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추연 > 농어촌비리 > 농민에게 농약을 먹이는 골프장 건설

"백운산 골프장 추진 상식밖의 행정"
반대 대책위 공동대표 김진 교수, "회사-울주군 유착의혹 있다"
김미선기자 [email protected]

29일 오후, YWCA 회의실에서는 대곡댐 상류지역에 골프장 건립이 추진되는 것을 저지하기 위한 대책회의가 열렸다. 이 회의에서 발족된 '상수원(대곡댐)골프장 건설저지를 위한 범시민 대책위'의 공동대표로 선임된 김진 울산대 철학과 교수를 만나보았다.

▲백운산 자락이 고향도 아니고 철학과 환경은 직접적 연관이 있는 것도 아닌 듯 한데, 어떻게 이 문제에 관여하게 되었나?

김진교수-"89년도에 울산대학교에 철학과가 생기면서 울산에서 살게 되었다. 그러다가 8년 전쯤 선필리에 들어가 살게되었다. 선필마을은 천주교 박해 시절 형성된 카톨릭 피난 마을이다. 경치도 매우 아름답고, 환경 보호가 잘 된 마을이지만 외진 곳에 위치해 발전 될 일이 없을 것이라 생각돼 본적까지 옮겨와 제 2의 고향으로 여기며 살고 있다.

울산의 식수원이기도 한 조용한 이 마을에 농약 등 환경오염 문제를 가져 올 것이 분명한 골프장이 법까지 어겨가면서 건설된다는 것을 알았다. 처음에는 주민들의 제보로 글을 기고하는 것으로 이 일에 관여했으나, 이 사태를 지켜보고 있을 수 만은 없어 이렇게 나서게 되었다."

▲이 지역에 골프장이 들어서게 된다고 해서, 주민들이 고향을 떠나게 되는 것은 아니라고 알고 있는데, 주민들은 어떤 직접적인 피해를 입게 되나?

김 교수- "골프장이 건설되면 골프장을 제외한 모든 것들이 피해를 입게 될 것이다. 회사측이 오폐수를 경주·포항 방면으로 돌려 처리하면 피해가 없을 것이다라는 등 여러 가지 대안을 제시하고 있지만 그 대안자체도 합법적이지 못한 것일 뿐만 아니라, 상식적으로 볼 때, 그 제안대로 한다면 대곡댐 자체 수원이 거의 다 사라지는 것이다.

또 요즘 같은 장마철에 비가 내리면 그 농약 등 오염물질이 섞인 물이 식수원으로 흘러들 수밖에 없어 울산시민은 모두 오염된 식수를 공급받게 된다.

주민들의 피해는 울산시민들의 피해보다 클 수밖에 없다. 현재 선필마을은 상수도가 들어오지 않아 백운산의 물을 직수로 받아먹고 있는데, 골프장이 건설될 경우 수질 오염은 물론, 토양 오염 그리고 이동 차량들로 인한 공기 오염까지 일어날 것은 뻔한 일이다."

▲골프장 건설을 둘러싼 문제에는 울주군도 포함된 것으로 아는데, 울주군은 현재 어떤 입장을 보이고 있나?

김 교수- "울주군은 현재 울산시에 '백운산 공원부지 해제 안'을 제출한 상태다. 이는 환경보전법 등을 어겨가면서까지 골프장 건설을 용인하겠다는 것으로 파악되나, 울주군은 업체가 사업 계획서를 제출했으므로 울산시에 전달했을 뿐이라고 발뺌하고 있다. 울주군이 해온 행정업무들을 볼 때 전달만 했다는 말은 주민들을 기만하는 것이다.

골프장 건설 사업계획안은 지난 2월에 제출되었다. 하지만 울주군은 지난해 이미 경주대학교에 용역을 주었고 '울주군 관광휴양개발에 관한 연구 보고서'를 발간했으며, 여기에는 골프장 문제가 들어있어 사전에 계획하고 있었다고 볼 수밖에 없다.

여기에다 골프장 건설업체인 '영남알프스컨트리 클럽'은 1~2년전 생겨난 신생회사로 전 울주군 부군수가 부사장으로 있다는 사실 외에는 알려진 바가 거의 없다. 하지만 이 회사는 현재 울주군에만 3~4가지 사업을 실시하고 있어, 회사와 울주군의 유착의혹을 끊임없이 불러일으키고 있다."

▲울산시민들은 대부분 대곡댐 상류지역에 골프장이 생기는 문제의 심각성을 알지 못하는 현실이다. 그런 이유로 이 문제가 선필리 주민들의 지역이기심으로 비춰질 수도 있는데 이 문제는 어떻게 생각하나?

김 교수- "선필리 주민들이 이익을 위해서 골프장 건설을 반대하는 측면은 전혀 없다. 이 지역은 대부분 노인들이 조용하고 아늑한 환경 속에서 노후를 보내고 있는 곳이다.

땅값 문제 같은 경우 공원용도 부지이든 땅을 아주 헐값에 업체가 모두 매입한 상태로 투기 등의 문제는 없다. 또 님비현상처럼 혐오시설 건립을 반대하는 것도 아니다. 골프장이 혐오시설은 아니지 않는가?

또 우리가 골프장 건설 자체를 거부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합법적이며 세워질 만한 곳에 들어서야 한다는 것이다. 신불산 일대 선곡면 주민들의 경우를 생각해봐라. 그쪽 주민들은 신불산 일대에 난개발이 진행되자 차라리 골프장이 들어서서 예쁜 마을이 생기기를 원하고 있다. 이 지역에는 오염될 식수원도 없다.

선필리는 아무도 골프장이 건설되기를 원하지 않는다. 거기에다 골프장이 들어서면 120만 울산시민이 마실 식수원의 오염이라는 문제가 존재한다. 하지만 신불산 일대의 땅값이 아주 비싼 데 반해 백운산 일대는 울주군에서 가장 싼 가격
대의 땅 값이라는 점이 회사이익 문제와 맞물려 골프장 건립이 추진된 것으로 보인다. 울산시민들은 골프장을 둘러싼 이런 상황을 분명히 인지할 필요가 있다."

▲얼마전 골프장 문제와 관련한 칼럼때문에 언론사와 마찰을 일으킨 바 있는데, 어떻게 된 상황인가?

김 교수- "울산매일신문에 지난해 5월부터 화요 칼럼을 게재 해 오고 있다. 그 이전에는 기획 칼럼을 게재해 왔으며 이 신문사와 몇 년간 인연을 맺어왔다.

그러다 울주군을 비판하는 내용이 담긴 글을 썼고, 매일신문이 내용 삭제와 수정 등을 요구했다. 나는 할말은 해야 한다고 생각하기에 그 요구에 응하지 않았더니 매일신문 측이 칼럼을 신문에 싣지 않았다. 그래서 글을 게재하지 않으면 더 이상 쓰지 않겠다고 신문사에 입장을 밝혀 칼럼은 중단됐다.

이 사태에 대해 아무 언급 없이 칼럼을 중단했더니, 독자들의 문의가 계속돼 결국 언론에 밝히게 된 것이다."

▲이전에도 신문사 측에서 칼럼의 내용을 수정하고나 삭제를 요청한 적이 있나?

김 교수- "이 문제 이전까지는 한번도 그런 요청을 한 적이 없다. 매일신문에 울산시나 검찰이등 권력기관에 대한 비판적인 기사를 게재한 적이 있지만 신문사 측에서 수정을 요구한 것은 처음이다."

▲결국 칼럼 중단까지 불러온 이번 사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김 교수- "물론 외부기고의 경우 '외부기고는 사측의 입장과 다를 수도 있습니다.'류의 주의점들을 동반하고 게재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이번 경우는 고정 칼럼이라 주의점을 함께 게재하는 정도에서 그치지 않고, 삭제 된 것으로 보인다.

이는 권력기관이 언론사에 압력을 행사하는 언론탄압·언론기관과 권력기관의 유착·언론사가 권력기관에 편의를 도모해줘야 하는 이유가 있었을 것이라는 세 가지 사유중 하나 때문에 일어난 사태가 아닌가 한다. 수사기관도 아니고 하다 보니 스스로 그 내부사정은 정확히 알 수 없지만 언론사들의 이런 상황은 답답한 현실이다.

이전 문제들도 그렇다. 지난 3월 주민들의 요구로 이 문제에 대해 글을 쓴 적이 있고 이때는 그대로 실렸었다. 또 이 무렵 울산의 전 언론 기관에서는 골프장 건설문제를 여러 차례 보도했다. 하지만 해당기업이 로비에 들어갔다는 소문과 함께 4,5월에는 언론기관에서 이 문제를 다룬 적이 거의 없다. 5월 중순에 가졌던 기자회견이 이 두달간 언급된 기사의 전부일 정도이니 말이다.

5월 말 주민 요청으로 또다시 기사를 썼었고, 이 기사가 삭제된 칼럼이다. 결국 이번 사태를 경험하면서 언론이 스스로 자유롭지 못한 현실에 대해 실감하게 되었고, 골프장 건설 저지에 더욱 정진해야겠다고 마음을 굳히게 되었다."

▲앞으로 골프장 건설 저지를 위해서 어떤 활동들을 해 나갈 계획인가?

김 교수-"가장 먼저 행정상의 잘못에 대해 책임을 요구할 것이다. 울주군 측은 법적으로 행정적 책임이 없다고 주장하지만, 사업계획서를 검토해 보면 사실과 다른 부분도 존재하고 중요한 문제들도 빠져있다. 이는 울주군이 사업계획서의 적법여부를 심도있게 검토하지 않은 잘못이다.

또 오늘 대책위 구성까지 마친 만큼 박맹우 울산시장이 문제에 대해 정확한 판단을 내릴 수 있도록 기자회견과 면담 등을 통해서 문제점들을 알려갈 계획이다.

김 교수는 물은 누구나 마시는 것이라며, 매일매일 마시는 물이 오염돼 있다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몸은 점점 망가진다고 이야기한다. 이어 골프를 즐기는 것과 식수원을 보호하는 것을 모순으로 보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각자 적합한 자리를 지킨다면 두 가지 모두 성취할 수 있는 문제라는 것이다.

인터뷰를 마치면서 그는 마지막으로 덧붙인다. 내 아이가 내 가족이 마실지도 모르는, 함께 마시는 물이라는 생각을 스스로 인식한다면 백운산에 골프장이 건설되는 것이 어떤 문제인지 분명히 알게 될 것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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