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추연 > 판사비리 > `정직한 음식문화` 역행 논란

[문화일보 2005-05-16 13:20]

(::'갈비+살=유죄', '갈비살+살=무죄' 판결::) 살점이 전혀 없는 뼈에 살을 붙여 갈비라고 속여 팔면 유죄지만 살점이 조금이라도 있는 뼈에 살을 이어붙여 팔 경우 처벌할 수 없다는 법원 판결이 나와 논란이 일고 있다.
특히 이번 판결은 식용접착제(food bind)를 이용해 뼈나 진짜 갈비살에 일반정육을 붙여 ‘이동갈비’라고 속여 판매하더라도 ‘소비자 기만’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논리를 내세우고 있어 법 원이 ‘정직한 음식문화’ 정착을 바라는 소비자의 요구와 거꾸 로 가는 판결을 내놓았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항소 8부(이성훈 부장판사)는 16일 소갈비에 일반 정육을 붙인‘접착 갈비’를 만들고 이동갈비라고 속여 유 통시킨 혐의(축산물가공처리법 위반 등)로 구속기소된 이모(44) 씨에게 징역8월의 실형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벌금 1000만원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유통시킨 159억원어치의 ‘가짜 이동갈비’ 중 갈비살이 붙어있지 않은 뼈에 일반 정육을 접착해 갈비라고 속여 판매한 액수는 1억3000만원에 불과하며 나머지는 제품의 명 칭이나 성분을 허위표시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동갈비가공, 납품업체를 운영하는 이씨는 2002년 1월부터 미국 산 수입 소의 갈비를 17㎝ 크기로 자르거나, 17㎝에 못미칠 경우 식용접착제로 부채살과 목살 등을 이어붙여 홈쇼핑과 백화점, 대형할인점 등에 ‘이동갈비’로 유통시켜 왔다.

그러던 중 미국의 광우병 파동으로 2003년 12월 미국산 갈비 수 입이 중단됐고, 이씨의 회사도 지난해 6월 미국산 물량이 다 소 진돼갔다. 이씨는 미국 대신 호주산 소갈비를 수입해 판매하기 시작했으나 미국산에 비해 호주 산 갈비의 살이 훨씬 부실했다.

이에 이씨는 작년 11월부터는 갈비뼈에 부채살을 감아 이동갈비 를 판매했다.

이씨는 순수한 갈비에는 ‘이동갈비1’, 살점 있는 갈비뼈에 부 채살을 덧붙인 것에는 ‘이동갈비2’, 살점이 전혀 없는 뼈다귀 에 살을 붙인 것에는 ‘이동갈비3’으로 표시했다. 가격도 1대에 1600원, 1200원, 800원으로 차등을 뒀다.

2002년1월 이후 이씨가 판 이동갈비는 모두 176억원이며, 이중 이동갈비3은 1억3000만여원어치로 집계됐다. 검찰은 이씨를 지난 해 말 축산물가공처리법 위반 등의 혐의로 기소했다.

1심 재판부는 176억원 가운데 10%는 순수한 이동갈비라고 한 이 씨의 주장을 받아들여 159억원어치 가짜 이동갈비를 판매한 혐의 를 유죄로 인정, 징역8월의 실형을 선고했다. 그러나 항소심 재 판부는 “식육 구분 방법을 표시한 농림부 고시는 늑골에 살이 붙어 있는지 여부로 갈비인지 아닌지를 구분하기 때문에 ‘이동 갈비2’는 갈비로, ‘이동갈비3’은 갈비가 아닌 것으로 판단된다” 고 밝혔다.

이에 대해 소비자시민모임 김자혜 사무총장은 “갈비살이 있건 없건 식용접착제를 붙여서 갈비인 것처럼 속여서 판매한 것은 분 명히 소비자 속인 행위에 속하는데도 처벌할 수 없다는 것은 납 득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먹을거리와 관련해서는 소비자 보호 측면이 더욱 강 화돼야 하는데 법원이 오히려 이번 판결을 통해 이를 약화시킨 측면이 있다”고 비판했다.

이현미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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