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농림부가 지난 7월 13일 헌법재판소에 보낸 《2006헌마582 수의사법 10조 등 위헌확인》사건에 관한 의견서. 농림부는 마구잡이로 ‘자가진료’를 허용하여 항생제 오남용과 내성균 증가를 불러일으키고 있는 현행 법령이 헌법에 합치되고, 수의사의 기본권을 침해한 사실이 없으므로 헌법소원을 기각시켜 달라는 의견을 제출했다.

농림부가 수의사법 ‘자가진료’ 조항 위헌확인 헌법소원에 대해 기각을 요청하는 의견을 헌법재판소에 보낸 것으로 밝혀졌다.
농림부는 지난 7월 13일, 《2006헌마582 수의사법 10조 등 위헌확인》사건에 관한 의견서를 농림부장관 명의로 헌법재판소에 보냈다. 농림부는 “청구인들은 이 사건 법령조항이 포괄위임입법금지의 원칙(헌법 제75조)과 과잉금지의 원칙(헌법 제37조 제2항)에 위반하여 청구인들의 헌법상 보장되는 기본권인 직업의 자유(헌법 제15조)를 침해하였다고 주장하나, 이 사건 법령조항은 헌법에 합치되고 따라서 그 시행으로 인하여 청구인들의 기본권을 침해한 사실이 없으므로, 청구인들의 청구를 기각시켜 주시기 바란다”는 요지의 의견을 보냈다.
이 의견서는 농림부 주무관 김은옥, 행정사무관 김문갑, 가축방역과장 김창섭, 행정법무팀장 김선영 등 실무자들의 의견을 7월 12일 박현출 축산국장이 전결한 것으로 밝혀졌다.
농림부이 이러한 의견은 지난 4월 20일 국제학술심포지움에서 식품의약품안전청이 「한국의 국가 항생제 내성 관리 프로그램」에서  “수의사의 항생제 처방 체계”를 향후 첫번째 전략과제로 설정해놓고 있는 점과 정반대의 입장이다.
현재 우리나라는 축산물 1톤을 생산하는데 무려 911g의 항생제를 사용하고 있으며, 이는 축산 선진국인 덴마크에 비해 무려 30배가 넘는 엄청난 양에 해당된다. 이러한 항생제 오남용의 결과 인체에 치명적인 항생제 내성균도 우려할 만한 수준으로 증가했다.
식품의약품안전청이 지난해 4월부터 7개월간 조사한 《식품중 식중독균 항생제 내성 모니터링 결과》에 따르면, 육류에서 검출된 대장균이 항생제에 92.5%에 내성을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상황이 이러한 데도 농림부는 축수산 생산자의 경제적 이익만을 대변하며 국민건강과 식품안전은 소홀히 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더욱 이해하기 힘든 것은 2005년 6월에 농림부가 발표한「국내산 식육의 잔류물질 검사 실적」결과인데, 국내의 위반율이 미국의 위반율 0.75%(소 0.77%, 돼지 0.31%)보다 훨씬 낮은 0.25%(소 0.39%, 돼지 0.29%)로 나타났다는 점이다.
이러한 결과는 국내의 잔류물질검사가 제대로 이루어지고 있는가에 대한 합리적 의문을 갖게 만들었다. 잔류물질검사에서 나타난 위반율이 세계 최고의 항생제 사용량과 반비례해서 나타난 것은 결코 과학으로 설명되지 않는다.
국내외 전문가들은 항생제 판매량과 내성율에 비해 전혀 과학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불가사의한 잔류물질 검사 실적을 내놓은 한국의 농림부는 국민의 식탁안전을 책임지기에는 적절하지 못한 부적합한 부서라고 비판을 하고 있다.

▲ 농림부가 지난 7월 13일 헌법재판소에 보낸 《2006헌마582 수의사법 10조 등 위헌확인》사건에 관한 의견서의 요지. 이 의견서는 농림부 주무관 김은옥, 행정사무관 김문갑, 가축방역과장 김창섭, 행정법무팀장 김선영 등 실무자들의 의견을 7월 12일 박현출 축산국장이 전결한 것으로 밝혀졌다.

농림부는 헌법재판소에 제출한 의견서에서 자가진료 행위로 인하여 항생제나 호르몬제와 같은 주의약품이 아무런 통제없이 무차별적으로 가축에게 투여됨으로써 국민의 건강과 식품안전에 심각한 위해를 끼치는 문제에 대해 “이러한 문제는 수의사들의 직업의 자유에 대한 침해라기보다는 일반 국민의 보건에 관련된 문제이고, 동물에 대한 다양한 형태의 진료행위 전반에 걸친 문제라기보다는 동물약품의 오남용에 한정된 문제이며, 이미 이러한 동물약품 오남용에 대해서는 다양한 규제장치가 마련되어 있다”고 주장했다.
또한 농림부는 “이러한 규정들이 그 실효성에 있어서 일부 미비한 점이 있다고 하더라도 동물약품의 오남용 문제는 결국 이러한 규정들을 정비하고 그 실효성을 강화해 나감으로써 해결할 문제이지 수의사법 개정으로 해결할 문제는 아니며, 이러한 점은 인간에 대한 치료행위에 있어서도 모든 항생제 등의 투약을 의사의 처방에 의하게 하면서도 여전히 항생제 과다투여 등이 문제되고 있는 점을 보더라도 분명하다 할 것이다”고 강변했다.
그러나 농림부의 이러한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 현재 국내의 동물약품 오남용에 대한 다양한 규제장치는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 수의사 처방제, 이력추적제, 원산지 표시제 등 국민건강과 식품안전에 필수적인 제도가 어느 것 하나 제대로 시행되고 있는 것이 없다.
농림부는 의견서에서 “현재 시행되고 있는 이 사건 법령조항은, 항상 수의사의 진료를 받게 함으로써 추가되는 비용으로 인해 영세한 농가들이 타격을 받게 되고, 산업동물을 전문적으로 진료하는 수의사들이 아직까지도 부족한 현실을 감안하여 입법자가 합리적인 재량범위 내에서 제정한 조항들이라 볼 것이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농림부의 이러한 주장도 전혀 근거가 없다. 농림부는 수의사 처방제가 실시됨으로써 추가되는 비용과 편익에 대한 분석 데이터를 제시하지도 못하면서 영세 농가가 타격을 받을 것이라는 비과학적인 주장만을 되풀이 하고 있다.
게다가 우리나라의 산업동물 전문 수의사가 부족하다는 농림부의 주장과 사실과 거리가 멀다. 2006년 1월 말 현재 전국의 동물병원은 3,228개소이며, 임상수의사는 3,668명이다. 이중 산업동물 전문병원은 744개소(전체의 23%)이며, 반려동물과 산업동물을 모두 진료하는 혼합병원은 325개소(전체의 10%)이다.

	계	반려동물	산업동물	혼합
동물병원수 (비율 %)	3,228 (100)	2,159 (67)	744 (23)	325 (10)
임상수의사수 (비율 %)	3,668 (100)	2,446 (67)	801 (22)	421 (11)

▲ 전국의 동물병원과 임상수의사

산업동물 전문병원의 지역별 분포를 보면, 전체 744개소 중 94%인 699개소가 도농복합시와 군지역에 위치하고 있다. 도농복합시에는 평균 6.5개소의 동물병원이 있으며, 7.0명의 임상수의사가 진료업무에 종사하고 있다. 또한 군지역에는 평균 4.1개소의 동물병원이 있으며, 4.3명의 임상수의사가 진료업무에 종사하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축ㆍ수산업에 종사하는 농가들의 산업규모가 갈수록 중ㆍ대규모화 되고 있다. 또한 도로시설, 교통수단, 통신시설이 발달하여 단시간 내에 수의사가 해당 농장으로 왕진하는 것이 가능하다. 이러한 점을 고려할 때, 산업동물 전문 수의사의 숫자는 오히려 과잉 공급 상태라고 할 수 있다. 

이번 농림부의 의견서는 수의사를 전문가로 인정하고 싶지 않은 농림부의 입장이 적나라하게 드러났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최근《농민신문》에는 농림부의 관계자가 “국건수를 단체로 인정하고 싶지 않고 국건수 관계자들을 수의사로도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한 사실이 실려서 파문이 일기도 했다.
국민건강을 위한 수의사연대의 오용관 정책국장은 “수의사 면허권을 가진 농림부가 스스로 자신들의 행정행위를 부정하는 듯한 이러한 발언을 일삼음으로써 과연 농림부가 존재의 가치가 있는지 의심이 들게 만들고 있다”고 밝혔다.
또한 오 국장은 “사람의 치료행위에서 항생제를 비롯한 전문의약품의 투약을 의사의 처방에 의해 실시하는데도 항생제 과다투여 등이 문제가 되고 있다고 농림부는 강변하고 있다. 그렇다면 ‘자가진료’라는 미명 아래 ‘수의사 처방권’이 전혀 보장되지 않는 동물에서 항생제 오남용과 내성균 문제가 얼마나 심각하겠는가?”라고 되물었다.
아울러 오국장은 “농림부의 주장대로라면 대한민국에서 전문가는 존재의 이유가 없다. 사람 치료에서 의사 처방제는 폐지해야 하고, 수의사 처방제는 할 필요도 없다는 궤변에 불과하다. 그렇다면 왜 미국, 일본, 유럽 등 선진국들에서는 항생제, 호르몬제 등의 동물약품 오남용을 막고, 항생제 내성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수의사 처방제를 법제화했겠는가?  농림부가 즐겨 사용하는 국제기준에 근거해서 이 질문에 대한 합리적 답변을 내놓아야 할 것이다”며 농림부를 강하게 질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