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언론포럼, 삼성광고 중단 토론회…"언론 재정독립, 소유구조 개선 요구"
한국의 대다수 언론은 자본권력으로 대표되는 삼성에 무장해제된 상태이며,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광고매출 비중을 낮추고 구독료 수입을 높여 재정적으로 독립하는 한편 소유구조를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특정 자본으로부터 광고 탄압을 받고 있는 경향신문과 한겨레는 이 사실을 독자들에게 적극적으로 알리고, 시민사회는 구독운동과 지지광고 등으로 지원해야 한다는 제안도 나왔다.
새언론포럼(회장 최용익 MBC 논설위원) 주최로 지난 22일 서울 중구 태평로에서 열린 '삼성광고 중단 사태로 본 자본권력과 언론의 자유' 토론회에서 참석자들은 경향신문·한겨레에 대한 삼성의 광고중단 사태는 언론의 자본 예속 현상이 심화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입을 모았다.
발제를 맡은 이진로 영산대 교수(신문방송학)는 "2008년 언론 현실은 대통령과 정부 비판이 자유롭다는 점에서 정치적 측면의 언론 민주화 수준은 매우 높아졌지만, 삼성그룹의 비자금 보도에서 보듯이 재벌과 대기업의 비판이 제한된다는 점에서 경제적 측면의 언론 민주화 수준은 오히려 낮아졌다"고 지적했다.
곽정수 한겨레 대기업 전문기자는 특히 "비자금, 불법·편법 세습 등 삼성 사태는 삼성의 문제점을 알면서 오랫동안 침묵과 왜곡으로 일관하며 언론이 제 기능을 못해왔기 때문에 발생한 것"이라며 "삼성의 문제는 곧 한국 언론의 문제로 등치시킬 수 있다"고 비판했다.
이대근 경향신문 정치국제에디터도 "삼성 사태는 기업과 언론간에 나타나는 일반적 현상이 아니라 삼성이라는 리바이어던(절대권력을 가진 왕정)과 언론이라는 프랑켄슈타인이 특수 한 동맹관계로 결합해 춤추는 것"이라며 "삼성 사태 이후 삼성도 언론도 별로 긴장하지 않고 있는데, 두 집단의 동맹이 흔들리지 않는 상태가 유지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참석자들은 언론이 삼성으로 대표되는 자본으로부터 예속의 고리를 끊고 비판과 감시, 견제라는 제 기능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매출 구조부터 개선해 재정적 독립을 달성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김상조 경제개혁연대 소장(한성대 교수)은 △13개 언론사 가운데 5곳이 자본잠식 상태일 정도로 재무구조가 취약하고 △언론산업 자체가 성장의 한계에 부딪혀 정체된 상황에서 매출액의 대부분이 광고에 의존하고 있으며 △광고매출은 삼성그룹 등 특정 기업에 의존적이고 △신문사는 상장회사가 한 곳도 없을 정도로 전근대적인 경영을 하고 있는 특성을 감안할 때 언론사 중심의 투쟁을 기대하기 어렵고, 한다 하더라도 오래 지속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특히 삼성에 대해 비판적인 보도를 지속할 수 있는 배경에는 경향과 한겨레의 소유구조가 있다는 점도 지적하며 "자본이 소유하면 자본이, 시민이 소유하면 시민의 통제를 받게 되기 때문에 두 신문이 얼마나 비판적 보도를 이어갈지는 시민의 손에 달려 있다"고 강조했다.
곽 기자도 "정당한 광고는 받아야지만 그 이상의 것을 받으려고 할 때 문제가 발생한다"며 "광고 외에도 막대한 금액의 협찬성 금액을 받는 관행에서 벗어나는 한편 취약한 물적 기반에 대한 구조적 개선노력이 이뤄져야 한다"고 충고했다.
비판과 감시를 통해 권력을 견제한다는 본연의 기능을 회복하기 위한 언론의 노력도 요구됐다.
곽정수 기자는 "독재권력의 강압적 탄압은 언론이 자기 사명을 잊고 있다는 자괴와 문제의식을 마비시키지는 않았는데, 지금은 자본권력의 탄압에 의한 게 아니라 언론이 자발적으로 무장해제하고, 도덕적으로 마비돼 스스로 나팔수 노릇을 하고 있다"며 "이제는 자본권력 문제에 대해 한국 언론의 양심선언 나와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박원석 참여연대 협동사무처장은 "일부에서는 김용철 변호사의 양심선언 이후 특검이 시작되면서 언론들이 적극적으로 삼성 관련 보도를 시작했다고 하는데, 이번처럼 취재경쟁을 하지 않는 특검은 처음 본다"며 "KBS와 한겨레, 경향을 제외하고는 특검의 '입'만 따라다니는 게 언론"이라고 꼬집었다.
박 처장은 "언론이 공론의 도구보다는 기업으로서 '경영'에 관심이 더 높은데, 이것은 강요된 것이 아니라 스스로 권력이면서 상위 권력인 자본과 합종연횡해 즐기고 있는 것"이라며 "지금 삼성을 개혁하지 않으면 삼성에 의한 한국사회 지배를 공식화하는 것으로, 자본권력으로부터 독립은 어렵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김 소장도 "삼성과 LG상남 언론재단의 지원 사업을 보면 조중동과 지상파3사, 경제지 기자들이 지원의 집중 대상이 되고 있다"며 "기자들이 스스로 재벌의 인적 네트워크 구성에 참여하지 않도록 하는 윤리강령을 만들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김서중 민주언론시민연합 공동대표(성공회대 교수)는 "한겨레는 삼성의 광고중단 사태를 알리는 것이 마치 한겨레가 광고를 못 받아 그러는 것으로 오해받을 수 있어 보도를 자제한다고 하는데, 한겨레 독자도 모르는데 다른 매체 수용자가 이런 사태를 알 거라는 것은 착각"이라며 "대대적인 보도를 통해 정면 대응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 대표는 "한겨레를 지지하는 광고가 생활광고면에 들어가 있는데, 이런 식의 대응방식은 이해할 수 없다"며 "지지광고는 1면으로 끌어내야 한다"고 제안했다.
시민사회와 독자를 향해 인식의 전환과 성원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이어졌다. 곽 기자는 "언론으로서 제 기능을 하지 않는 신문들이 독과점 시장을 유지하고 있는 것 자체가 국민들의 책임이기도 하다"며 "언론에 대한 감시와 견제를 강화하고 올바른 언론에 대한 지지와 성원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 김 소장은 "언론사의 재무구조 개선으로 재정적 독립성이 확보되지 않으면 재벌로부터의 독립은 요원한 것이므로, 1만2000원인 구독료를 인상해야 한다"며 이를 독자들이 거부감 없이 받아들여야 한다고 말했다.
박 처장과 김 대표는 "매체 수용자 운동도 자본권력으로부터 언론이 어떻게 독립할 것인가 하는 문제를 견제하고 감시할 필요가 있다"며 시민사회의 구독운동과 지지광고 동참을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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