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시설채소를 주농으로 하는 농가의 아낙입니다.
어젠 하우스 안에서 하루 종일 피망을 땄습니다.
바깥 기온도 덥다고 에어컨이며 선풍기를 켜는데 비닐온실 안의 숨 막힘이란 설명하지 않아도 누구나 짐작할 상황이겠죠, 그러나 정작 나를 괴롭히는 건 더위가 아니라 피망 가격에 대한 불안감 이었습니다. 얼마 전 서울 가락동 시장에 출하한 10키로 청피망 특품 한 상자 2500원 상품 2000원을 받고 보니 온 몸에 기운이 다 빠지더군요.
이제 막바지 농사니 생산비를 계산하지 않더라도 박스 값이며 진주에서 서울까지의 운임 공판 수수료를 제하면 오히려 마이너스가 되니, 몇 됫박 흘린 땀의 댓가치곤 참으로 매정한 결과 아닙니까.
뭐 큰돈 바란 것도 아니고 하루일당 정도만 나오면 했던 바람도 과한 것이었는지?
오늘은 홍피망을 출하해 놓고 내심 마음이 편치 않아 이곳저곳 경매장 사이트를 클릭하다 한 말씀드립니다.
식견 좁은 시골 아낙의 눈이어서인지 우리나라 농림부에서는 지금 시설채소 농사의 현실을 잘 파악하고 있는지 그 해결을 위해 어떤 일을 하고 있는지 잘 볼 수 가 없습니다.
대부분의 농산물들이 몇 해째 과잉 생산되어 가격이 하락되자 실소득이 부실하다 생각한 농민들은 자구책이랍시고 이제 숫자 노름이라며 면적을 늘려 더 많은 생산을 하고 있는데도 물량 조절을 해 주어야 할 농림부에서는 하우스를 새로 짓는데 융자를 내어주고 있으니 생산비도 못 건지는 악순환으로 그 빚은 어찌 갚으라는 건지 모르겠습니다.
올해는 또 어떤 품목을 선택하여 농사를 지어야 낭패를 당하지 않을지 암담합니다.
농림부님들께 부탁드리고 싶은 건 지역별 작목반에 홈페이지를 보급하여 파종하고자하는 종자, 면적, 시기, 등을 조사하여 반원들에게 알려주어 농산물이 과잉 생산되지 않도록 대처할 수 있도록 어떻게 좀 해주시면 정말 정말로 감사하겠습니다.
우린 호의호식 하는 것 바라지도 않습니다.
그저 일 삯 정도 나오는 농사라도 지어서 이미 진 빚 연채 안 물도록 갚아나가고 아이들 교육시키고 최소한의 생활비로 된장찌개 끓이고 장날이면 갈치 몇 마리 사서 구어 올리는 식탁 앞에서도 행복해 할 줄 아는 사람입니다.
농촌의 현실, 깊이깊이 속속히 알고자 애쓰는 농정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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