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추연 > 금융보험비리 > 은행 전세자금 대출 ‘무용지물’

월세를 살고 있는 직장인 김모씨(30)는 최근 전세자금대출을 받기 위해 은행을 찾았다. 국민주택기금에서 운용하는 전세자금 대출 금리가 5%수준으로 낮아졌다는 기사를 봤기 때문. 김씨는 이 대출로 전셋집을 구하고 월세보다 낮은 이자를 내고자 했다.

하지만 김씨는 대출을 받지 못했다. 국민주택기금에서 운용하는 전세자금 대출 조건이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대출 조건은 무주택 세대주이면서 부양가족이 있거나 부양가족이 없을 시에는 만35세를 넘어야 한다.

그러던 중 김씨는 은행권에서 자체적인 전세자금대출 상품이 있다는 설명을 듣고 대출을 신청했다. 그러나 이 역시 자격조건이 국민주택기금전세자금대출과 같아 대출을 받을 수 없었다. 그러면서도 금리는 2%포인트나 높은 7%대였던 것.

국민주택기금에서 운용하는 서민·근로자 전세자금 대출과 각 은행권에서 실시하고 있는 전세자금 대출 자격조건이 같으면서도 금리는 오히려 은행 자체 대출상품이 훨씬 더 높다.

외환은행 여의도지점 대출창구 담당자는 "은행 자체대출상품은 국민주택기금 전세자금 대출 조건이 같으면서도 금리는 더 높아 직장인 대출 수요가 많은 여의도에서도 거의 팔리지 않는다"고 말했다.

다른 은행들도 마찬가지다. 국민은행 여의도 증권타운지점 대출 담당자는 "국민주택기금 전세자금 대출은 상담과 대출이 많은 반면 은행 자체 대출상품은 문의조차 거의 없다"고 전했다.

때문에 은행 자체 전세자금 대출상품은 국민주택기금 전세자금대출보다 금리가 비싼 만큼 자격조건을 완화하거나 다른 상품으로 대체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우리은행 주택금융사업단 성재협 과장은 "국민주택기금 전세자금 대출은 꾸준히 늘며 접수가 들어오고 있는 반면 은행 자체 전세자금 대출상품은 대출 자격조건은 같지만 금리가 비싸기 때문에 거의 판매되지 않고 있다"며 "그렇다고 폐지하기도 어렵다"고 말했다.

성 과장은 "주택을 소유한 경우에는 국민주택기금 전세자금 대출을 받지 못하지만 은행 전세자금 대출은 받을 수 있는데 이마저도 주택금융신용보증서가 발급 기준이 까다로워져 대출이 잘 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현재 우리은행 전세자금대출 금리는 7%(변동금리)선이다. 이 대출은 국민주택기금 전세자금 대출에서는 필요없는 주택금융공사에서 발행하는 주택금융신용보증서를 제출해야 하는 등 대출기준이 몹시 까다롭다.

반면 국민주택기금에서 운용하는 서민·근로자 전세자금 대출 금리는 연 4.5%(임대인 확약서로 대출받는 경우에는 5.5%)의 수준으로 평균 2∼3% 차이가 나고 있다.

/ [email protected] 김재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