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 "신보·기보, 부동산투기업체에 수천억 지원 등 보증실태 엉망"
신용보증기금과 기술신용보증기금이 잘못된 보증으로 혈세 14조8903억원을 날려버린 것으로 감사원 감사결과 드러났다.
특히 신용보증기금의 경우는 안정적 수입확보를 위한 목적이었다고는 하지만 정부차원에서 보증을 해줘선 안될 부동산투기업체와 부동산개발업체에 수천억원의 보증지원을 했다. 이들 업체들은 부동산 단기투매에 기금보증을 악용, 신보가 부동산투기를 부추긴 꼴이 됐다.
감사원은 14일 "지난해 4월부터 약 3달 동안 재정경제부와 신보, 기금을 대상으로 중소기업 보증지원실태 감사를 벌인 결과 보증규모의 적정한 관리와 보증재원의 사후관리 등 보증제도 운용전반에 개선이 필요한 것으로 조사됐다"며 이같이 밝혔다.
감사원에 따르면 신보와 기보는 기존 보증이용업체의 보증은 연장·갱신으로 혜택을 계속 늘리고 창업기업이나 신규보증이용기업에 대한 보증잔액은 해마다 줄여, 성장잠재력이 높은 창업초기기업을 지원하라는 공적보증제도 취지를 퇴색시켰다.
특히 신용보증기금의 일부지점에선 안정적 수입확보를 이유로 부동산업에 대한 보증지원을 5124억원이나 해줬을 뿐만 아니라, 정부가 설비투자확대지원을 위해 시설자금에 대한 보증공급을 증가시키자 1573억원의 돈을 부동산개발업체에 보증 지원했다.
신보의 보증지원을 받은 부동산개발업체 중에는 부동산투기거래로 적발된 업체도 있었으며, 보증받은 68개 업체 중에는 부동산단기매매로 차익을 얻은 업체도 20곳이나 됐다. 지원하라는 곳은 지원은 줄이고, 부동산투기만 부추긴 꼴이 된 셈이다.
감사원은 이와 관련 "신보는 본부차원에서 기금목적에 부합되지 않는 부동산업 등은 보증지원을 억제한다는 방침을 마련하고도, 구체적 처리기준 마련이나 지점에 대한 실태점검 등 사후관리를 실시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보증부 대출금이 당초 대출용도 외로 사용시 보증을 회수하도록 하고 있으나 실제 신청용도대로 사용되는지 여부에 대한 점검은 벌이지 않은 것도 문제로 지적됐다.
감사원이 기업운전자금이나 시설자금 등 용도로 보증부대출을 한 사람 중에 용도 외 사용이 의심되는 1111건을 표본 조사한 결과 그중 104건(9%) 346억원을 대표자 등 개인 명의의 아파트·토지매입 및 주식투자 등에 사용한 것으로 확인됐다는 것.
감사원에 따르면 신보 및 기보에서 보증을 이용한 업체의 수익성지표인 평균 매출액영업이익률은 중소기업 전체 4.25%보다도 낮은 3.72% 수준이다. 그러나 차입금의존도는 중소기업 평균인 34.09%보다도 높은 43.79%나 됐다.
지난 1997년 신보 보증기업 매출액영업이익률 수준이 9.11%에 달하고 차입금의존도가 37.19%에 불과했던 것을 감안하면, 기금의 차입금 보증지원이 차라리 이들 기업에겐 도덕적 해이만 부추긴 꼴이 된 셈.
이 때문에 정부는 보증규모를 서서히 줄이면서 혜택을 받은 기업들의 보증졸업을 앞당기겠다는 입장이지만, 기보와 신보는 웬일인지 현재의 보증수준을 확대·유지하겠다고 고집한다는 것이 감사원의 설명이다.
이에 따라 감사원은 보증심사를 태만히 하는 등으로 기금에 손실을 끼친 관련자 75명에 대해 면직(2명), 고발(3명), 징계(19명), 주의 등 인사조치를 취하도록 해당기관에 통보했다.
또 보증지원 취지에 맞지 않고 타당성이 떨어지는 부동산개발업 등 보증억제업종에 대한 보증취급이 무분별하게 이루어지지 않도록 점검을 강화하도록 하고, 허위자료 등을 이용하여 보증을 받은 위장사업자 등 45개 업체를 검찰에 보증사기죄 등으로 고발했다.
이와 함께 대표자명의로 부동산을 구입하는 등 보증용도 외로 사용한 67개 업체에 대한 보증잔액 153억여 원을 보증해지하도록 하고, 보증재원이 용도 외로 사용되는 일이 없도록 사후관리방안을 마련토록 조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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