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퇴임하면서 “사소한 일에도 민감하게 반응하며, 인사때마다 일희일비하고, 때로는 소신도 감춰가며 요령껏 법관생활을 했다”며 ‘후회와 반성’의 퇴임사를 남긴 유지담 전 대법관(64)의 글에 대해 현직 부장판사가 비판적 견해를 공개적으로 밝혀 눈길을 끌고 있다.
서울행정법원 신동승 부장판사(44)는 최근 ‘법률신문’에 기고한 ‘반성합니다’란 제목의 글에서 자신이 판사로서 반성해야 할 점들에 대한 고민을 털어놓다가 ‘얼마 전 퇴임한 어느 대법관’의 반성에 대해 언급했다.
신부장판사는 “대법관마저 준비서면도 제대로 읽지 않고 사건 파악도 소홀히 한 채 재판을 했다고 하면 일반인들이 하급심 법원의 재판을 어떻게 생각할까 걱정됐다”고 밝혔다. 그는 아울러 “(일반인들은 판사들이) 기록도 제대로 보지 않고 주장도 흘려들으며 로비를 받아 대충 판결한다고 생각했던 것이 사실이라고 믿지 않겠느냐”고 주장했다.
그는 또 “법관들의 재판방식에 잘못된 점이 없다고 우기려는 생각은 전혀 없다”면서도 “그러나 법관들이 제멋대로 대충 재판을 해왔다는 주장은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대법관님께서 차라리 재직 중에 사임하면서 그런 소신을 밝혔으면 보기 좋지 않았을까요”라며 글을 맺었다.
유전대법관은 “법적 분쟁에 휘말려 어려움을 겪는 국민들을 위해 마땅히 했어야 할 봉사도 제대로 하지 못했고, 법관의 권위는 무조건 지켜져야 한다고 생각했으며, 독재와 권위주의 시대에 침묵했다”는 내용의 퇴임사를 남겨 공감을 산 바 있다.
〈이인숙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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