금융실명거래및비밀보장에관한법률 위반)로 성남지역 K은행 등 8개 은행 직원 12명을 적발, 금융감독원에 통보했다.
또 이들에게 영장없이 금융거래 정보를 요구, 제공받은 혐의(금융실명거래 등)로 성남 중원경찰서 1명, 분당경찰서 3명, 광주경찰서 1명 등 5명의 경찰관을 경기지방경찰청에 통보했다.
검찰에 따르면 K은행 성남지점 부지점장인 Y씨는 지난 7월 분당경찰서 S경찰관이 예금주 동의서나 압수수색 영장없이 ‘보이스피싱 사건을 수사중인데 용의자의 계좌추적이 필요하다’며 계좌내역과 인적사항 등을 요구하자 거래정보 및 가입신청서 사본 등을 불법으로 제공한 혐의다.
또 N은행 직원 K씨도 지난 7월 분당경찰서 L경찰관이 영장없이 ‘현금인출기를 통한 현금절도사건을 수사한다’는 명목으로 자료를 요청하자 사건발생 당시 시간대의 이용 고객의 개인정보와 금융거래내역을 제공한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은 그러나 경찰관과 금융기관 직원들 모두 범죄수사 및 수사협조 과정에서 관련법을 위반했다고 판단, 금융기관 대표와 직원, 경찰관 등 관련자 29명 전원을 입건유예처분했으며 해당기관에 이날 오전 통보, 징계토록 했다.
검찰 관계자는 “긴급을 요하는 사건이 많다보니 이같은 관행이 이어져 온 것 같다”며 “긴급한 사건의 경우에는 사후영장제를 도입하는 등의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금융기관 종사자는 예금주의 서명 요구나 동의를 받지 않고 금융거래 내역을 제 3자에게 제공 및 누설할 경우 자료제공자는 물론 제공받은 자 모두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의 벌금형(금융실명거래법)을 받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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