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투데이 서동욱 기자] "본 사건에 있어 '어르신'의 의견을 말씀해 주십시오" " △△회사 △상무는 검찰측 주장을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법원이 공정한 판결 뿐 아니라 공정한 재판 진행을 도모한다는 차원에서 바람직한법관의 '법정용어 표준화 작업'을 추진하고 있다.

이와 관련, 법정에서 원.피고와 증인 등 소송 관계자에 대한 판사들의 고압적인 태도와 어투 등이 '적절치 않다'라는 비판이 줄곳 제기돼온 것이 사실이다.

26일 대법원은, 법관의 부적절한 언행이 재판의 공정성을 오해받게 하는 원인 중 하나로 인정되는 만큼 이에 대한 개선 방안을 추진중에 있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대법원은 판사들의 부적절한 언어사용 습관 등을 바로잡기 위해 법정 모니터링 제도를 실시하고 있으며 관계 기관과의 간담회 등을 개최한 바 있다.

이같은 작업의 일환으로 대법원은 26일 일산 사법연수원에서 표준 법정언행 연구경과 보고와 향후 개선방향 등을 주제로한 세미나를 개최했다.

세미나는 현직 판사의 '법정언행 연구경과 보고'와 광운대 미디어 영상학부 김현주교수의 법정언행 개선방향 발표, 모의 재판을 통한 역할극형 클리닉, 참여자 토론의순서로 진행됐다.

대법원 법원행정처 이용구 판사는 연구경과 보고서를 통해 "법정 관여자 모두가 준수할 수 있는 법정 예절을 정립하는 것은 절차에 대한 공정성과 신뢰성을 확보하는 길"이라고 밝혔다.

말하기와 듣기, 법정에서의 몸가짐, 예절 등을 법정 언행의 요소로 꼽은 이 판사는 "사건이 간단한 경우는 있더라도 중요하지 않은 사건은 없다고 보아야 하는 만큼 긴장하고 소홀히 하지 않으려는 법관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보고서를 통해 소송 관계인에 대한 배려를 표현할 수 있는 방법으로 소송관계인의 진술이나 증언을 진지한 표정으로 열심히 듣는 것과 진술 후 그 진술을 요약해 재판장이 정확히 이해했는지를 재차 물어보는 방안 등을 제시했다.

또 다음 기일을 정할때 관계인의 일정을 충분히 고려하고, 법정에서 장시간 대기하는 당사자가 없도록 하기 위해 개정 선언과 재판진행 순서를 정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밖에도 지나치게 긴장돼 있는 법정 분위기는 진실 발견에 장애가 될 수 있으므로 여유를 갖고 유머를 사용하는 것은 법정분위기를 완화하는데 많은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피고인 등에 대한 호칭문제와 관련해서는 민사법정과 형사법정이 서로 다르고 다소민감한 문제이므로 일률적으로 정할 수 없지만 △소송상의 지위만 사용하는 모델△ 당사자의 이름과 사회적 지위를 사용하는 모델 △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사회생활상의 호칭을 사용하는 모델이 소개됐다.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사회생활상의 호칭을 사용하는 모델의 경우 "어르신, 학생, 아무개 상무, 회사의 상호" 등이 거론됐다.

이 판사는 또 "법정에서의 반말 사용은 어떤 경우에도 받아들이기 어려우며 상대방에 따른 적절한 경어의 선택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하십시오 하세요합시다'라는 술어체를 사용하는 방안과 '원고께서, 원고 아무개씨가' 등의 표현이 제시됐다.

법관이 말끝을 제대로 알아들을 수 없게 떨어뜨리거나 흐리는 것, 입 속으로 말을 웅얼웅얼 하는 것은 금기사항이며 말소리와 크기, 억양 등도 유념해야 할 사항으로 이 판사는 지적했다.

한편 이날 주제 발표자로 나선 광운대 김현주 교수는 '법정 언행의 성격과 개선방향이라는 발제문을 통해 법정 언행에 대한 커뮤니케이션적 관점에서의 분석과 개선점을 발표했다.

김 교수는 법관들이 판결 이후 도덕적 주문(앞으로 바르게 사세요 등)을 하거나 타이르고 훈계하는 스타일의 도덕률을 강조하는 것은 피고인의 부도덕성을 강조함으로써 판결의 정당성을 높이려는 듯한 화법으로 여겨지므로 바람직해 보이지 않다는 견해를 밝혔다.

또 형사재판에서 형량이 길어질수록 교훈적인 커뮤니케이션이나 판결 배경에 대한 설명이 길어지는 경향이 관찰된다며 이는 법관이 형사판결에 대한 심적 부담감을 스스로 보상받으려는 심리적 작용으로 느껴진다고 김 교수는 해석했다.

서동욱기자 sdw7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