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추연 > 판사비리 > 판사는 범죄도 판사답게 지능적으로!!

[문화일보 2005-09-02 13:20]

현직 판사와 변호사, D그룹 H 전부회장등이 운영해온 ‘법구회’ 는 한 부동산개발업자가 경찰에 H 전부회장을 사기혐의로 고소하 면서 세상에 드러나게 됐다. 이 부동산업자가 H 전부회장의 요청 에 따라 서울중앙지법 A 부장판사에게 부친 2020만원의 ‘온라인 송금 영수증’이 고소사건을 수사중인 경찰에 제출되면서부터??
◈현직 부장판사와 업자, 업자와 업자의 금전거래=법구회 의 사실상 ‘총무’격인 H씨는 지난해 5월 전 법구회 회장 A 부 장판사에게 ‘급전’ 2000만원을 빌려 썼다. 그러나 이 돈을 갚 은 것은 H씨의 ‘지갑’ 역할을 해준 제3의 부동산개발업자였다.

H씨는 A부장판사에게 빌린 돈을 갚기 위해 D그룹이 개발한 인천 검단지구 아파트 상가를 분양받으려고 자신에게 로비를 벌이던 부동산개발업체 I사 K모 회장에게 지난해 7월 A씨 계좌로 2000여 만원을 송금하라고 요청했다. ‘송금 명목’에 대해서는 H씨와 K 씨의 말이 엇갈린다. H씨는 “내가 A에게 빌린 돈이 있으니 대신 갚아달라고 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K씨는 “상가를 분양받으려면 개발부지와 관련한 소송을 해결해야 하는데, A 부장판사에게 로비가 필요하다고 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K씨는 상가 분양 계획이 틀어지자 지난 6월 H씨 를 사기 혐의로 고소했고, A 부장판사에게 부친 온라인 송금 영 수증 등을 증거자료로 제출했다.

H씨는 D그룹 회장의 동생으로 현재도 회사의 공식적인 직함은 아 니지만 ‘D그룹 부회장’이라는 직함을 갖고 대외업무 등을 담당 하고 있다. D그룹은 호남을 기반으로 한 중견기업으로 최근 활발 한 인수합병을 통해 급성장하고 있다.

H씨와 A 부장판사는 15년 전 천안에서 다른 판사의 소개로 알게 돼 친분을 쌓은 관계다. H씨와 A 부장판사는 과거에도 수차례 서 로 돈을 빌려주거나 빌려 쓰는 등 ‘금전 거래’를 해왔지만, 이 번에는 H씨가 빌린 돈을 제3자인 부동산개발업자가 대신 갚아주 면서 문제가 불거진 것이다.

◈H씨 고소사건은 경찰에서 무혐의 종결 처리=K씨가 H씨 를 검찰에 고소한 명목은 ‘분양 사기’다. K씨는 H씨가 자신에 게 상가를 주겠다고 써준 약정서를 근거로 상가를 미리 분양했고 , K씨 회사 임원들 역시 분양 사기로 피해자들에게 고소당한 상 태다.

K씨는 그러나 사기 사건 관련 고소장과 별도로 변호인을 통해 검 찰과 경찰에 “H씨가 평소 법조계 인맥을 과시했고, 판·검사에 게 로비해서 사건을 처리했다고 자랑하기도 했다”며 H씨의 법조 브로커 혐의에 대해 수사해달라고 요청했다. 이 과정에서 법구회 의 존재도 검·경에 알린 것으로 전해졌다.

서울중앙지검은 고소장이 접수되자 이 사건이 법조비리 사건인지 여부에 대해 검토하기도 했지만, K씨측에 “K가 입금한 계좌가 실제로 A 부장판사의 계좌인지 동명이인인지 알 수 없다”고 설 명한 후 사건을 남대문경찰서에 내려보냈다. 남대문서는 이 사건 을 K씨와 H씨간의 단순 사기 사건으로 수사했고, 1일 무혐의 종 결 처리해 검찰에 송치했다. 문제가 불거진 후 H씨가 K씨에게 온 라인으로 받은 돈 2억300여만원을 다 갚았고, H씨가 써준 약정서 가 법적 효력이 없다는 것이 근거다.

노윤정기자 [email protected] 716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