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정배 법무부 장관의 판공비 지출 스타일이 강금실 전 장관과는 크게 다른 반면 김승규 전 장관(현 국가정보원장)과는 아주 비슷한 것으로 나타나 눈길을 끌고 있다.

14일 법무부에 따르면 천 장관은 취임 이후인 올해 7월1일부터 9월30일까지 총 2105만원을 판공비로 지출했다. 천 장관은 주요 정책 추진과 관련된 회의 및 행사에 총액의 54.2%인 1141만원을, 직원 사기 진작에 580만원(27.6%)을 각각 썼다. 유관기관 회의 및 간담회 비용 336만원(16%), 비서실 운영비 47만원(2.2%) 등이 그 뒤를 잇고 있다.

이는 전임자들 가운데 특히 강금실 전 장관과 크게 다르다. 강 전 장관의 경우 지난해 1∼6월 판공비 지출 내역을 보면 총 3705만원 가운데 직원 사기 진작 및 경조사 격려에 1347만원(36.4%), 정책 관련 회의에 1308만원(35.3%), 유관기관 업무협의에 844만원(22.8%)을 썼다.

김승규 전 장관은 지난해 7∼9월 판공비 1814만여원 가운데 절반에 가까운 815만여원(45%)을 주요 정책추진 관련 회의에, 444만원(24.5%)을 직원 사기 진작 및 경조사 격려에 각각 지출해 천 장관과 비슷한 지출 스타일을 보였다.

강 전 장관이 경조사 격려 등 직원 사기 진작에 많은 돈을 썼다면, 김 전 장관이나 천 장관은 판공비를 주로 정책개발을 위한 회의에 지출한 셈이다. 여기서도 둘만 놓고 비교하면 천 장관이 김 전 장관보다 10%포인트가량 앞선다.

천 장관이 이처럼 ‘정책’에 공을 들이는 것은 비단 판공비 지출뿐 아니라 최근 구성된 정책위원회 면모에서도 드러난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회장 출신인 최병모 변호사, 민변 사무차장을 지낸 이유정 변호사, 전 의문사진상규명위원인 백승헌 변호사 등이 정책위원으로 영입돼 민변의 진보적 코드가 법무부 정책을 ‘접수’했다는 말까지 나돌고 있다.

법무부의 한 관계자는 “법무부 각 실·국이 천 장관이 앞으로 어떤 진보적 정책을 내놓을지 몰라 바짝 긴장하는 상태”라고 전했다.

김태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