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계당국은 진상을 철저히 조사하여 책임자와 주동자를 처벌하고 재발
방지대책을 세우라!
여기서 잠깐 어민들이 잡은 생선의 판매절차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먼저 어획한 생선을 관할 수협에 가서 위판을 의뢰하면 수협은 이를 받아 공판절차에 들어가게 되는데 소위 공개경쟁(중개인들의 경매)을 통해 가격을 결정하고, 그 대금은 소정의 수수료를 공제한후 익일 위판 의뢰자의 계좌로 직접 입금되는 것이 보통이다..
그런데 전대미문의 일이 전북 부안수협 진서(곰소)출장소에서 벌어지고 말았다.
사건의 전말은 이렇다.
지난 6/28일 전북 부안군 위도면 식도리 어민 정모씨는 어획한 생선을 위탁판매하기 위해 아침 일찍 부안수협 곰소 위판장에 갔으나 보기 좋게 거절 당했는데, 그 사유를 알고보니 위판 의뢰인이 위도에 거주하면서 원전센터(방폐장)의 유치에 찬성한다는 것이었다. 사실 정모씨는 대내외적으로 유치 찬성활동을 하는 것도 아니고, 그저 묵묵히 바다에서 고기잡이를 생업으로 해온 전형적인 어부인 것이다.
당시 정모씨가 잡은 생선은 300만원 정도 추정되는 상당한 양이었는데 위판 거절후 그래도 어떻게 해볼려고 온종일 여기저기 다녔지만, 결국 뜻을 이루지 못한채 날씨는 더운지라 쉽게 부패하여 사료로도 쓸수 없을 정도로 변질되어 버린 것이다. 정모씨는 생선을 집에 가지고 와서 버린후 술잔을 기울이면서 얼마나 원통하고 억울하여 울었던가?
사실 이번 일의 근원은 방폐장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
근래들어 환경오염으로 인한 연근해 연안의 황폐화, 어족자원 고갈 등으로 어민들이 한숨짓지 않는 날이 없으며 배우지 못하고 가진 것 없는 어민들은 삶의 질곡에서 신음하고 있는 것이 오늘의 현실이다.
이런 절박한 삶을 헤쳐나가고자 위도주민들은 자구책으로 2003.7.14 방폐장 유치 신청을 하면서 부안 내륙과 위도 주민간의 갈등이 불거지고 시작했고 특히 해안가인 변산,진서(곰소) 주민들은 방폐장이 들어오면 이미지의 하락으로 자신들의 생계가 위협받기에 더더욱 반대 깃발을 높이 들게 된다. 그러나 이번 일이 발생하기 전까지는 크고 작은 폭행사건 등 살얼음판을 걷는 긴장관계는 지속되어 왔지만 이번처럼 위판거부는 없었던 것이다.
어려운 가운데에서도 위도의 주수입원 역할을 해온 생선의 위판거부로 이제 위도 주민은 군산까지 고기 팔러 가야하는 상황에 내몰리게 된 것이다.
여기서는 굳이 복잡하게 법적인 시비를 가리는 것은 생략하고, 선량한 주민들을 탓하고 싶지도 않다.
단 한가지 이러한 불법행위를 수수방관한 수협의 행위와 또 그들과 계약관계에 있는 중개인들의 행위의 정당성 여부다.
이번 일을 계기로 부안 수협은 대오각성하여 진정으로 어민을 위한 조합으로 거듭 태어나길 바라고, 정부나 사법 당국은 이번 위판거부의 진상을 철저히 조사하여 책임자를 처벌해 주실 것과 아울러 우리 어민들을 두번 죽이는 일이 없도록 재발방지책을 강구해 주시길 바랍니다.
2004. .6 30.
위도에서 어민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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