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추연 > 금융보험비리 > 명동 `큰손' 2명이나 울린 은행원

브로커와 짜고 `고율이자' 유혹…예금 40억 빼돌려
들통나자 중국 도피했다 돈 떨어져 귀국 `철창행'

(서울=연합뉴스) 조성미 기자 = 시중은행 직원이 브로커와 짜고 명동 사채시장에서 `큰손'으로 꼽히는 고객의 돈 40억원을 빼돌리고 달아났다 경찰에 붙잡혔다.

26일 서울성동경찰서에 따르면 A은행 서울 B지점 차장 박모(47)씨는 작년 11월 평소 알고 지내던 목모(43ㆍ여)씨 소개로 만난 최모(48)씨의 제안에 귀가 솔깃했다.

최씨는 "한꺼번에 거액을 입금할 '큰손'을 물어올테니 가짜 예금통장을 만들어주고 돈을 빼돌려 나눠 갖자. 일이 잘 되면 한 달 안에 500억원도 벌 수 있다. 이 돈이면 외국에 가서 재벌처럼 살 수 있다"고 유혹했다.

주식 투자로 1억6천만원의 빚이 있던 박씨가 범행에 동의하자 최씨는 인맥을 동원, 명동 사채업자 중 비교적 큰손으로 꼽히는 이모(66)ㆍ손모(86)씨에게 접근해 "친한 은행원의 실적을 올려 주려는데 거액을 한달만 맡기면 이자와 별도로 1억원당 30만원을 얹어 주겠다"고 했다.

이씨 등이 반신반의하며 돈을 맡기자 최씨는 한달 뒤 약속했던 이자와 사례금을 돌려줘 자신을 믿게 했다.

이후 이씨와 손씨는 각각 26억원과 14억원을 박씨에게 맡겼고, 박씨는 은행 금고에서 미리 빼돌려 놓은 빈 통장에 1개월짜리 정기예금이 정상 입금된 것처럼 속였다.

박씨 등은 목표치 500억원을 채우려고 범행 후에도 대담하게 다른 전주(錢主)를 물색하다 손씨가 이 은행 C지점에서 돈을 인출하려고 하는 바람에 범행이 들통날 위기에 처했다.

C지점 직원에게서 "손씨의 입금 내역이 뜨지 않는다"는 연락을 받은 박씨는 깜짝 놀라 최씨에게 이 사실을 알렸고, 최씨는 "일단 중국에 가 있으라"며 3억3천만원과 비행기표를 건네주고 자신도 종적을 감췄다.

박씨는 최씨에게서 받은 돈으로 빚을 갚고 작년 11월21일 중국으로 도피했으나 국내에 있는 가족에게 보낼 생활비와 도피자금이 바닥나고 최씨와 연락도 끊기자 올해 9월2일 `빈털터리' 상태로 귀국했다가 경찰에 검거됐다.

경찰은 박씨와 목씨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 등 혐의로 구속하고 최씨를 추적 중이다.

[email protected]

723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