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性)염색체 일치해도 범인 단정 어려워"
여승객 살해혐의 택시기사 항소심서 무죄

    (부산=연합뉴스) 박창수 기자 = 여자 승객을 흉기로 난자해 살해한 혐의(강도살인)로 기소돼 1심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은 30대 택시기사가 항소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부산고법 제2형사부(재판장 지대운 부장판사)는 27일 밤늦게 택시에 탑승한  여자 승객을 돈을 빼앗고 살해한 혐의로 기소된 택시기사 김모(37)씨에  대해  원심을 파기하고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검찰측은 피고인이 2년간 심한 빚독촉에 시달리다 당시 교통사고까지 내면서 합의금이 급하게 필요해 강도짓을 저질렀다고 주장하며 증거로 오른쪽  팔뚝의 상처와 성(性)염색체 감정결과, 갑자기 늘어난 수익금 등을 제시하고 있지만  이는 간접적인 사실에 불과하며 범행을 증명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고 밝혔다.

    특히 재판부는 "피해자 손톱의 혈흔에서 검출된 부(父)계로부터 유전되는  성염색체의 유전자좌(Y-STR) 11개가 피고인의 타액에서 검출된 것과 일치하지만 이 유전자좌는 동일한 부계를 확인하는 의미는 있으나 일반유전자와 달리 독립적인  역할을 못하고 하나로 묶여 자손으로 전달되기 때문에 개인식별력에는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이밖에 재판부는 "피해자가 34곳이나 난자당한 채 살해됐는데도 시체  발견장소에서 나타난 혈흔은 조금밖에 없어 시체가 유기됐을 가능성이 높다"며 "이 경우  피고인이 범행을 저질렀다는 주장은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김씨는 지난 해 8월 5일 오후 11시50분께 경남 거제시 하청면 실전매립지  인근에서 택시승객 황모(39.여)씨를 흉기로 무참하게 살해하고 현금 40만원이 든 손가방을 빼앗은 혐의로 구속기소돼 사형을 구형받았다.

    1심 법원은 빚독촉에 시달리다 교통사고까지 낸 김씨의 처지와 팔에  난  상처, 부계로부터 유전되는 성(Y)염색체 감식결과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유죄를  인정, 무기징역형을 선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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