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로부터 퇴진 요구를 받아 온 KBS 정연주(62·사진) 사장이 “퇴진 압박이 계속되면 회사의 비리를 폭로하겠다”고 맞서 양측의 갈등이 더욱 깊어지고 있다.
최근 KBS 사내 온라인 게시판에 오른 ‘사장퇴임투쟁’이라는 게시물에 따르면 지난달 22일 노조위원장과 만난 정 사장은 “나를 건드리면 명예를 지키기 위해 (비리 폭로 등) 모든 일을 하겠다”며 “(전임인)10대 노조 때 (2006년 사장 연임 반대를 위해) 철탑에 올라간 사람 등을 제대로 징계하지 않은 것이 후회되는데, 앞으로 11대 노조가 그렇게 하면 법대로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또 회사 비리 사례로 “제주 송신소 직원 26명 가운데 10명 이상이 1억원 이상의 연봉을 받으면서 그에 맞는 일은 안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발언 내용이 알려지면서 KBS 내부에서는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한 고위 간부는 “경영 악화, 수신료 문제, 편파방송, 코드인사, 방송의 공신력 악화 등 난제가 산적한 가운데 자신의 책임은 회피한 부적절한 발언”이라며 “사내 비리나 경영상의 문제가 있다면 사장이 바로잡을 일이지, 자리를 지키고 노조를 압박하는 수단으로 활용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비판했다.
정 사장의 발언은 내부 갈등을 극단으로 치닫게 하며 사장 스스로 KBS 내부 문제를 시인했다는 점에서 앞으로 적지 않은 파장이 예상된다. 게다가 사측이 18일 노조에 공문을 보내 정면 대응 방침을 밝힌 것으로 알려져 귀추가 주목된다. 한 노조 관계자는 “구조조정이나 징계 등을 검토하겠다는 뜻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KBS 노조는 이에 대해 20일 사장 퇴진을 거듭 촉구하는 결의문을 채택했다. 한편 중간 간부로 구성된 KBS공정방송노조는 21일 성명서를 발표해 2007 결산 이사회를 앞둔 KBS이사회(이사장 김금수)에 동반 책임론을 제기하며 정 사장과 동반 사퇴하라고 요구했다.
73436
작성자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