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속된 조관행 전 고법부장판사는 구치소 첫날 밤을 밤새 뒤척이며 극도로 불안정한 심리상태를 보이고 있다고 관계자들은 9일 전했다. 조전부장과 김영광 전 검사, 민오기 총경 등은 이날 새벽 2시쯤 성동구치소에 도착해 신체검사를 받고 각각 독거실에 수용됐다. 조 전부장 등이 성동구치소로 가게 된 것은 서울구치소에 수감중인 브로커 김홍수씨와 격리시키기 위한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조 전부장은 이날 아침 구치소 간부와의 면담에서 “나는 억울하게 들어왔다. 불안해서 잠을 이룰 수 없다”고 호소했다고 한다.

세 사람은 특별한 요구나 자해 등 이상행동은 보이지 않았다고 구치소측은 전했다.

구속영장에 나타난 조전부장의 비리행각은 다양하고 또 대담했다. 가처분부터 민·형사 소송, 행정소송까지 가리지 않고 사건청탁과 함께 금품을 받았다. 법원 내 자신의 사무실에서도 돈봉투를 받았다. 조전부장은 사건 청탁 대가로 1억1천만원, 그 밖에 용돈·휴가비 명목으로 12차례에 걸쳐 2천2백만원을 관행처럼 받아왔다.

청탁 내용 중에는 “신축중인 건물에 대한 소유주의 가처분 신청을 기각해 달라” “‘카드깡’으로 구속된 부하 여직원의 오빠를 보석으로 나오게 해달라” “골프장 소유권 재판에서 이기게 해달라”는 등이었다. “여관 영업정지 처분을 풀리게 해달라”는 청탁도 있었다.

조전부장은 사무실에서 직접 보석신청서를 김씨에게 팩스로 보내주며 신청절차를 친절히 알려준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은 청탁을 받은 사건 4건이 모두 해결된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혀 ‘100% 청탁성공률’의 배경에 의문이 모아지고 있다.

금품을 받은 장소도 법원 사무실, 집, 승용차, 유흥주점 등 다양했으며 케이크 상자를 이용해 현금을 받기도 했다. 하지만 조전부장은 전날 영장실질심사를 마친 뒤 기자들에게 “1주일이 멀다하고 룸살롱을 갔으면 언제 야근하고 일했겠느냐. 제 억울한 심정을 이해해 달라”고 항변했다.

〈이영경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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