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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 키울수록 빚밖에 안 남아…차라리 막노동할 것"
내달 미국산 소고기 수입 재개에 축산농가들 한숨

	◇홍성군 홍북면 내덕리에서 8년째 한우를 사육하는 김명기씨가 미국산 소고기 수입재개를 앞두고 참담한 모습으로 사육하는 소를 바라보고 있다.

지난 18일 오전 충청남도 홍성군 홍북면 내덕리. 햇볕이 따사롭게 내리쬐는 마을은 봄기운이 완연했다. 마치 농촌 풍경을 담은 ‘달력의 한 장면’을 연상케 할 정도로 평화로웠다. 축산농가를 찾아 마을 안쪽으로 5분여를 들어갔다. 하지만 주민들은 온데간데없고, 낯선 외지인의 방문에 간간이 들려오는 개 짖는 소리만이 적막감을 달래 주었다. 어렵게 만난 마을 주민들의 표정에서도 왠지 모를 그늘이 짙게 드리워져 있었다. ‘축산군’이라고 불릴 정도로 축산농가가 많은 홍성군의 요즘 분위기는 한마디로 흉흉하기만 하다. 2003년 광우병 발생으로 수입이 금지됐던 미국산 소고기가 3월부터 국내에 시판된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산지 한우값이 뚝뚝 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3600여 가구가 한우 사육을 하고 있는 홍성군에는 우리나라 전체 한우(190만두)의 2%(4만1500여두)가량이 사육되고 있다. 이곳 주민들은 애써 키운 소가 사료값도 안 나올 정도로 가격이 폭락하자 축산업을 계속해야 할지를 놓고 고민하고 있다. 소를 키울수록 빚만 늘어난다는 게 주민들의 하소연이다. 올해로 25년째 한우 사육을 하는 신영철(52)씨는 “작년 10월 450만∼470만원(500㎏) 하던 A급 한우가 지난 16일 홍성장에서 350만원에 거래됐다”면서 “미국산 소고기가 들어오면 한우 가격은 300만원도 장담할 수 없는 형편”이라고 걱정했다. 이웃에서 역시 소를 키우는 김명기(45)씨는 “미국산 소고기 수입 재개 소식에도 소값이 이렇게 떨어지는데 한미 FTA(자유무역협정)가 체결되면 소값이 반토막 나는 것은 시간 문제일 것”이라며 “하지만 최근 몇 년 동안 축산농가를 살리려는 정부 정책은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다”고 비난했다. 같은 동네 고영대(53)씨는 “소 70마리를 기르는 데 하루 사료값으로만 20만원이 넘게 들어간다”며 “현재 한우 판매가격이라면 6개월 된 송아지를 2년 동안 애써 길러봐야 손에 남는 것은 빚밖에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사정은 다른 주민들도 마찬가지였다. 이날 만난 주민들은 한결같이 “차라리 막노동을 하는 게 낫다” “정부가 소값을 책임져야 한다” “차라리 돼지와 닭을 기르는 게 낫다”는 등의 불평을 쏟아냈다. 미국산 소고기 수입재개 결정으로 한우 축산농가들의 불만이 높아가고 있다. 이들은 곤두박질치는 한우 가격 하락으로 생계를 위협받고 있다며 정부에 대책마련을 강력히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축산농가들에 대한 정부의 뾰족한 지원 방안은 거의 없는 실정이다. 정부는 다만 소고기를 부위별로 수입을 제한했기 때문에 축산농가에 미치는 영향이 그리 크지 않을 것이라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다.

농림부에 따르면 국내에 수입이 가능한 소고기 부위는 뼈를 제거한 골격근육(살코기)으로 생후 30개월 미만이어야 한다. 이에 대해 축산농가들은 “소고기는 생후 28개월 전후가 가장 육질이 좋은데, 수입 소의 범위가 어린소뿐 아니라 30개월 미만까지 확대돼 한우와 치열한 경쟁이 불가피해졌다”면서 “살코기만 수입하고 뼈는 수입하지 않는다고 해도 농가가 받는 충격은 엄청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실제로 미국산 소고기의 수입을 맡게 될 유통업계는 시장경쟁의 최대 승부요인인 가격경쟁에서 국내산보다 미국산이 앞설 것이고, 맛도 호주산보다는 우월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대형 할인점의 한 관계자는 “미국산 소고기가 가격경쟁력을 앞세워 국내산 소고기 판매를 크게 압박할 것으로 보인다”며 “이는 국내산 소고기의 판매 부진 및 가격하락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은 지난해 11월 발표한 ‘미국산 소고기 수입 재개 파급영향 분석’ 보고서에서 한우 산지가격은 6.4∼39.2% 하락하고, 대체 육류인 돼지고기는 4.1∼18.5%, 닭고기는 1.9∼14.5% 각각 떨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홍성=김기환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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