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25개월 된 자녀를 둔 주부입니다.
다름이 아니라, 굴지의 대기업 교보생명의 어처구니 없는 행태에 대해서 말씀 드리고자 합니다. 저의 안타까운 사연을 끝까지 읽어 주시기를 간절히 부탁드립니다.
어렵게 가진 아이가 13개월까지 배밀이밖에 하지 못해서 병원에 갔더니 뇌성마비라는 얘기를 듣게 되었습니다. 청천벽력 같은 놀랐던 마음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하지만 저에겐 하나의 희망이 있었습니다. 임신 8개월에 가입한 교보생명의 ‘태아보험’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아이에게 들어가야 할 치료비가 우리의 형편에는 만만치 않았지만 의사 선생님의 진단서만 있으면 치료비 걱정은 없을 거라고, 치료를 꾸준히 받으면 많이 좋아질 거라고 위로하며 지금까지 하루도 치료를 거르지 않고 병원으로, 장애인 복지관으로 대중교통을 이용하며 다녔습니다.
병원을 다니며 복지 카드를 발급 받게 되었고, ‘뇌성마비 1급’이라는 판정을 받았습니다. 벌써 치료를 한 지 1년이 넘었고, 2004년 12월에는 근육의 긴장도를 떨어뜨리는 보톡스 주사와 물리치료, 작업치료를 하루에 2번씩 받기 위해 1달간 입원도 했습니다. 하지만 아직까지 아이 혼자 앉기도 안 되고, 네발기기나 걷기도 안 되는 상황인데 교보생명에서는 장애등급분류표라는 것을 교묘하게 만들어 우리 아이가 장애 2급이며, 뇌성마비는 질병이기 때문에 보험료 납입 면제밖에 안 된다는 것입니다.
지금까지 우리의 희망이었던 보험금이 지급되지 않는다고 하니 얼마나 억울한지 모르겠습니다. 언제까지 치료가 이어질지 모르는 상황인데 한 달에 몇 십만원씩 들어가는 치료비를 우리가 떠안게 되었고, 무엇보다 화가 나는 것은 보험 약관으로 보험 가입자를 우롱하는 것입니다.
‘보험’이 무엇입니까? 우리에게 닥칠지 모르는 위험에 대비하기 위해 준비하는 것이 아닙니까? 폐렴이나 장염 같은 간단한 것도 보험금이 지급되는데, 하물며 뇌의 일부분이 죽어 운동신경이나 인지, 언어 부분 등 앞으로 어떤 장애가 남을지 몰라 전전긍긍하는 우리와 같은 장애 부모에게는 200만원 정도밖에 안 되는 보험료 납입 면제만 지급된다는 것이 말이 되는 것인지……
만약 모든 사람들이 약관 속의 문구 하나, 문장 하나하나를 모두 알았다면 아무도 가입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저도 여러 개의 보험에 가입하고 있지만 아무리 따지고 가입했다고 해도 이번 교보생명에서 주장하는 것을 보며 저에게 어떤 일이 생겨도 보험금은 쉽게 지급되지 않을 거라는 생각을 갖게 했습니다.
시간을 끌며 자세히 조사해 가지 않고 우리가 제기했을 때야 다시 자료를 살펴보고 우리가 다시 교보생명 본사를 항의 방문과 재차 전화로 문제제기를 한 후에야 그 진행사항을 얘기해 주었고, 그 때마다 무성의한 답변과 시간을 지체하여 엄청난 정신적 충격과 교보생명에 대한 배신감에 치를 떨고,밤잠까지 설치고 있습니다. 그리고는 오늘 최종적으로 2급이기 때문에 지급할 수 없다고 교보생명본사를 통해서도 아닌 콜 센터의 직원이 일방적인 통보만을 해왔을 뿐입니다.
장해가 무엇입니까?
교보생명 약관에도 이렇게 되어 있습니다.
장해란 재해로 인한 상해 또는 질병에 대하여 충분한 치료를 하였으나 완전히 회복되지 않고 증상이 고정되어 신체에 남아 있는 영구적인 정신 또는 육체의 훼손상태를 말한다
장해 1급은 중추신경계 또는 정신에 뚜렷한 장해를 남겨서 평생토록 항상 간호(생명유지를 위한 일상 생활의 기본적인 동작 중 이동동작제한을 포함하고, 음식물 섭취동작, 옷 입고 벗기 동작, 배변, 배뇨 또는 그 뒷처리, 목욕 의 항목 중 2개 이상이 제한되거나, 치매 또는 정신질환 등으로 인하여 항상 타인의 수발에 전적으로 의존해야 하는 경우를 말하며, 이동동작 제한 정도는 침상을 벗어나지 못하는 정도를 말한다)를 받아야 할 때
장해 2급은 중추신경계 또는 정신에 뚜렷한 장해를 남겨서 평생토록 수시 간호(생명유지를 위한 일상생활의 기본적인 동작 중 이동동작의 제한을 포함하고, 음식물 섭취동작~목욕 의 항목 중 1개 이상이 제한되거나, 치매 또는 정신 질환 등으로 수시로 타인의 수발이 반드시 필요한 경우를 말하며, 이동동작 제한 정도는 침상을 벗어나는 이동시 타인의 수발이나 보조수단(휠체어 등)이 반드시 필요한 정도를 말한다)를 받아야 할 때
결국 저의 아이는 ‘수시 간호’라는 말 때문에 2급을 받게 되었고, 약관상 소아의 장애를 판단하기는 너무 미흡하다고 안타까워했습니다. 국가 기준으로는 1급이어도 말입니다. 만약 제가 2급이라는 판정을 받고 2급으로라도 지급을 받았다면 이렇게 억울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그런데 약관에는 이럴 때 재활치료연금을 지급한다고 되어 있습니다.
보험 기간 중 주피보험자가 장해 분류표 중 제 1급의 장해상태가 되거나
재해를 직접적인 원인으로 장해분류표 중 제2급 내지 제3급의 장해 상태가 되었을 때
저는 아이가 건강해서 보험금을 지급 받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보행이 되고 혼자 먹고 자고 살 수 있는 기본적인 생활이 되어 혼자서도 살 수 있는 사람이라면 보험금 지급에 대해 이렇게까지 생각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누구나 그렇겠지요. 하지만 저의 아이는 뇌의 문제로 평생토록 운동신경이나 다른 부분에서도 장해로 남아 누군가의 보호가 필요한 아이라는 것이 저를 안타깝게 합니다.
‘항상 간호’, ‘수시 간호’ 이런 문구의 차이, 1급인 경우는 재해나 질병이나 상관없이 지급하지만 2급, 3급은 재해일 때만 지급한다는 것, 재해분류표가 성인 기준이지 소아 기준은 아니라는 것 등 약관상의 문제는 분명 있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교보 생명에 이런 것들을 제기했을 때 다른 보험사에서도 이렇게 하고 있다는 식의 답변만을 들었을 뿐 “1급이 아니기 때문에 안 된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저희가 따지니까 결국 교보에서는 다른 병원에 신체 감정을 해 보자고 하더군요. 신체 감정! 아직 어린 아이, 아직 자신의 의사 표현도 정확히 하는 못하는 아이가 다른 병원에 한두 번 진료를 받고 정확한 진단을 할 수 있을까요? 또 그 결과를 얼마만큼 신뢰할 수 있을까요? 그래서 제가 서울에 있는 큰 병원도 가 보았지만 그 곳에서도 처음에 그런 진단을 할 수 없다고 하며 1년은 그 곳에서 치료를 받아야 하고 치료를 받으려면 몇 달은 대기해야 겨우 받을 수 있다고 했습니다. 그렇다고 보험사 말대로 1년을 기다려 그 곳에서 진단을 받아야 할까요? 1년간 지금처럼 몇 백만원의 돈을 들여서 아니 몇 천만원을 들여서 치료를 받은 후 좋아진 상태를 보고 그들은 좋아져서 줄 수 없다고 하겠지요. 그렇다고 아이에게 가장 중요한 시기에 아이의 치료비를 댈 수 없어 그대로 방치하고 있어야 하나요? 어렵게 가진 아이 조금이라도 더 좋아지게 하기 위해 경제적으로, 육체적으로, 정신적으로 힘든 것도 감수하며 하루를 열흘같이 뛰고 있는 저에게 교보생명의 말은 얼마나 맥 빠지게 하는지 모릅니다.
아마 누구도 보험 가입을 할 때 이런 사항을 알고 가입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설마 이런 장애를 겪게 되리라고 우리도 꿈에도 생각해 보지 못했으니까요. 제가 다니는 병원에도 우리와 같은 상황에서 억울하게 보험금을 지급 받지 못하고 속상해 하는 엄마들이 많습니다. 아마 지금도 우리와 같은 경우의 엄마들도 아주 많을 것입니다.
복지 국가가 무엇입니까? 장애인 정책이 무엇입니까? 보험이 무엇입니까? 회사의 이익만을 추구하는 교보생명에 대해 어떻게 생각해야 합니까?
우리와 같은 장애인 가족들이 인간답게 살 수 있는 그 날이 언제일지 답답합니다.
정말로 이런 나라에 살고 있다는 것이 몸서리 치는 분노를 느끼며 ,정말 여건이 된다면 이 나라를 버리고 싶은 게 저의 솔직한 심정이며, 또 이런 현실이 대한민국의 자화상이라는 게 뼈 속 깊이 아려 오는군요!
저희 아이에게 도움을 주세요. 부탁 드립니다.
71657
작성자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