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즈노 순페이. 한국을 사랑해 한국인 여성과 결혼해 방송생활로 유명해진 전 전남대 교수다. 그가 지금 일본 홋카이도 상업대학에서 한국역사와 문화를 가르치고 있는 데 익명으로 일련의 잡지기고를 통해 한국을 비난했다고 해서 문제가 되고 있다.
기고문의 자세한 내용을 몰라 뭐라 말하기는 그렇지만 어쨋든 그가 한국에 있을 때와 달리 제3자적 시각으로 냉정하게 한국을 말한다면 할수 없는 일이다. 마치 우리가 일본인의 장단점을 말할 수 있듯이 말이다. 그리고 교수라는 직업이 사물현상에 대해 비판적 고찰을 전제로 하는 직업이라서 평가의 대상에 대해 인색할 수밖에 없는 점도 감안한 필요는 있다.
따라서 미즈노 교수에 대한 정확한 평가는 그의 기고문이 확인되어야 평가할 수밖에 없겠다.
그런데 미즈노 교수를 고발하는 문제의 동영상을 보면서 이상한 느낌이 들었다. 한 케이블 방송 프로그램이 한국을 비난했다는 제보를 받고 미즈노 교수를 인터뷰하기 위해 홋카이도 상업대학을 찾았는데 '칠성이'라는 인터뷰어가 무작정 인터뷰를 시도하면서 벌어진 해프닝이었다.
미즈노 교수가 '인터뷰는 사전에 약속되지 않았고, 또 인터뷰 하려면 1시간에 2만엔을 내야 한다'며 인터뷰를 거절하자 '칠성이'가 한국과의 관계를 위해서라도 인터뷰해달라며 조른다. 그리고 거절당한 방송사는 "나는 이제 한국과 상관없습니다"라는 미즈노의 발언을 소개하는 것으로 끝맺었다.
이 동영상만 보자면 이는 명백한 방송사의 잘못이며 방송사의 행패라는 느낌이다. 인터뷰는 미즈노 교수의 말대로 사전에 약속하는 것이 예의일 뿐만 아니라 당사자의 허락을 필요로 하는 행위다. 사사로운 생활과 자신의 생각을 방송을 통해 만인에게 전달하거나 하지 않을 자유는 당연히 당자사에게 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방송사는 무식한 편집을 했다. 미즈노 교수가 말한 인터뷰 댓가는 지적재산권을 인정하는 선진국이라면 모두 존재하는 제도다. 왜냐면 방송 인터뷰를 통해 먹고 사는 방송사가 남의 지식을 공짜로 얻어가려는 것은 일종의 도둑질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오히려 나는 '한국과의 관계를 생각해서라도...'운운한 인터뷰어의 전근대적인 사고방식이 부끄러웠다. 절차와 댓가없이 '아는 처지에' 라며 정당한 질서를 뭉개려는 것은 인터뷰어로서 자질미달을 스스로 드러낸 것이다.
방송사가 공짜 인터뷰를 하려는 것은 그릇된 관행이다. 아직도 남아있는 방송권력을 이용해 '출연시켜주는 것만도 고맙게 여겨라'는 군림의식과 횡포가 거기에 녹아 있다.
나도 얼마 전 모 공중파 방송사로부터 인터뷰 요청이 들어왔지만 인터뷰 댓가가 없으면 하지 않겠다고 한 적이 있고 해당작가에게 그 이유를 낱낱이 설명해주었다. 그리고 방송사 상부에 이같은 내 말을 그대로 전하라고 했다. 개인적으로야 방송사에 찍히는 짓이지만 그렇게 누군가가 시작해야 우리의 그릇된 방송인터뷰문화도 바뀔수 있기 때문이다.
미즈노 교수의 한국비난 기고문 사건은 그를 사랑했던 우리들이기에 반드시 알아야 한다. 그리고 오해가 있다면 풀어야 하고 사실이 그렇다면 미즈노에 대한 우리의 애정을 거둬들이면 된다.
그러나 절차와 댓가도 치루지 않은 인터뷰를 거절했다고 악의적인 편집으로 여론몰이를 하는 것은 한국인의 품위를 위해서라도 삼가해야 할 일이다. 시청자라는 권력을 배경으로 누구든지 절차와 댓가없이 인터뷰할 수 있다고 믿는 방송인들의 그릇된 권력의식을 바꿀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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