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추연 > 금융보험비리 > 허술한 보안… 철저히 농락 당했다

고양 농협에 2인조 강도 5000만원 털어

ATM 고장내 보안업체 직원 유인해 찔러

일부만 작동 CCTV 저장장치 물부어 훼손

2인조 강도가 한적한 주말 오전 금융기관 현금자동인출기(ATM)를 고장내 보안업체 직원의 출동을 유도한 뒤 이 직원을 흉기로 찌르고 ATM에서 현금 4,900여 만원을 훔쳐 달아나는 사건이 발생해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해당 금융기관 지점은 휴일이라는 이유로 CC(폐쇄)TV 19대가 설치돼 있었지만 ATM 주변에 설치된 것을 제외하고는 모두 작동하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

▲ 사건 발생

범인들은 5일 오전 7시46분 경기 고양시 덕양구 주교동 원당 농협 주교지점 ATM에 고장을 냈다. 경찰은 이들이 카드 대신 이물질을 삽입한 것으로 보고 있다.

ATM 고장 상황은 모 보안업체의 관제탑을 통해 ATM 관리를 맡은 하청업체로 전달됐고, 직원 이모(26)씨가 출동했다. 건물 뒤쪽에 숨어 직원 출동을 기다리고 있던 범인들은 이씨가 직원 출입구를 통해 지점으로 들어가는 순간 이씨를 덮쳐 흉기로 오른쪽 다리를 찌르고 청테이프로 묶었다.

범인들은 이씨가 가진 열쇠를 빼앗아 ATM 4대에서 현금 4,989만원을 턴 뒤 도주했다. 특히 범인들은 ATM 부근에 설치된 CCTV에 찍힌 자신들의 모습을 없애기 위해 지점 내에 있는 CCTV 녹화내용 저장장치를 뜯어낸 뒤 생수통 물을 부었다. 이씨는 출동 1시간이 지나도록 연락이 없는 점을 이상하게 여겨 출동한 동료들에게 오전9시15분께 발견됐다.

▲ 수사 상황

경찰은 범인들의 치밀한 범행에 주목하고 있다. 이들은 인적이 드문 주말 오전을 범행 시간으로 택했고, CCTV가 설치되지 않은 직원 출입구에서 이씨를 덮쳤다. 특히 CCTV 녹화내용 저장장치 등에서 범인들이 장갑을 낀 흔적이 발견된 만큼 현장에서 검출된 지문도 범인들 것이 아닐 가능성이 높다.

경찰 관계자는 “단순 기기 이상은 자동 통지되고 이 경우 대개 직원 혼자 출동한다는 점, 지점 내 CCTV 녹화내용 저장 장치 위치 등을 정확히 알고 있는 점 등으로 미뤄 범인은 은행 보안 시스템을 잘 아는 자”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경찰은 주교지점을 담당했던 전 보안업체 직원들을 대상으로 수사 중이다.

경찰은 범인들이 증거 인멸을 위해 물을 부은 CCTV 녹화내용 저장장치를 국립과학수사연구소에 보내 화면 기록 복구를 의뢰했다.

경찰은 2,3일 정도면 화면을 복구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보안업체 직원도 눈을 가리고 결박까지 당해 발자국과 주고받는 대화로 2명 이상 범인을 추정할 뿐”이라며 “특히 범인 중 1명이 흰색 점퍼를 입었다는 것 외에는 기억을 못해 목격자를 찾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농협 주교지점은 CCTV 녹화내용 저장장치를 눈에 잘 띄는 지점 내 선반 위에 올려놓는 등 보안 관리가 허술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7296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