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은 [수사·공소·공판·재판의 집행] 등 독점적 권한의 조직...(기자들이 검찰에 말 못하는 이유)
검찰은 [수사·공소·공판·재판의 집행] 등 독점적 권한을 갖고 있는
거대한 풍채로 위풍당당합니다. 경찰은 수사권도 없고 수사에 대하여는
검찰의 지휘까지 받는 종속관계로 전락한 초라한 모습입니다.
왜 그렇게 되었을까요?
경찰관 여러분! 그 연유를 찾아보겠습니다.
아주 오랜 옛날 경찰과 검찰은 이웃으로 오순도순 잘 살았습니다.
민주주의 국가체제에서 국가기관의 하나인 경찰이 다른 수평적 국가기관인
검찰은 권력분립과 분립된 권력주체 상호간의 견제와 균형이 있었습니다.
그 때는 검찰은 기소권만 있고 수사권이 없었으며,
경찰은 수사권은 있는 대신 기소할 수 있는 권한은 없었습니다.
둘이 만나면 서로 잘난 점을 자랑했었습니다.
검찰은 "역시 기소권이 있어야 해"
경찰은 "뭐니뭐니 해도 수사가 최고지" 하면서 서로의 자랑은 했지만,
경찰은 기소할 수 있는 것이 부러웠고 검찰은 수사도 하고 싶었습니다.
어느 날 둘은 서로 의논 끝에 기소권과 수사권을 바꿔 보기로 했습니다.
먼저 경찰이 수사권을 검찰에게 주었습니다.
검찰이 경찰의 수사권을 받아 해보니 기소권과 찰떡 궁합으로
세상에 무서울 것이 없어졌습니다.
그래서 검찰은 기소권을 경찰에 줄 생각이 사라졌습니다.
경찰은 기소권을 내주지 않는 검찰에게 "왜 안주나. 빨리 주라." 고 하였지만
검찰은 "기소권도 없는 놈이 수사권은 있어 무얼 해" 하고는 그냥 가버렸습니다.
옆에서 이 광경을 본 기자가 경찰이 하는 짓과 당하는 꼴이 우스웠습니다.
기자는 너무 웃다가 주둥아리가 펜촉처럼 뾰족해 졌습니다.
경찰은 참 한심합니다.
수사권도 없이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킨다고 말로만 떠들어댑니다.
아무리 기소권이 부럽다고 수사권을 주고 바꿀 생각을 하다니
그 수사권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알지 못했단 말인가요?
기소권을 받을 수 있다는 보장도 없이 수사권을 빼서 주어 버렸으니
무지하고 경박하기 그지없는 한심한 놈입니다.
검찰은 괘씸합니다.
아무리 욕심이 발동을 했기로서니 기소권을 못 주겠다니….
신용사회에서 신의(信義)가 눈곱만큼도 없는 놈입니다.
한술 더 떠서 기소권도 없는 놈이 수사권은 가져서 뭣하겠습니까?
이제까지 수사권이 있어서 기소권을 가졌습니까?
배신과 모순으로 똘똘 쌓여 있는 나쁜 놈으로 만인의 질타를 받아 마땅합니다.
여기까지 생각이 미쳤는데 기자가 아직까지 큰소리로 웃고 있었습니다.
그 웃음소리가 얄밉기가 그지 없습니다.
경찰의 무지와 경박(輕薄)에 주둥아리가 펜촉처럼 뾰족해질 정도로
웃어대는 놈이 왜 검찰의 부도덕까지한 배신과 모순에 대하여는
일언반구(一言半句) 말이 없습니까?
말은 물론 손가락질 한 번 없습니다.
기자란 놈은 왜 그토록 편파적(偏頗的)이었을까요?
경찰이 하는 짓이 우습다 보니,
검찰의 배신과 모순이 미처 눈에 띄지 않았던 것일까요?
상상의 나래를 펴봅시다.
만일 경찰에게 무소불위(無所不爲)의 힘이 있었다면
기자가 그토록 편파적일 수 있겠습니까?
경찰은 처음부터 기자가 두려워할 만한 것이 없었습니다.
이제는 수사권도 없습니다.
그래서 실컷 비웃는다해도 보복 당할 염려가 없지 않습니까?
검찰은 그렇지 않습니다.
기자가 언론을 등에 업는다해도 기소권에 수사권까지 쥐었으니
잘못 보였다가는 언제 그 예리한 칼날에 펜촉이 잘릴지 모릅니다.
기자는 이를 잘 알고 있습니다.
이 글은 경찰의 무지와 경박을 비웃으려는 것이 아닙니다.
검찰의 배신과 모순을 질타(叱咤)하려는 것도 아닙니다.
그런 뜻이 없는 것은 아니었지만,
그에 앞서 기자의 간악한 편파성을 꾸짖자는 것이 주된 목적입니다.
기자는 검찰의 잘못을 질타했어야 합니다.
보복이 두려웠다는 변명을 하려거든 경찰의 어리석음도
비웃지 말았어야 합니다. 그래야 공평하지 않겠습니까?
지금 기자가 어떻게 알았는지 내게 찾아와
삿대질을 하며 고래고래 소리를 칩니다.
"이봐, 내가 당신에게 보복할 만한 힘이 없다고 해서
이렇게 나를 매도하는 거요? 국정원이 나처럼 했어도 이럴 거요?"
내 발이 저리니 어떻게 더 기자를 꾸짖겠습니까?
`너에게서 나온 것은 너에게로 돌아간다.`는 옛말이 있습니다.
내가 기자를 꾸짖은 말이 나를 꾸짖는 말로 돌아오다니,
참으로 말의 어려움을 알겠습니다.
그럼 어찌할까요?
국정원을 꾸짖을 수 있는 용기를 가질 때까지는
기자를 꾸짖는 일을 삼갈 수밖에 없습니다.
적어도 공평이라는 것을 우리가 숭상해야 할 가치라고 믿는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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