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추연 > 농어촌비리 > '항생제 과다주사' 돼지고기 유통

[앵커멘트]

YTN 8585, 오늘은 양돈 농가의 심각한 항생제 남용 실태를 고발합니다.

일부 양돈 업자들이 병에 걸린 돼지에 항생제를 마구잡이로 투약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기준 이상으로 항생제가 들어간 돼지고기, 당연히 사람 몸에 해로울 수 밖에 없습니다.

이종구 기자가 집중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경기도의 한 돼지사육장.

한켠에 가축용 항생제가 가득 쌓여 있습니다.

전염병에 걸린 돼지에 놓아주던 것입니다.

[녹취:양돈업자]

"계속 (주사를) 찌릅니다. 아침, 저녁으로 매일 천 마리가 되더라도 다 찔러야해요."

병이 낫지 않으면 독한 항생제를 3, 4개씩 마구 섞어 사용했습니다.

심지어 1년 가까이 하루도 쉬지 않고 항생제를 맞은 돼지도 있습니다.

[인터뷰:양돈업자]

"항생제 덩어리죠. 주사약값이야 1~2만 원이면 되는데 한 마리 죽어버리면 3~40만 원 손해니까."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할까?

가축용 약품은 처방전 없이도 대량으로 쉽게 구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인터뷰:수의사]

"도매상에서 직접 농가에 파는거에요."

"처방전 없이요?"

"처방전 없이요. 처방전 제도는 없어요,우리나라에."

이렇게 많은 항생제가 투약됐는데도 불구하고 많은 농장에서 상당수 돼지들이 죽어 나갔습니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하더라도 2천 마리가 넘는 돼지들이 자라던 곳입니다.

하지만 그 많던 돼지들이 전염병에 걸려 죽어나가는 바람에 이 곳 돼지우리는 보시는 것처럼 텅 비어 있습니다.

죽은 돼지를 제외한 나머지 돼지 천 여 마리는 도축장으로 팔려 나갔습니다.

물론 도축 과정에서 항생제가 기준치 이상으로 나온 돼지는 폐기돼야 합니다.

하지만 그대로 유통됐습니다.

도축장의 형식적인 항생제 검사에 대한 당국의 관리 감독이 허술하기 때문입니다.

[인터뷰:돼지 유통업자]

"미달된 돼지들을 취급하는 사람이 하나 둘이 아니여. 미달됐다고 내다버릴 건 아니잖아."

아예 품질 검사를 받지 않고 몰래 도살해 불법 유통하는 경우는 더 큰 문제입니다.

[인터뷰:돼지농장 주인]

"돼지가 자꾸 쓰러지고 죽고 이런다고 그러면 몰래 파는 비양심적인 농장도 없지 않아 있습니다."

항생제를 지나치게 많이 맞은 돼지고기는 사람 몸에 해로울 수밖에 없습니다.

내성이 쌓이면서 항생제로는 죽지 않는 슈퍼 박테리아가 생기기 때문입니다.

[인터뷰:최준용, 연세대 의대 감염내과]

"내성 세균의 빈도가 증가한다는 건 세균은 점점 독해지지만 더 이상 쓸 약은 없는, 그런 상황이 초래되는 것입니다."

지난해 가축용으로 팔린 항생제는 5톤 트럭 187대분.

스웨덴의 24배, 노르웨이보다 18배나 많은 수치입니다.

남용 수준을 넘어, 거의 사료처럼 쓰이는 항생제 때문에 국민 건강이 심각하게 위협받고 있습니다.

YTN 이종구[[email protected]]입니다. 721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