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사 운영과 관련해 저녁식사를 겸한 술자리에서 사장과 언쟁을 벌인 기자 4명에게 대기발령이라는 징계가 내려졌다.
진주에서 발행되고 있는 <경남일보>에서 벌어진 일이다. <경남일보>는 지난 8월말 황인태(46)씨가 새 사장으로 취임한 뒤 지면을 16면에서 20면으로 증면하고, 직원들의 근무시간도 늘렸다.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의 디지털특보 등을 지낸 황 사장은 2001년 설립된 서울디지털대학의 부총장으로 재직 당시 등록금 38억3000여만원을 횡령·유용하고 세금 4억8000만원을 포탈한 혐의로 지난해 5월 구속되어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받고 풀려났다.
집행유예 기간이 4년 넘게 남아 있는데도 언론사 사장을 맡아 지역사회와 언론계에서는 논란이 벌어지기도 했다. 이런 속에 직원들이 황 사장과 언쟁을 벌이다 징계를 받는 일이 벌어져 관심이 높은 것.
부장을 포함해 창원 주재기자 등 직원 4명은 지난 9일 오후 6시 30분께 신문사 옆 식당에서 저녁식사를 겸해 술을 먹고 있었다. 이 중 1명이 황 사장을 모시고 와 자리를 함께 했으며, 황 사장은 5분가량 앉아 있다가 일어섰다.
그 자리에서 황 사장은 직원들이 10시까지 근무해야 한다고 요구했다는 것. 이에 직원 1명이 하루 근로시간은 8시간이고, 창원 주재 기자의 경우 10시까지 근무를 하고 진주까지 온다면 11시가 넘기에 받아들일 수 없고, 창원에 숙소를 마련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그 자리에 있었던 한 기자에 의하면, "그러자 약간 언성이 높아지면서 황 사장이 잔을 탁자에 친 뒤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면서 나가 버렸고, 황 사장이 자리에 앉아 있었던 시간은 불과 5분을 넘지 않았다"고 밝혔다.
다음날 오전 황 사장은 직원들이 모인 자리에서 4명의 기자들에 대해 '직무정지'를 결정했다. 이후 경남일보사는 13일 징계위원회를 열어 이들에 대해 대기발령을 내렸고, 24일 열린 재심에서도 같은 결정을 내렸다.
징계위원회는 이들의 징계 사유에 대해 근무지 이탈과 사장에 대한 폭언·협박·하극상 등을 들었다. 대기발령 징계를 받은 4명 중 1명은 사표를 제출한 상태.
하지만 징계를 받은 기자들은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한 기자는 "그 자리에서 사장과 언쟁을 벌인 직원은 1명인데, 나머지 3명은 거의 말을 하지 않았는데 징계를 받는다는 게 이해가 안된다"고 말했다.
또 그는 "새 사장 취임 뒤 미운털이 박힌 직원들에 대해 징계를 한 것 같고, 근무시간(오후 6시)이 지난 시각에 식사를 겸해 술을 가볍게 먹은 것을 두고 근무지 이탈이라고 하니 어처구니가 없다"면서 "회사는 사장한테 폭언과 협박, 하극상을 했다고 하는데 직원들이 어떻게 그렇게 할 수 있느냐, 절대 그런 정도는 아니었다"고 말했다.
경남일보노동조합은 이번 사건과 관련해 특별한 입장을 내지 않고 있다. 징계를 받은 한 직원은 "노조 총회를 요구했지만 위원장은 차일피일 미루고 있으며, 대자보 하나 부착하지 않고 있다"면서 "회사는 사건이 벌어진 뒤 노조에 이야기를 한 것을 두고 괘씸죄로 몰아붙였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노조 측은 "회사 내부 문제이고, 사회적으로 물의를 일으킨 사건도 아니기에 바깥에서 거론할 문제는 아니다"면서 "징계위원회에 노조 대표도 들어가고 소명 기회도 있었으며 나름대로 역할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노조 측은 "회사에서 일방적으로 자른 것이 아니며, 사규에 근거해서 했다"면서 "노동탄압도 아니다"고 덧붙였다.
경남일보사 경영지원부 관계자는 "이렇다 저렇다 할 이야기가 없다"는 말만 했다. <경남일보> 편집국장은 "회사 내부 문제다, 다른 회사의 인사에 대해 이야기 하는 것은 예의에도 어긋나며 상식에도 맞지 않다, 사규에 어긋나고 임·단협의 절차에 따라 이루어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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