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신문들이 재벌기업들의 불법․탈법적 주장마저 무조건 감싸고 나서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최근 이해찬 총리 등이 시사한 ‘증권집단소송법 적용 2년 유예’와 관련해서다.
증권집단소송제란 주식투자자들이 주가조작, 허위공시, 분식회계 등으로 주식거래에서 피해를 입었을 경우 한 사람이 대표로 소송을 제기해 승소하면 같은 피해를 입은 나머지 투자자들도 별도의 소송없이 동일한 보상을 받을 수 있는 제도다. 지난 해 통과된 증권집단소송제에 따라 자산 2조원 이상의 기업들은 2005년부터, 2조원 미만의 기업들은 2007년부터 증권집단소송의 대상이 된다.
하지만 그동안 재벌기업들과 조선, 중앙, 동아일보는 이구동성으로 증권집단소송제가 실시되면 ‘과거 분식회계’로 소송이 남발된 우려가 있다며 과거 분식회계에 대한 ‘한시적 면제’를 주장해왔다.
(사)민주언론운동시민연합(이하 민언련)은 ‘증권집단소송법’에 대한 일부 신문의 보도태도에 대해 “‘경제살리기’ ‘기업살리기’를 내세우며 증권집단소송제를 비롯한 이른바 경제개혁 법안들의 후퇴를 종용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가장 적극적으로 나선 중앙일보는 1월 29일 사설 <분식회계 관행, 한번의 사면은 필요하다>에서 “과거 잘못된 관행에 대해 한번은 과감히 사면하고, 기업들이 또다시 불법을 저지를 경우에는 보다 엄격하게 처리하면 된다”고 주장했다.
조선일보와 동아일보는 중앙일보처럼 노골적이지는 않았지만 이른바 ‘경제살리기’를 내세워 기업에 대한 ‘사면요구’를 뒷받침했다.
조선일보는 2월 1일 사설 <말로 높인 대통령 지지율, 행동으로 뒷받침 해야>에서 ‘과거 분식회계 2년 유예’ 등을 거론하며 “이런 안건들이 이번 국회에서 처리돼야 기업에 대한 대통령의 인식변화를 국민들은 실감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동아일보는 2월 1일 사설 <경제 심리 북돋는 임시국회 돼야>에서 “기업의 투자 활성화, 서민 삶의 향상, 내수 촉진 등을 위한 법적 뒷받침 마련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며 “예컨대 과거 분식회계에 대해 집단소송을 유예하는 ‘증권관련 집단소송법 개정안’도 더는 왔다 갔다 하지 말고 빨리 처리해야 옳다”고 주장했다.
반면 증권집단소송법 적용 등 정부정책의 후퇴를 지적한 신문은 한겨레 정도였다. 한겨레신문은 2월 3일 사설 <과거분식 감추려 감리까지 않겠다니>에서 “과거분식에 대한 민형사상 책임까지 면해주기 위해 기업 감리를 않겠다는 것은 금감원이 고유한 소임을 포기하는 것”이라며 “도대체 원칙도 일관성도 없는 정부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고 정부의 오락가락 행태를 강도 높게 비판했다.
민언련은 “정부의 ‘경제정책 뒷걸음질치기’는 정부 정책의 신뢰도를 스스로 갉아먹는 것일 뿐만아니라, 장기적으로 볼때 기업의 체질을 약화시켜 경제살리기에도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 우리의 판단”이라며 경제정책 후퇴의 문제를 지적했다.
이어 민언련은 조선, 중앙, 동아일보를 향해 “노동계를 향해서는 사사건건 ‘때리기’로 일관하면서, 재계에 대해서는 ‘편법’과 ‘탈법’마저 옹호하는 일부 신문들은 스스로의 이중적 행태가 부끄럽지도 않은가”라고 질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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