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추연 > 농어촌비리 > “수해복구에 세금이 줄줄 샌다” 고발 봇물

수해복구 건설업자들이 공무원에게 뇌물을 주고 복구사업을 따내는 사례(경향신문 7월21일자 1·3면 보도)가 많은 것으로 드러난 가운데 시민단체가 수해복구에 따른 예산낭비 의혹을 제기하고 나섰다.

또 지방자치단체들이 관광객 유치를 위해 경쟁적으로 설치한 TV드라마 세트장은 관리 부실 등으로 예산만 낭비되고 있는 것으로 지적됐다. 국가 연구·개발(R&D) 자금의 지원과 운용 과정도 투명성이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수해는 특혜를 낳아=이상석 행·의정감시 전남연대 운영위원장은 지난 4일 기획예산처 주최로 열린 ‘예산낭비 대응 포럼’에서 “전남 완도군 소안면의 가학선착장 공사 예산이 당초 9천만원에서 3차례의 설계변경으로 23억원으로 늘었으며, 특정업체와 수의계약해 (지자체와 건설업체간의) 유착 의혹이 있다”고 밝혔다.

전남연대에 따르면 완도군은 2003년 3월 도급액 9천만원에 ㄷ건설과 가학선착장 시설공사를 수의계약했다.

그해 7월에는 선착장 연장공사를 위해 2차공사 계약을 맺었으며, 도급액은 1억2천만원으로 늘었다.

당시 태풍 ‘루사’로 인해 방파제가 유실되자 1차 설계변경으로 선착장 길이를 19ｍ에서 83ｍ로 늘렸다. 이에 따라 도급액은 7억7천만원으로 급증했고, 이듬해 1월과 2월 2차, 3차 설계변경으로 도급액은 23억원으로 불어났다.

이상석 운영위원장은 “1, 2차 공사와 태풍피해 복구공사를 모두 ㄷ건설이 수의계약으로 따내 (지자체와의) 유착 의혹이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완도군 청산면 국화 신방파제 공사, 소안면 횡간 방파제 공사 등 섬지역과 해안지역의 공사 여러 건이 편법 수의계약 의혹이 있다”고 밝혔다.

◇마구잡이 TV세트장 유치=전남연대는 지자체의 TV드라마 세트장 지원사업도 예산낭비 사례로 꼽았다. 순천시의 경우 ‘사랑과 야망’의 제작사인 SBS프로덕션과 계약을 맺으면서 시의회의 조건부 승인을 무시한 채 선급금 10억원을 지원했다. 전남도도 심사과정을 거치지 않은 채 추후 12억원을 지급했다.

결국 ‘사랑과 야망’ 세트장 건설에는 시비 43억원, 도비 12억원, 특별교부세 8억원 등 모두 63억원이 투입됐다.

그러나 요즘 하루 유료 관람객은 시가 예상한 1,500명의 절반 수준인 750명에 불과하다. 또 준공 5개월 만에 세트장 옹벽이 무너져 내려 부실시공 의혹을 낳고 있다.

또 제천시의 ‘태조 왕건’, 태안군의 ‘장길산’, 부여군 ‘서동요’, 부안군 ‘불멸의 이순신’ 등의 세트장도 예산만 낭비하고 효과를 거두지 못한 것으로 지적됐다.

◇연구·개발비는 ‘눈먼 돈’=윤은숙 경실련 간사는 이날 포럼에서 “R&D 자금 지원 및 운용 과정의 관리부실로 R&D 자금은 ‘눈먼 돈’으로 인식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올해 R&D 예산 9조원 가운데 2조원을 집행하는 산업자원부는 대부분의 자금을 기업의 R&D에 지원하고 있다.

윤간사는 “연구평가를 심사하는 산업기술평가원은 회의 기록조차 보관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또 “산자부가 R&D 자금 지원 대가로 기업들로부터 받는 기술료 수입을 국가회계로 편입하지 않아 국회의 감독을 받지 않는 것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기술료는 정부로부터 R&D 자금을 받은 기업이 개발에 성공할 경우 지원액의 20%를 3년간 분할납부하는 것을 말한다.

〈박성휴기자 [email protected]〉 720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