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시생 3만명이 몰려 있는 서울 신림동 고시촌에 불법 복제 교재가 만연하고 있다고 국민일보가 11일 보도했다.
이 신문에 따르면, 대표적인 불법 교재는 강의 장면을 동영상으로 볼 수 있는 불법복제 CD. 동영상은 학원 측이 온라인 강의용으로 만들었지만 해킹 등의 방법으로 유출돼 고시생에게 비밀리에 유통된다.
학원의 비디오 강의를 수강하면 35만원을 내야 하는 행정법의 경우 불법 복제 동영상 강의 CD는 10만∼12만원에 거래된다. 'CD 아저씨'로 불리는 유통업자들은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고시생을 접촉하고, 직거래만 한다. 기록이 남는 계좌이체나 택배는 이용하지 않는다.
문서 출력과 제본을 하는 고시촌 인근 인쇄소에서는 모의고사 문제지와 각종 수험서의 복사물들이 헐값에 팔리고 있다. 복사 교재를 구하려는 고시생들은 인쇄소에서 은밀하게 주인에게 과목명을 적은 종이를 건넨다. 인쇄소들이 2000원에 파는 20쪽 분량의 1회분 모의고사 문제·해설지는 학원에서는 회당 1만6000∼1만8000원을 내야 얻을 수 있다. 3만5000원짜리 행·외시 1차 과목 '자료해석' 문제집의 복사본은 인쇄소에서 2만2000원에 팔린다.
신림동 고시학원들은 불법 복제된 교재를 꾸준하게 감시하고 있지만 복제 수준은 갈수록 진화하고 있다. 최근 한 학원에서 복사기의 빛을 반사해 복사가 되지 않게 한 특수종이로 문제지를 만들자 인쇄소에서는 문제지를 통째로 스캔하는 방법으로 대응하기도 했다.
고시생이 불법복제 교재를 이용하는 이유는 돈 때문이다. 독과점 학원 때문에 경제적 부담이 워낙 크다는 것이다.
학원 측은 미래 법조인, 고위 공직자가 될 고시생이 불법으로 공부하는 것을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입장이다. 신림동에서 규모가 가장 큰 V고시학원 관계자는 "수강료가 올랐지만 물가상승률 수준에 불과하다"며 "한 달 수강료가 40만원 정도로 수능 학원보다 낮은데 그렇게 큰 부담인가"라고 반문했다고 이 신문은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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