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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 홈페이지 신원조사하나”

[국민일보 2006-01-08 18:56]

주부 최모(48·서울 사당동)씨는 최근 S은행 사당동 지점에서 직원의 고압적 태도에 불쾌감을 느꼈다. 집으로 돌아온 최씨는 이 은행 인터넷 홈페이지 ‘고객의 목소리’에 불만 사항을 올리려 했지만 이름과 집 주소,전화번호에 주민등록번호까지 입력하라는 요구에 포기했다. 최씨는 “인적사항을 다 밝히라는 것은 불만을 표시하지 말라는 뜻 아니냐”고 분통을 터뜨렸다.

이처럼 시중 은행들이 홈페이지 고객센터에 의견을 개진할 때 개인 인적사항을 모두 기입할 것을 요구하고 있어 사생활 침해와 개인정보 유출 우려를 낳고 있다. SC제일은행 하나은행 신한은행은 홈페이지 고객센터에 의견을 올릴 때 집 주소,전화번호,이메일뿐 아니라 주민등록번호까지 입력토록 하고 있다.

국민은행과 외환은행도 공인인증서를 받든지 이름과 주민등록번호를 기재한 뒤 회원으로 가입해야 의견을 올릴 수 있다. 각 홈페이지는 ‘입력한 정보는 기초 자료로만 사용된다’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민원을 제기하는 고객 입장에서는 ‘개인 정보가 빠져나가는 게 아닐까’라거나 ‘요주의 고객으로 분류되면 어떡하나’ 등의 생각으로 여간 꺼림칙한게 아니다.

인터넷을 이용하는 대신 직접 각 은행 고객센터에 전화를 걸어도 되지만 점포가 문 닫는 저녁 시간이나 휴일에는 이마저 되지 않는다.

회사원 김종훈(30)씨는 “은행들이 주민등록번호까지 요구하는 것은 고객 불만 접수 자체를 줄이겠다는 의도이거나 접수하더라도 공론화되는 것은 막겠다는 속셈”이라고 말했다.

은행 관계자는 “실명으로 불만을 제기하라는 것은 민원 내용이 어떤 것인지,어떤 손님인지 파악하고 내용을 분석해 좀더 정확한 서비스를 하기 위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또 다른 은행 관계자는 “인적사항을 모두 기재한다고 해도 다른 목적으로 사용되는 경우는 절대 없다”며 “단순히 악의적인 불만을 쏟아내는 사례를 막기 위한 목적도 있다”고 답했다.

참여연대 사회인권국 권오재 간사는 “고객들이 민원이나 문제 제기를 위해 글을 올릴 때 개인 정보를 함께 입력토록 하는 것은 은행 업무 개선 등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사항이 아니다”며 “과도한 개인 정보를 요구하거나 언로 자체를 막는 것은 문제”라고 말했다.

지호일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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