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희 부모님은 60평생을 농사로 살아옵신 분이십니다.
3명의 아들을 낳아서 지금은 모두 대학까지 공부를 마친 상태입니다.
저는 제가 살아온 어린 시절을 생각하면 농촌은 없어져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논농사는 1년 농사이지만 자식 농사는 100년 농사라고 했지요.
제가 초등학교 5학년때 저희 동네 같은 또래 동기는 23명이었습니다. 그런데 6학년 2학기가 된니 5명이었습니다. 그리고 중3이 되니 정말 시내쪽에 아무도 아는 사람없는 저와 다른 친구 1명 딱 두 명이 남더군요.
저는 고등학교때부터 자취를 했습니다.
대학교 1학년때 막내 동생을 대구 시내로 불러 올려 전학을 시켰습니다. 당시 동생은 초등학교 6학년이었습니다. 그것도 요즘 말로 "위장 전입"을 햇 말이죠.
왜 그렇게 어린 것들을 도시로 보내었겠습니까? 다 자식의 앞날을 걱정하며 좋은 교육 환경에서 공부시키고 싶은 부모의 마음입니다. 그런데 현실은 냉정했습니다. 사춘기에 부모의 사랑을 받지 못하는 아이들의 생활은 강건너 불을 보듯 뻔한 것 아닙니까? 어떻게 적응을 해서 시골에서의 성적을 유지하는 아이들보다 방황하고 소년원을 드나드는 아이들이 더 많더군요.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하고 자식을 유학(?)보낸 부모들의 마음은 무너지기 시작합니다.
이 일이 벌써 20년 전 일이지만 지금 와서 당시 대구로 전학을 해서 소위 성공을 했다는 친구를 찾기는 힘들군요... 하지만 자신은 농사를 지어도 자식은 잘되기 바라는 마음에서 교육환경이 그나마 좋은 시내로 유학을 보내는 부모들이 아직도 있습니다.
그래서 빨리 산업화가 되어서 이런 열악한 교육환경을 바꿀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이런 비관적인 농촌의 현실보다 더 안타까운 소식을 요즘 많이 접하게 됩니다.
이제 정치하시는 분들이 자본주의 논리에 의해 농촌을 없애버리려고 하는 법안을 만들고 있더군요....
쌀은 생명입니다. 다른 말로 하면 지금쌀 농사를 지으시는 분은 생명을 창출하시는 분들입니다. 그런데 자본주의 논리(최소한의 투자와 최대의 이익 창출)에 의해 생명을 버리는 일을 시도하고 있음에 안타까울 뿐입니다.
쌀이 생명이라는 말에 동의가 되지 않으십니까?
우리는 쌀을 먹지 않으면 죽습니다. 우리는 쌀을 내어주면 우리의 먹거리는 이제 우리 스스로 책임지지 않겠다는 뜻입니다. 밀가루 음식과 고기로 우리는 살아갈 수가 없습니다. 왜냐하면 우리의 5천년의 역사가 쌀의 역사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산업화와 자본주의가 들어오면서 우리는 아주 복잡한 상황에 처해 있습니다. 지금 자본주의의 입장에서 보면 쌀을 개방하지 않으면 안되는 상황에 처해 있습니다. 살 수입 개방을 하지 않음으로 오는 피해는 아주 클 수도 있습니다. 무역을 하면서 통상 압력을 받는다는 것도 GNP 1만 달러를 넘어서고 선진국의 진입을 앞두고 개운한 일은 아닙니다. 그러나 농촌을 포기하는 것은 우리의 생명을 다른 나라에 맡기겠다는 것과 같습니다.
쌀을 수입하고 전자제품 한 대 더 팔면 수학상으로는 통계상으로는 이익을 내는 것이 맞습니다. 우리가 쌀 수입을 하지 않으면 점점 불이익의 폭은 커질 것입니다. 그리고 점점 우리나라는 통상적으로 고립되어 갈 것입니다.
그러나 통상 이익을 내기 위해 생명을 내어 주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이것은 금과 목숨을 바꾸는 일과 똑같은 일입니다.
이것은 오래 가지 않아(예언가는 아니지만 예언하건데 10년을 넘기지 못할 것입니다.) 우리나라는 세계최대 쌀 수입 국가가 될 것입니다. 우리의 식탁은 베트남 쌀로 밥을 하고, 미국, 호주산 쇠고기에 칠레산 돼지고기, 그리고 중국산 상추와 표백제 묻은 도라지로 우리의 밥상을 대신 할 것입니다. 뿐만 아닙니다. 아파트마다 음식 조리기구는 점점 줄어들게 될 것입니다.
저도 농촌에서 태어났지만 쌀을 사먹을(지금은 촌에서 올라옵니다) 형편에 처해지면 저도 수입쌀 먹습니다. 계속 쌀 재고는 쌓일 것이고 정부에서는 쌀농사 짓지 못하게 압력을 넣을 것입니다. 몇년전 정책(논을 3년 농사짓지 않고 그냥 두면 1마지기당 1년에 20만원씩 준다는 황당한 정책- 이 일로 논은 농사를 지을 수없는 황무지가 되었고 다시 개간하는데 돈은 배로 더 들었습니다.)
그러면 10년이 못되어 쌀 농사는 사라질 것입니다. 자본주의 논리로 농촌을 바라보면 지금 우리 농촌은 애물단지임에 틀림 없습니다.
그리고 우리는 이 애물단지를 개발해서 더 산업화에 힘쓰기 위해 농촌을 도시화 하겠지요. 논마다 토지 개발을 해서 공장을 짓고 관광단지로 개발해야 할 것입니다. 호텔도 짓고 오락 시설도 들어서야 할 것입니다. 땅이 놀고 있으면 아깝잖아요...
이런 현실이 곧 다가온다고 생각해 보십시오. 평생을 땅만 바라보고 살아오신 분들을 고향땅에서 내몰아내는 오늘날의 현실을 생각해보십시오. 평생을 땅만 바라보고 오신 분들이 땅을 지킬 수 있게 해 주십시오.
집집마다 땅을 버리는 일이 없게 해주셔야 할 것입니다.
이제 보다 현실 적인 이야기를 하려고 합니다.
15년 전 시내버스요금은 180원이었습니다. 지금은 700원입니다. 자장면값 1100원으로 알고 있습니다. 지금 3500원입니다. 저희집 의료보험료 15년 전에 18000원이었습니다. 지금 63000원입니다. (그나만 식구가 두 사람 줄었습니다. 내년에 3%더 올리겠다고 합니다.) 15년 전에 전기 사용료 평균 3000원-4000원이었습니다. 지금은 적으면 3만원입니다. 대학등록금 제가 처음 입학할 92년 99만원이었습니다. 지금 300만원 가까이 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15년 전의 쌀과 지금의 쌀은 달라진 것이 없습니다. 아무리 기술이 발달을 해도 기계로 농사를 지어도 양은 늘지 않습니다. 그런데 쌀값은 달라졌습니다. 10년전 80Kg 쌀 한포대에 11만원 했습니다. 그런데 지금쌀 한포대에 16만원합니다. 5만원이 올랐습니다. 그나마 올해는 수매를 해주지 않아 12만원이라고 합니다.
저희 시골집은 수박 농사를 짓습니다. 지금도 가락 시장에 가면 다른 수박보다 값을 더 받을 수 있다고 하더군요. 15년 전에 6개월을 고생하면 200평에 220만원, 이것저것 제하면 적어도 150-170만원의 수입은 되었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200평에 250만원 정도합니다. 문제는 비닐과 거름과 비료의 값이 오르고 임금비가 올라 이것저것 제하면 약170정도 수입이 됩니다. 15년 전과 지금 수입은 전혀 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현실적인 물가가 3-5배 오른 것을 생각해보면 이 수박 농사도 오래 가지 않을 것 같습니다. 이제는 농촌에서 농사를 짓는 것 자체가 빚이 늘어가는 현실입니다.
DJ정부 시절 농촌 육성 사업(영농 기계화 사업)으로 저가에 농기구를 제공하는 사업을 펼친 적이 있었습니다. 그때 저희 아버지께서도 정부의 지원 아래 1000만원 지원 받고 3000만원짜리 콤바인을 2000만원 융자를 얻어서 구입하신 적이 있었습니다. 2000만원은 연 3.2%의 저금리로 대출을 해서 4년동안 상환하는 조건이었습니다. 그래서 첫해는 아주 기분좋게 농사를 지으셨습니다. 3년째 되던 가을이었습니다. 콤바인이 고장났습니다. 부품이 망가졌는데 그 기종이 단종이 되어 부품이 나오지 않는다는 것이었습니다.(국산이었습니다.) 그래서 기계를 버리자니 너무 아까워 같은 기종의 중고 콤바인을 수백만원을 주고 사서 부품만 빼고 고물로 팔았습니다. 4년만에 융자 다 갚고 5년째 되던해 그 콤바인 버렸습니다. (고장이 났는데 부품을 구할 수 없어서요...) 일 년동안 벼30마지기 농사 지어 미천 하나도 빼지 않고 1200만원 매출입니다. 미천 다빼면 얼마 남지 않습니다. 그나마 남은 돈으로 콤바인값 갚았습니다.
올해 또 빚내어 콤바인 샀습니다. 이번에는 제값 다주시고 사셨습니다. 이것도 운이 좋으면 한 5년 뒤아니면 그 전에라도 부품이 없어서 버려야되겠지요....
그런데 왜 우리 아버지가 땅을 지키시면서 농사를 짓고 계신지 아십니까? 농업은 생명이기 때문입니다. 농자천하지대본(農者天下之大本)이기 때문입니다. 이런 농촌을 자본주의 논리로 버리려고 하십니까? 농민회 시위가 좀 과격했습니다. 제 동생뻘 되는 전경들이 많이 다쳤더군요. 그런데 왜 그렇게 쇠파이프를 휘두르는지 아십니까? 지금 농민들은 생명을 걸고 싸우고 있습니다. 그들의 소리를 들으야 합니다. 이 땅의 생명을 지키기 위한 그들의 몸부림을 버리지 마십시오. 지금 쌀을 개방하면 10년 뒤 우리나라를 생명을 보장 받을 수 없습니다. 먹거리의 안전성을 보장 받을 수 없는데 생명의 안전이 지켜지겠습니까? 농촌에서 농사 지으면서 자식을 키울 수 있는 우리나라가 그리워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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