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십니까. 민족의 명절 추석은 잘 보내셨는지요.
저는 '배농사'를 짓고 계시는 부모님의 셋째딸입니다.
답답한 마음을 풀어놓을데가 없어 글을 올려봅니다.
광양시 다압면 죽천마을에서 어머니,아버지는 '배농사'를 짓고 계십니다.
십여년 동안 연구,노력한 끝에 올해 무농약 인증을 받으셨지요.
사람들이 예쁘고 큰 배만 찾던 시절 아버지도 농약에 중독이 되어 병원에 실려가시기도 여러번이셨고 이래선 안되겠다 하셔서 처음 친환경 농산물 재배에 뛰어드신게 언 10여년 전입니다.
그때까지만 해도 사람들이 부르짖는 웰빙이며 친환경 바람은 눈을 씻고 찾아봐도 기미도 없었죠.
아버지는 농약을 안치기 시작하셨고 사람들은 정신나간 짓이라고 했습니다.
같은 배농사를 짓는 사람들이 좋은 배값에 만족하고 흐뭇해하고 있을때 아버지가 키우신 배는 온갖 해충과 벌레 그리고 질병에 걸려 썩어 버려지기 일쑤였습니다.
1년 내내 힘들게 농사를 지어도 돌아오는건 빚뿐.. 수중에 남겨지는 돈한푼 없었습니다.
하지만 홀로 걸어오신 외길에도 볕뜰날은 있었습니다.
남들이 손가락질하고 비웃을때 고생하신 보람으로 남들보다 훨씬 일찍 친환경저농약인증을 받았습니다.
3~5년동안 농약과 비료를 일반배재배의 반이하로 사용하면서 이뤄내신 땀의 결실이죠.
그때부터 우리나라에도 웰빙과 친환경의 바람이 분것 같습니다.
아버지도 앞을 내다보시고 채소가 아닌 과일로 성공하기 힘든 무농약재배에 힘쓰기 시작하셨습니다.
그 결과 전국에서 28번째로 올해 배 무농약재배에 성공하시어 인증을 받으셨습니다.
하지만 아버지가 늦은것이었을까요.
이미 우리나라에 판을 치고 있는 친환경바람때문에 정작 빛을 받아야 할 것이 빛을 잃고 말았습니다.
매스컴에서 주구장창 떠드는 친환경 아파트, 친환경다리, 웰빙바람 등등 때문에 사람들의 머릿속에는 정작 인식되어야 할 친환경이란 것에 대해서 잘못 인식되고 있습니다.
나라에서 친환경, 친환경 노래를 부르고 농민들에게 친환경이 경쟁력이라느니, 그것만이 살아남을 수 있다고 열심히 부르짖어서 갖은 고생끝에 무농약재배를 했더니 그렇게 하면 머합니까..
정작 무농약 배를 판매할 곳은 한군데도 없다는 겁니다.
농약을 한번도 치지않은 점, 높은 당도 등등을 자랑함에도 불구하고 정작 농약과 비료로 범벅이 된 과일보다 색이 안좋단 이유로, 크기가 작단 이유로, 값이 비싸단 이유로 버림받고 무시당하고 있습니다.
그런 배보다 몇배에서 몇십배로 노력하고 시간을 투자하고 재배하지만 나라에서 잘못된 친환경 광고로 인해 정작 피해를 보는건 농민들이란 말입니다.
일반적으로 재배된 배보다 저농약과 무농약으로 재배된 배가 값이 높아야 하는건 당연한 겁니다. 나라에서 부르짖는 친환경이란 말에 걸맞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잘못된 광고로 인해 사람들은 오히려 우리에게 되물어 봅니다.
'진짜 무농약배가 맞냐'고..
인증번호가 있고 인증서가 있으면 머합니까.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것을..
친환경 아파트란것이 주위에 나무 몇그루 심고 도로 포장하고 관리못할 연못하나 만들고 집안에 나무마루 깔아놓으면 그게 친환경 아파트라지요. 하지만 그런 명목으로 집값은 얼마나 하늘높은지 모르고 뛰어올라갑니까.
이런 잘못된 광고/홍보들 덕분에 주목받아야 할, 인정받아야 할 농민들의 피땀들은 나라에서 망치고 나라땜에 굳어만 가고 있습니다.
나라에서 소리치고 강조하고 돈 많이 벌게 해줄것처럼 하더니 정작 현재로서는 무농약배를 제값받고 팔수 있는 판로가 하나도 없다는겁니다.
문제를 제시했으면 해결책도 만들어 놔야 하는게 당연한거 아닌가요. 팔 수 있는 판로도 없이 무조건 하라 고만 하면 농민들은 어느 장단에 맞춰야 하나요..
무농약배를 판매하기 위해서 H백화점, L백화점, H마트 등등에 입점신청 상담도 해보았지만 돌아오는건 중간상인들의 택도없는 가격제시뿐이었습니다.
무농약배 '특' 상품 가격으로 제시한것이 저농약배 15kg 보통 상품의 일반가격이었습니다.
그렇게 거치고 거쳐서 대형마트나 백화점에선 얼마나 비싼 가격으로 판매될지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겁니다. 중간에서 다 빼먹는거죠.
이러나 저러나 피해보는건 농민들 뿐입니다.
올해 다른 지역에 무농약배를 재배하는 사람들은 거의 모두 실패했다고 들었습니다. 저희 부모님도 내년이 되면 무농약 재배를 실패 할지도 모릅니다.
한번 인증을 받았다고 해도 주위 농가들의 농약 살포로 인해, 또는 당도가 높은 과일의 특성상 해충과 질병들로 인해 내년에 또 성공을 한다는 보장이 없습니다. 위험부담도 노력도 모두가 2배,3배가 되지요.
이런 농민들의 아픔들을 조금이라도 알아들으시고 이해해주신다면 하루빨리 판매할 수 있는 해결책, 조금이라도 올바른 친환경 홍보를 해주세요.
1차 산업 종사자들의 기반으로 2차산업도 3차산업도 대통령도 쌀밥을 먹고 후식으로 배와 사과를 먹고 살 수 있다는것...
잘 생각 해보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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