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가 병원에서 욕창수술 후 패혈증이 발생, 11일 만에 사망했다. 그래서 민사소송을 제기했지만 중앙법원은 심리도 않고 기각했다. 그래서 신문을 통해 그럴싸한 광고를 하는 한 로펌에 항소심을 맡겨 소송을 시작했지만 느낌이 좋지 않았다.

할 수없이 병원진료기록부를 싸들고 다른 의료소송 전문가들을 두루 찾아다녀 봤다. 상담료 20만원씩 줘가며. 

그중 도하 각 신문 방송에 유능하다고 보도된 바 있는 전문의 출신 윤 모 변호사(여)를 찾아갔다. 검토할 시간이 필요하므로 병원 진료기록을 맡기고 돌아왔다.

며칠 후 약속된 날에 찾아간 내게 윤 모 변호사는 A4용지에 자필로 "어머니가 병원 의료진의 중첩된 과실로 사망하였다"고  의견서를 한 장 써 줬다. 그리고 고맙게도 상담비는 받지 않았다. 참 좋은 변호사다.

해서 담당재판부에 의사 이름은 밝히지 않고 그냥 윤모 변호사가 써준 내용이라 하고 그 의견서를 제출하였다.

그리고 긴긴 시일이 지나 재판부는 김영란 법이 시행되니 하루 전 "의사과실이 없다"고 서둘러 선고하였다. 참으로 황당하고 해괴한 판결이었다. 물론 여기엔 해당병원 변호를 맡은 상대로펌의 온갖 로비와 작업이 있었던 것으로 짐작된다. 병원이야 원래 돈덜 잘 버니까.

하지만 이번엔 틀림없이 이길 수 있겠지 하고 거금 550만원의 변호사 선임료를 지불하며 한껏 기대했던 항소심마저 어이없이 기각 당하고 보니 눈앞이 캄캄하다. 이제 남은 건 99.9%가 심리불속행으로 이유 불문 기각한다는 대법원에 상고를 하는 수밖에....,

통장을 탈탈 털어 300만원을 주고 다시  변호사를 선임해 상고하고 대법원에 상고이유서를 제출했다. 대법원 상고심은 의료전문변호사를 선임해 상고이유서도 매우 훌륭하게 썼다. 그래도 결과를 기다리자니 불안하기 그지없다. 

그래서 오늘도 5시 45분 새벽같이 일어나 아침도 못 먹고 서울행 버스에 몸을 싣는다. 그리고 안성에서 한 시간 넘게 걸려 남부터미널에 도착, 약 1.2킬로미터 떨어진 교대역 근처 중앙지방법원 동문까지 걸어가 대형피켓을 놓고 1인 시위를 한다.

더러는 피켓을 들고 중간에 최순실 사건으로 신문 방송사 차량과 기자들이 엄청 몰려있는 중앙지방검찰청과 전라도에서 어느 포클레인 기사가 트럭에 포클레인을 싣고 와 건물파괴를 시도한 대검찰청 정문을 지나 약1키로 떨어진 대법원 정문까지 걸어갔다 오기도 한다.

대법원 정문에는 대법원장과 대법원 판결에 불복하고 항의하는 다른 시위자들도 여러 명 있다, 그래서 지나는 시민들은 역대 대법원장 중 국민들로부터 이렇게 원성이 높았던 대법원장은 처음일 것이라고 한마디씩 한다. 

 하긴 청아대엔 그보다 더한 일로 100만 명 넘는 사람들이 퇴진하라며 외치는 등 국민원성이 하늘을 찌를 듯 높아도  끄떡 않는 사람이 있는데 그까짓거 대수인가? 오히려 대법원장님은 차~암 잘하신다고 훈장을 드려야 하겠지, 가인 김병로 선생이 지하에서 통곡할 일이겠지만......

어쨌든 이렇게 상경 피켓 시위하기를 벌써 두 달, 그러나 중앙지방법원과 대법원에서는 유구무언, 공식적으로 아무런 말이 없다. 그냥 시위하다 제풀에 지쳐 포기하기를 바라는 듯.  그래도 그들 공뭔들의 봉급은 따박따박 잘 나오니까 신경 쓸게 무에 있겠나.… 

(이하 전문의 출신 윤모 변호사가 병원 진료기록 검토 후 써준 메모). 

1. 경험적 항생제 사용에 대해. 

환자에게 세포탁심(cefotaxime)을 처음 사용한 것은 ‘경험적 항생제’의 사용으로 적절한 판단이었다고 볼 수 있으나, 12월 13일 백혈구 수치가 떨어진 이후(이때도 정상 백혈구 수치보다 높았음) 12월 16일부터는 다시 상승했으며 미열이 있었습니다. 즉 환자의 염증조절이 잘 되지 않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그러므로 이때는 즉시 항생제를 변경하거나 다른 항생제의 추가 사용을 고려했어야 합니다. 

2. 배양검사에 대해. 

환자 입원당시 백혈구 수치가 매우 높았습니다. 혈액 배양검사와 더불어 변연절제술시 욕창부위 배양검사를 했어야 합니다. 균 배양검사는 1주일 정도 지나야 결과가 나오므로 수술 당시 배양검사가 즉시 이뤄졌다면 보다 적절한 항생제의 사용을 신속하게 할 수 있었을 것입니다. 

3. 안정제 투여 후 혈압저하. 

환자에게 아티반(Ativan) 등의 안정제를 투여한 후 혈압이 저하되었습니다. 혈압저하는 욕창 등 전신 상태를 악화시킵니다. 따라서 의료진들은 적절한 혈압을 유지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했으나 혈압저하에 대해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았습니다. 혈압저하 시에는 강심제 혈압상승제 등의 처치를 했어야 하는데 그런 조치도 없었고 보존적 치료만을 시행하였습니다. 

4. 결론. 

결국 담당 의료진의 중첩된 과실로 환자는 사망한 것입니다.