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재정경제위원회 소속 엄호성 한나라당 의원이 9일 재정경제부한테서 받은 자료를 보면, 지난 7월 말 현재 각 시중은행의 이른바 ‘프라이빗 뱅킹’ 대상 고객은 70만7327명으로 우리나라 전체 인구의 1.4%를 차지했다. 이들이 가지고 있는 은행 예금은 모두 114조원으로 집계돼, 국내 총 은행 예치금 580조원의 19.6%에 이른다.

이는 ‘대한민국 1%’가 전국의 부동산 51.5%를 소유하고 있다는 행정자치부의 통계와 함께 우리 사회 양극화의 실태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로 보인다. 프라이빗 뱅킹이란 은행이 부유층의 자산을 종합 관리해 주는 서비스로, 국내에선 1992년 한미은행이 처음 시작했다.

프라이빗 뱅킹 고객을 예금액별로 보면, 100억원 이상을 예치한 이들은 194명으로 나타났고, 50억원 이상 100억원 미만이 467명에 이르렀다. 20억~50억원은 2601명, 10억~20억원은 7589명, 5억~10억원이 2만5190명, 1억~5억원 31만4101명, 1억원 이하 35만7185명 등이었다.

나이별로는 50대 이상이 34만7535명으로 가장 많았고, 40대가 21만6717명, 30대가 11만7462명으로 나타났다. 갓 사회생활을 시작했을 20대도 2만2333명이 있었으며, 특히 사실상 경제능력이 없는 연령층인 10대도 3280명이나 있었다.

엄 의원은 “2만5천여명에 이르는 10대와 20대가 부모로부터 증여받은 재산으로 우리 사회의 최상층을 의미하는 프라이빗 뱅킹 고객이 됐을 가능성이 크다”며 “현행 금융종합과세 대상이 되는 이자소득이 1인당 연간 4천만원 이상인 것을 고려하면, 상속·증여세를 피하기 위한 편법증여일 수 있으므로 이들에 대한 면밀한 관리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금융권에서는 프라이빗 뱅킹 대상 고객들이 최소한 예치금액의 3배 이상의 자산을 보유한 것으로 추산한다”며 “이렇게 보면, 대한민국의 1.4%가 가지고 있는 자산이 300조원 이상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태희 기자 [email protected] << 온라인미디어의 새로운 시작. 인터넷한겨레가 바꿔갑니다. >> ⓒ 한겨레(http://www.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