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지방건설업체 직원이 겪은 일부 지방언론 비리·폐해
지방언론지원육성법이 국회를 본회의를 통과했습니다. 지방언론 지원을 위한 최소한의 토대가 마련된 셈입니다. 하지만 금품수수·강제판매·협박 등을 일삼는 일부 사이비 지역언론이 상존하고 있음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입니다. 미디어오늘은 옥석을 가리는 작업의 일환으로 사이비 언론의 비리와 폐해를 파헤쳐 고발할 예정입니다. 아래의 글은 경기도의 한 택지개발지구 현장사무소에 근무하는 김상수(가명)씨가 제보한 내용입니다. 제보자의 이름과 언론사명은 본인의 요청에 의해 익명 처리했습니다. 편집자
우리가 21세기를 맞이하면서 몇 가지 화두로 삼았던 말들이 있습니다. 국제화, 경쟁력, 부정부패척결, 정치개혁 등이 그런 것들이었습니다. 새 시대에 대한 부푼 꿈을 안고 21세기를 맞이한 지 벌써 몇 년이 흘렀지만, 그 때의 구호들은 이제 공허한 메아리로 다시 돌아오는 듯 합니다. 정치개혁은 국민의 눈높이를 맞추지 못하고 있고, 부정부패 사건 또한 연이어 언론의 사회면에 오르내리고 있습니다.
저는 건설회사에 근무한지 8년째 되는 평범한 회사원입니다. 그동안 많은 현장에서 근무해왔지만 처음 신입사원으로 발 딛은 현장에서나 지금 근무하고 있는 현장에서 일부 언론들의 구태적인 행태가 계속되고 있고 오히려 그 수법을 다양화하고 있어 안타까운 마음뿐입니다.
몇 년 전만 해도 중앙일간지의 행태가 심했는데 대표적인 유형은 다음과 같습니다. 우선 전국의 건설현장에 임의로 자체제작 영상물이나 책자 등을 지로용지와 함께 우편으로 발송하고 며칠 후에 전화를 걸어 관련 책이나 영상물에 대해 안내하고는 구매를 강요합니다. 물론 현장에서는 구매를 거절하거나 반송조치를 한다면 묵시적인 압력을 행사합니다.
그래도 요즘은 중앙일간지의 이런 모습이 거의 자취를 감춘 것 같아 다행스럽지만, 문제는 일부 지방언론들이 그 행태를 그대로 답습하는데 있습니다. 요즘은 환경에 대한 관심이 높아서인지 환경관련 언론들(대부분은 언론이란 말을 붙이기가 민망하지만요)이 많이 생겨났습니다. 이런 언론들은 현장을 돌며 여러 가지 방법으로 압력을 행사하는데 그 유형을 보면 대략 다음과 같이 몇 가기로 요약할 수 있습니다.
첫째는 자신들의 주간지나 월간지 구독을 강요하는 경우입니다. 이런 경우 구독료는 대개 1년 치 선불을 요구하고 일부는 지로가 아닌 현금으로 즉석에서 줄 것을 요청합니다. 정보는 조잡할 뿐만 아니라 벌써 타 언론에 보도되어 지나간 일들을 재탕해서 거의 복사하듯이 편집해 놓은 기사들이 대부분인 당연한 일이겠지요.
두 번째는 자신들과 전혀 관련 없는 물품들을 판매하는 것입니다. 전에 중앙일간지들이 했던 것처럼 영상물이나 책자 등을 강매하거나 심지어는 화장지나 기타 생활용품도 강매를 하고 있습니다. 이런 경우는 대게 비용도 만만치 않습니다.
셋째는 아무런 방문의 목적이 없이 현장사무실을 방문하여 취재를 빙자해서 여러 가지 협박을 가하는 것입니다. 이런 사람들의 방문목적은 거의 비슷합니다. 금품을 요구하는 것입니다. 그 사람들에게 약간의 금품을 제공한다고 해서 회사에 그리 큰 부담이 가는 것은 아닙니다. 문제는 그 정당성이 뒷받침되지 못할 뿐 아니라, 전국의 공사현장 수만을 가지고 단순 계산했을 때 나오는 엄청난 비용에 있다고 봅니다.
넷째는 특별한 경우인데 자신들의 신문이나 잡지사 창간에 초청하는 것입니다. 말이 초청이지 누가 그 자리에 가고 싶겠습니까. 창간기념 단상에서 하는 말은 우리나라의 모든 환경문제를 위해 헌신할 것처럼 말하지만 그 속내는 우리가 이런 회사를 차렸으니 와서 인사 좀 하라는 것이란 건 누구나 미루어 짐작할 수 있을 것입니다.
우리나라에는 건설이나 환경관련 법규들이 몇 십 가지 있습니다. 그런 법조항들을 찬찬히 들여다본다면 아시겠지만 모든 조항들을 100% 준수한다는 게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물론 일부러 위반하려고 하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건설공사는 기타 제조업과는 성격이 다릅니다. 생산공정이 대부분 인력에 의하기 때문에 경미한 실수는 언제나 발생하기 마련입니다. 그런 실수를 최소화하기 위해 직원들이나 직접 일하시는 분들이 노력을 많이 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현장에 숨어서 실수하는 순간만을 포착해서 기록으로 남기고 그걸 미끼로 해서 다른 목적을 달성하려 하는 것은 우리가 바라는 진정한 언론의 모습은 아닐 겁니다. 우리나라가 일인당 국민생산 1만 달러에서 전진하지 못한지 10년 정도가 되어갑니다. 다 같이 노력해서 언덕 위 정상을 향해 뛰어가려고 하는데 무임승차하려는 사람들이 있다면 속도가 붙기는 커녕 오히려 뒤로 미끄러질 것입니다. 부정부패가 없는 깨끗한 사회, 그런 사회에 일침을 가할 수 있는 진정한 언론의 모습을 기대합니다. 그 규모가 크던지 작던지 간에요.
다음은 제가 지금 현장에 근무하면서 있었던 일중 메모해 놓았던 일들을 간략히 기록해 본 것입니다. 이외에도 방문사례가 엄청 많은데요, 오래된 일들은 기억이 잘 나지 않고 메모도 잘 되어 있지 않아서 남아 있는 것만 보내드립니다.
2001. 09. 04
H환경신문 기자가 방문하여 자신의 주간지구독을 강요하여 당 현장과 협력업체 분으로 2구좌의 구독을 약속하였고, 구독요금은 1년치 선불로 현금 20만원을 요구하여 2구좌분 총 40만원을 지급함.
2001. 10. 31
H일보 기자가 방문하여 최근 감사원 감사가 진행중인 것으로 알고 있는데 이와 관련하여 자신도 아는 내용이 있으므로 조심해야 할 것이라며 반협박을 가함(실제로는 감사초기 단계였고 전혀 아무런 문제가 없었으며 감사완료 후에도 지적사항이 전혀 없었음). 현장소장 사무실에서 1시간정도 면담을 마친 후 떠날 때 현금 20만원과 주유티켓을 전달함.
2001. 11. 01
H환경신문 기자가 방문하여 현장의 전반적인 환경문제를 거론하였고 현장을 떠날 때 20만원을 전달함.
2002. 08. 05
N신문 기자(신원을 제대로 밝히지 않음)가 남양주 시청을 방문한 뒤 당 현장에 방문하여 현장에서 사용하고 있는 재활용골재와 관련하여 용도와 수량을 취재함. 재활용골재의 사용이 환경법상 문제가 없는 부분이었음에 이에 대한 적정성 여부 및 사용용도, 수량 등에 대해 취재하였으며 현장을 떠날 때 용돈 명목으로 20만원을 전달함.
2002. 11. 07
N신문 본부장 송모씨가 방문하여 환경관련 도서구입을 강요함. 도서가격은 1세트에 100권으로 권당 9500원이므로 총 95만원이며 일시 구매가 부담될 시에는 4회 분할하여 구매가 가능하다고 함. 이에 당 현장에서는 95만원은 너무 부담이 되니 일단 4분의 1인 25권 23만7500원을 부담하고 구매함.
2003. 2. 20
H신문 K모 부장(경기지역북부 취재부장)이 현장을 방문하여 현장소장과 면담을 요청하였고 당 현장 및 인근지역에 대한 전반적인 환경문제를 거론하며 '월간H신문'의 구독을 강요하여 이에 수락하였고 구독료는 1년치(12만원) 선불을 요구함. 현장을 떠날 때 용돈명목으로 현금 20만원과 주유소 주차권을 지급함.
2003. 03. 12, 03. 13
3월 12일 뉴스00의 I 기자(사회2부)가 오후 5시경 방문하여 현장의 전반적인 환경문제에 대해서 거론하며(특히 비산먼지 및 주민통행로 불편 등) 약 1시간 동안 현장사무실에서 취재함. 오후 6시 30분경 다시 유선으로 여러 가지 문제점을 거론하였고 재방문할 것임을 통보함. 3월 13일 재차 방문하여 취재를 하였고 사무실을 나갈 때 용돈명목으로 현금 20만원을 전달하였으며 이에 앞으로 현장관리 및 환경문제에 만전을 기해줄 것을 요청하며 떠남. 후에 뉴스21에서 발간하는 주간지를 정기구독하고 있고 비용은 1년에 20만원 정도임. 인근현장에서도 당사와 비슷한 사례로 많이 구독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음.
2003. 04. 15
J환경신문사 S모 부장이 분명한 방문의 목적이 없이 현장사무실을 방문하여 1시간동안 현장소장과 면담을 가짐. 사무실을 나갈 때 용돈명목으로 현금20만원과 주유소 티켓을 전달함. 위 사람을 그간 수차례 방문하였으며 항상 방문목적이 뚜렷하지 않았음.
2003. 08. 11
8월 11일 00기자클럽에서 비디오영상물(별난세상 12개 1세트)을 보내오면서 35만원 상당의 지로용지를 같이 동봉하여 보내왔고, 8월 13일 유선으로 보내준 영상물에 대해 구매를 강요함. 이와 관련하여 당사에서는 입금을 계속 미루어오다 여러 차례의 독촉에 의해 2004년 2월 00일 35만원을 입금함.
2004. 01. 29
H일보 P모 기자가 방문하여 진행 중인 토공사작업에 대해 문의하고 토목공사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이 없는데도 불구하고 자신의 입장에서 문제가 있어 보인다며 전혀 사리에 맞지 않는 논리를 폄. 교육청의 인근지역 학교공사는 당 현장과 전혀 관계가 없음에도 당 현장과 관련된 문제점이 있는 것처럼 유도함.
2004. 03. 03
N신문의 관계자 2명이 현장을 방문하여 휴지 및 락스 등에 대한 구매를 요청하였으나 현장에서 그동안 모처로부터 강매당한 제품의 잔여분이 상당부분 있음을 사유로 거절하였고 방문자의 신원확인을 수차례 요구하였으나 추후에 재방문할 것임을 통보한 후 나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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